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싸이로글로블린 평가 결과로는 갑상선암 진단을 확정할 수 없고 약관에서 정한 미세침 흡인 검사 등 암 진단 확정 방법으로 갑상선암 진단을 확정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싸이로글로블린(다이로글로불린, 티로글로불린, TG)1) 평가 결과 수치가 높게 나왔더라도 이는 갑상선암이 잔존했거나 재발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볼 수 있을 뿐 그런 수치만으로 조직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갑상선암 진단을 확정할 수 없으며, 갑상선암 진단을 확정할 수 있는 시점은 세침 흡인 세포 보고서가 보고된 날 또는 그 이후라고 봐야 한다는 내용의 판결입니다.
이번 판결은 '티로글로불린 평가 결과'가 약관상의 암 진단 방법의 하나인 혈액 검사에 대한 현미경 소견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이므로 암 진단 확정일과 관련해 보험금 지급 여부를 다투는 유사 분쟁의 판단 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알리고 해설합니다.
김 씨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받았는데, 검사 결과 갑상선 결절이 확인되고 그 부위에 이상 징후가 발견되자 담당 의사는 미세침 흡인 검사를 실시함과 동시에 혈액을 채취해서 티로글로불린(다이로글로불린, Thyroglobulin) 검사를 시행했습니다. 혈액 검사 결과 2013년 4월 15일에 보고된 김씨에 대한 TG 평가(Thyroglobulin assay) 수치는 >5000ng/mL 이상이었습니다.
김 씨에 대한 미세침 흡인 검사의 검사물은 검사일인 2013년 4월 15일에 접수됐고, 좌측 갑상선 미세침 흡인 검사에 대한 세침 흡인 세포 보고서는 그 다음날인 16일, 측경부 림프절에 대한 미세침 흡인 검사에 대한 세침 흡인 세포 보고서는 4월 18일에 각각 보고됐습니다. 또 김 씨는 강남세브란스병원 담당 의사로부터 2013년 6월 3일 갑상선 절제술을 받았고, 조직 검사를 실시해 6월 11일에 조직 병리 진단 결과가 보고됐습니다.
이후 강남세브란스병원의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김 씨의 담당의사는 2013년 11월 김 씨에 대해 진단일을 2013년 4월 15일로 해서 '환자는 갑상선 세침 검사 결과 갑상선암(한국질병분류번호 : C73)으로 진단된다'는 내용의 진단서를 작성했습니다.
김 씨가 가입한 라이나생명의 보험 약관에는 '암의 진단확정은 해부병리 또는 임상병리의 전문의사 자격증을 가진 자에 의해 내려져야 하며, 이 진단은 조직(fixed tissue)검사, 미세침 흡인 검사(fine needle aspiration biopsy) 또는 혈액 검사(hemic system)에 대한 현미경 소견을 기초로 해야 합니다. 그러나 상기의 병리학적 진단이 가능하지 않을 때는 암에 대한 임상학적 진단이 암의 증거로 인정됩니다. 이 경우에는 피보험자가 암으로 진단 또는 치료를 받고 있음을 입증할 만한 문서화된 기록 또는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라는 규정을 두고 있었습니다.
김 씨는 강남세브란스병원 담당 의사의 진단을 근거로 라이나생명에게 암치료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라이나생명은 TG 수치만으로 조직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갑상선암 확정 진단을 내릴 수 없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뒤 김 씨를 상대로 보험금 지급 채무의 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싸이로글로블린은 갑상선 자극 호르몬에 의해 분비되는 갑상선 특이 단백으로 갑상선 종양의 종양 표지인 사실,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는 갑상선 미세침 흡인 검사를 실시하면서 통상적으로 검체 접수일로부터 1-2일 이후에 검사 결과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긴급히 진단을 요청하는 경우 가능한 상황이라면 정식 보고서를 급히 내기도 하는 사실, 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암 센터 의사는 김씨의 경우 미세침 흡인 검사 결과만으로 갑상선암 진단을 확정할 수 있었고 2013년 4월 15일에 보고된 싸이로글로블린 평가 결과로도 갑상선암을 진단할 수 있었으며 이를 기초로 김 씨에 대한 갑상선암 진단일을 2013년 4월 15일로 기록하고 최종 진단을 했다고 기재하고 있는 사실,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미세침 흡인 검사에 대한 보고일은 보고서 작성일을 의미하는데 이는 특정인에게 보고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환자의 진료와 관련된 의료인이 공유한다는 의미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러나 갑상선 미세침 흡인 검사를 실시함에 있어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는, 영상의학과에서 초음파로 병변을 확인한 후 세포를 뽑고 병리과로 보내준 후[검체 접수] 접수된 검체에 대한 도말슬라이드를 검체 접수 당일 또는 그 다음날 제작하고[검체 처리], 검체를 접수한 다음날 현미경으로 검경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슬라이드 제작] 슬라이더 제작일 또는 그 다음날 제작된 슬라이드를 판독의에게 전달[판독의 검경 및 진단]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사실, 그런 업무 처리 절차에 따라 처리하는 결과 검체 접수를 한 당일에 검사 결과 보고서가 작성되지는 않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김 씨에 대한 갑상선암 진단 확정을 위해 조직검사에 대한 현미경 소견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미세침 흡인 검사 또는 혈액 검사에 대한 현미경 소견은 반드시 그 기초가 돼야 하고, 싸이로글로블린이 갑상선 자극 호르몬에 의해 분비되는 갑상선 특이 단백이기는 하지만 혈액 내에서의 그 수치 증가는 갑상선 종양 외에 그레이브스병, 하시모토염 등의 질병에서도 나타나는 것이어서 수치 증가에 기초한 싸이로글로블린 평가 결과를 약관에서 정한 혈액검사에 대한 현미경 소견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며, 진단의가 스스로의 판단하에 미세침 흡인 검사 결과를 보고받지 않은 상태에서 검체 접수일을 진단일로 소급해 특정하는 것은 '암의 진단 확정'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 있어서 보험사고일의 특정을 불분명하거나 주관적인 기준에 의해 결정하는 것이 될 수 있어 오히려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며 「김 씨에 대한 갑상선암의 진단 확정은 진단서 기재에도 불구하고 김 씨에 대한 미세침 흡인 검사 결과에 관한 세침 흡인 세포 보고서가 보고된 2013년 4월 16일 또는 그 이후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김 씨는 보험계약의 보험기간 내에 약관에서 정한 조직 검사, 미세침 흡인 검사 또는 혈액 검사에 대한 현미경 소견을 기초로 갑상선암의 확정 진단을 받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갑상선 글로불린(Thyroglobulin) 즉 티로글로불린은 갑상선 세포나 갑상선암 세포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갑상선 자극 호르몬에 의해 분비되는 갑상선 특이 단백)입니다. 이것은 체내 갑상선 조직에서만 생성됩니다. 갑상선 인근의 정상 림프절에는 갑상선 글로불린이 없지만, 갑상선암이 전이된 림프절에서는 갑상선 글로불린이 검출됩니다. 갑상선 글로불린 검사(TG)는 미세침 흡인 세포 검사(FNAC)처럼 가는 바늘을 이용해 세포를 채취하는 검사 방법이며, 이때 얻은 세포와 체액을 식염수로 희석해 혈액 검사를 하는 방식으로 혈중 티로글로불린의 양(수치)을 측정합니다. 갑상선 글로불린 평가 결과로도 갑상선암을 진단할 수 있고, 또 이 검사는 갑상선암 치료를 모니터링 하는데도 자주 이용됩니다.
티로글로불린이라는 단백질은 '암 존재 여부를 파악하는 단서가 되는 물질(= 종양 표지자)이지만, 이것은 암세포에서만 생성되는 물질은 아니기 때문에 종양이 없더라도 주변의 다른 여러 조건에 의해 종양 표지자 농도의 증가로 나타날 수 있으므로 믿을 만한 암 진단 방법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또 환자마다 종양의 발생 및 진행 과정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종양이 있는데도 종양 표지자의 농도가 높지 않은 환자들이 있을 수 있고 이런 환자들의 경우에는 이러한 표지자만으로 암을 적시에 진단할 수 없다는 한계점이 있습니다.
과거 보험 약관에는 암의 진단 확정 방법에 대해 조직 검사 또는 혈액 검사로 국한돼 있었을 뿐이므로, 미세침 흡인 검사는 암 진단 확정 방법 중의 하나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암의 진단 확정 방법에 미세침 흡인 검사가 보험 약관에 포함된 것은 2002년 6월 28일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을 통해 이뤄졌는데, 당시 이를 보험 약관에 포함하게 된 배경은 갑상선암의 경우 수술 전 시행하는 미세침 흡인 검사에서 100%에 가까운 진단 일치율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미세침 흡인 검사가 암의 진단 확정 방법에 편입된 이후에는 나아가 미세침 흡인 검사(FNAB) 외에 미세침 흡인 세포 검사도 의학적으로 동일한 효과를 갖는 암 진단 방법이라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판결은 미세침 흡인 세포 검사 결과에 관한 세침 흡인 세포 보고서가 보고된 날을 암 진단 확정일로 본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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