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심신박약 상태에 있는 발달장애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생명보험계약은 무효

발달장애/대뇌 손상

글 : 임용수 변호사


심신박약의 발달장애인이 사망할 때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보험계약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상법 제732조는 심신상실자 또는 심신박약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은 무효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심신박약 상태의 발달장애인이 사망하면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한 보험계약은 상법에 위반돼 무효라는 취지입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알려 드리고 해설합니다.

지적장애 1급의 발달장애인인 최 모 씨의 어머니인 신 모 씨는 2012년 5월 '발달장애인 의료실비보험 가입 가능해진다'라는 제목의 신문 기사를 보고 신문 기사에 표시된 우리아이 보험센터로 연락해 보험 가입을 문의했습니다. 보험센터 보험모집인이었던 서 모 씨는 장애진단서, 소견서, 계약자 및 피보험자 인적사항 등 보험 가입에 관한 필요 서류 및 절차 등을 이메일로 설명했습니다. 

신 씨는 장애진단서와 소견서 등 필요한 서류를 팩스로 보냈고, 서류를 받은 서 씨는 신 씨 대신 자신이 서명을 한 보험 가입 신청서 등 서류를 엘아이지손해보험에 보내 계약이 체결됐습니다. 한달 뒤인 7월 최 씨는 폐렴으로 응급실에 입원했고, 신 씨는 엘아이지손해보험에 보험금 지급을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엘아이지손해보험은 "계약 체결 전에 최 씨가 이미 폐렴, 패혈증 등으로 진단 및 치료받은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며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습니다. 얼마 뒤 최 씨는 폐렴이 재발해 사망했습니다. 최 씨의 부모인 신 씨 등은 "과거 병력을 알려야 한다는 설명 등을 전혀 듣지 못했다"며 사망보험금과 치료비 등 2540여만 원을 달라며 소송을 냈습니다. 엘아이지손해보험은 계약전 알릴의무 위반 주장뿐 아니라 "심신박약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은 상법 규정에 어긋나 무효"라는 주장도 하며 맞섰습니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민사13단독 황형주 판사는 최 씨의 부모가 엘아이지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보험사는 최 씨의 사망보험금을 뺀 실손의료비 등 480여만 원만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습니다.1)
황 판사는 판결문에서 「보험계약 중 심신미약자 또는 심신박약자인 최 씨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부분은 상법 제732조 규정을 위반해 무효이므로 신 씨 등은 최 씨의 사망을 이유로 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질병 사망보험 부분은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가 된 것이지 엘아이지손해보험의 보험모집인 때문에 무효가 된 것이 아니다」라며, 「보험모집인이 강행법규 위반에 대해 설명을 하지 않았더라도 보험모집인의 과실과 신씨 등이 사망보험금을 받지 못했다는 것과는 상당인과관계가 없어 손해배상 책임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황 판사는 「다만 보험모집인이 보험계약 당시 보험계약자에게 특별약관 내용을 설명할 의무가 있는데, 신 씨로부터 보험 관련 서류에 자필서명조차 받지 않은 점에 비춰볼 때 설명 의무를 이행했다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엘아이지손해보험은 사망보험금을 제외한 실손의료비, 질병 입원 일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상법 제732조는 발달장애인 등 심신박약자들의 보험 가입을 막는다는 장애인 단체 등의 지적이 있어왔습니다. 이에 따라 상법이 개정됐고, 현재는 심신박약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하거나 단체보험의 피보험자가 될 때 생명보험의 피보험자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하급심 판결 중에는 ① 피보험자가 보험계약 당시 알코올 의존증으로 인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 있었다면, 그 보험계약은 심신박약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계약으로서 무효라고 판단한 사례,2) ② 피보험자가 보험계약 당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이 상당히 제한되는 심신박약 상태였다면, 그 보험계약은 무효이므로 피보험자가 기도원에서 사망했더라도 보험회사는 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시한 사례3) 등이 있습니다.

여기서 심신박약이란 어떠한 심신장애로 말미암아 사물의 옳고 그름이나 좋고 나쁨을 가릴 능력 또는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것을 말합니다. 상법 제732조는 15세 미만자, 심신상실자 또는 심신박약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은 무효로 하되, 다만 의사능력이 있는 심신박약자가 보험계약자로서 보험계약을 체결하거나 단체보험의 피보험자로 될 경우에는 무효가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판단능력이 온전하지 못한 이들을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입니다. 

보험계약이 무효로 된 경우 보험회사는 보험료 지급을 청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미 수령한 보험료는 부당이득에 해당하므로 보험계약자에게 반환해야 합니다. 심신박약자 등을 피보험자로 하는 사망보험계약을 무효로 하는 상법 제732조의 규정은 상해보험이나 질병보험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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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4월 20일
  • 1차 수정일 : 2020년 8월 7일(재등록)

1) 대구지법 포항지원 2014. 7. 8. 선고 2013가단302288 판결. 
2) 대전지법 논산지원 2015. 12.  10. 선고 2015가단20042 판결. 
3) 서울중앙지법 2015. 7. 7. 선고 2013가단333978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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