[판결] 보험계약 당시 질병 숨겼어도 보험사고와 인과관계 없는 질병이면 보험금 지급해라


글 : 임용수 변호사


관절염 등의 질병으로 치료받은 사실이 있는데 이를 알리지 않고 보험계약을 맺었더라도 그 질병이 보험사고인 어깨 근육 파열 진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면 보험금을 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보험계약 당시 '최근 5년 이내 질병 치료' 사실을 숨기고 보험에 가입했더라도 보험금을 청구한 질병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다면,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을 거부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내용을 알려 드리고 해설합니다.

전주지법 민사5부(재판장 양영희 부장판사)는 엠지손해보험(구 그린손해보험)이 보험계약자 송 모 씨를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1)

재판부는 「송 씨가 관절염, 비염, 좌골 신경통을 동반한 요통 등으로 진단 및 치료를 받았는지 여부는 엠지손해보험이 보험계약의 내용을 결정하기 위한 표준이 되는 중요한 사항이고 서면으로 질문한 사항으로서 고지의무의 대상이 된다」며 「그런데 송 씨가 최근 5년 이내에 관절염 등으로 진단 및 7일 이상의 치료를 받은 사실이 있음에도 보험 청약서에 그와 같은 사실이 없다고 기재했으므로, 송 씨의 고지의무 위반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송 씨가 보험금를 청구한 보험사고인 어깨 근육(우측 견관절 회전 근개) 파열 진단은 송 씨가 보험계약 전 치료를 받았던 관절염, 좌골 신경통을 동반한 요통 등과는 치료의 부위와 증상이 전혀 다르다」며 「송 씨가 고지하지 않은 관절염, 요통 등과 보험사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는 이상 엠지손해보험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보험계약 당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고지의무를 위반한 경우 고지의무 위반과 보험사고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불문하고 보험사고가 발생한 뒤에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나, 다만 고지의무에 위반한 사실이 보험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않음이 증명된 때는 보험계약을 해지하더라도 보험금 지급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송 씨는 관절염과 요통 등의 진단을 받은 뒤 2005년 3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42회, 2006년 5월부터 같은 해 7월까지 9회에 걸쳐 심층열 치료, 경피성 전기 신경 자극 치료 등을 하고도 2008년 5월 엠지손해보험(구 그린손해보험)과 보험계약을 체결하며 '최근 5년 이내 의사로부터 진찰, 검사를 받고 그 결과 계속해 7일 이상 치료를 받은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 항목에 '아니오'라고 체크했습니다.

송 씨는 오른쪽 어깨 근육 파열로 2010년 12월부터 2011년 1월까지 치료를 받은 뒤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엠지손해보험은 송 씨가 고지의무를 위반했다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2010년 7월 이전에는 고지의무 위반 사실과 보험사고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으면 보험계약 해지권도 제한된다는 하급심 판결이 있었고 이에 동조하는 일부 학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 2010다25353 판결이 선고된 이후부터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 고지의무를 위반한 사실과 보험사고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불문하고 보험회사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후에도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것으로 최종 정리됐습니다. 


보험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되면 보험회사는 보험금 지급 책임을 면할 수 있지만, 고지의무에 위반한 사실이 보험사고의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이 증명된 때, 즉 고지의무에 위반한 사실과 보험사고의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때는 보험계약을 해지하더라도 보험금 지급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2) 

​다만 보험 가입자의 고지의무 위반이 사기에 해당하는 경우는 고지의무 위반 사실과 보험사고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요구되지 않습니다. 보험회사가 민법 제110조 제1항에 따라 보험계약을 취소할 때는 보험 가입자의 기망 행위와 보험회사의 의사표시 사이에 인과관계만 있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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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5월 4일
  • 1차 수정일 : 2020년 8월 13일(재등록)

1) 전주지방법원 2012. 7. 18. 선고 2012나1316 판결.  
2) 이런 법리는 보험회사가 보험 가입자의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들어 보험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이미 보험계약을 해지했던 사안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즉 보험계약 해지 후 고지의무 위반과 인과관계 없는 보험사고가 발생했더라도 보험회사는 보험금 지급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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