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고지의무 위반이 착오를 일으킨 경우라도 보험회사는 민법에 따라 보험계약 취소 못해

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사가 보험 가입자의 고지의무 위반으로 착오를 일으켜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 민법상 착오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보험 가입자의 고지의무 위반이 보험사에게 착오를 일으키게 했다는 사정만으로는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보험계약의 해지 외에 별도로 민법에 따라 보험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이번 판결은 고지의무 위반에 착오가 개재된 경우 보험사가 민법의 착오에 관한 규정에 따라 보험계약을 취소할 수 없고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이므로 앞으로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법원은 착오에 관한 것은 아니지만 보험 가입자의 고지의무 위반이 사기에 해당하는 경우 보험사는 보험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소식을 전하고 해설합니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민사2단독 류경은 판사는 뇌경색증 환자인 김 모 씨가 엠지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엠지손해보험은 김 씨에게 500만 원을 지급하라"며 김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1)

​류 판사는 「엠지손해보험은 '보험 가입 이전인 2005년의 치매 진단은 가입 당시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한 것이므로 상법 제644조에 따라 보험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하지만, 김 씨가 두통 및 어지럼증으로 동국대학교일산병원을 처음 방문한 것은 2005년이 아니라 보험계약 체결 이후인 2008년 10월이고, 당시에는 인지기능 개선제 처방을 원해 한 차례 약물을 처방했던 것에 불과했으므로, 보험계약 체결 이전 김 씨가 치매 또는 뇌졸중 진단을 받았음을 전제로 한 엠지손해보험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엠지손해보험은 '김 씨가 보험계약 체결 전 장기간 고혈압 약 등을 복용해 왔음에도 이를 고지하지 않았으므로, 이는 사기에 의한 계약에 해당하므로, 민법 제110조에 따라 보험계약을 취소한다'고 주장하지만, 엠지손해보험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보험계약이 김 씨의 뚜렷한 사기 의사에 의해 체결됐다는 점을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나아가 「엠지손해보험은 '김 씨의 고지의무 위반으로 착오를 일으켜 보험계약을 체결했으므로, 민법 제109조에 따라 보험계약을 취소한다'고 주장하지만, 고지의무 위반이 보험회사로 하여금 착오를 일으키게 했다는 사정만으로 상법 제651조에서 정한 보험계약의 해지 외에 별도로 민법 제109조에 따라 보험계약을 취소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김 씨는 보험 가입 이전인 2007년 1월부터 지속적으로 고혈압 치료 약물을 복용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보험 가입시 보험 청약서 고지의무 사항에 있는 '최근 5년 이내에 고혈압으로 의사로부터 진찰 또는 검사를 통해 진단을 받았거나 치료, 투약, 입원, 수술, 정밀검사를 받은 적이 있습니까? … 고혈압 …', '최근 5년 이내에 의사로부터 진찰, 검사를 받고 그 결과 입원, 수술, 정밀검사를 받았거나 계속해 7일이상 치료 또는 30일이상 투약을 받은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모두 '없다'라고 표시했습니다.

김 씨는 2014년 7월 동국대학교일산병원에서 혈관성 치매, 뇌전동맥의 혈전증에 의한 뇌경색증 등 진단을 받은 뒤 엠지손해보험에게 약관에 따른 뇌졸중 진단비를 청구했으나,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하자 엠지손해보험을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민법 제109조 제1항 본문은 '의사표시는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는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착오로 인한 의사표시). 고지의무 위반에는 언제나 보험사 측의 착오가 수반됩니다. ​

보험 가입자의 고지의무 위반으로 보험계약이 해지된 경우 고지의무 위반 사실이 보험사고의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이 증명된 때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는 반면(상법 제655조 단서), 고지의무 위반에 수반된 민법상 착오를 이유로 보험사가 그에 따라 취소권을 행사하게 되는 경우에는 보험계약의 효력이 소급적으로 소멸하게 되고 고지의무 위반과 보험사고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 존부와 상관 없이 보험사는 언제나 보험금 지급 책임을 지지 않게 됩니다. ​또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계약 해지의 경우 보험사의 해지 기간을 제한하고 있는 반면(상법 제651조) 민법상 착오에 의한 취소권은 취소 기간에 제한이 없습니다. ​


그런데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보험사의 착오 자체를 상법상 고지의무 위반과 별개로 평가해 민법 제109조에 따라 보험계약의 취소를 인정하는 것은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보험사의 해지 기간을 제한하는 상법 제651조의 취지와 고지의무 위반과 보험사고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을 경우에만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책임을 면하게 되는 상법 제655조의 취지에 명백하게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따라서 고지의무 위반이 보험사 측에 착오를 일으키게 했다는 사정만으로 상법 제651조에서 정한 보험계약의 해지 외에 별도로 민법 제109조에 따라 보험계약을 취소할 수는 없다고 풀이됩니다. 

​대법원은 고지의무 위반이 사기에 해당하는 경우 보험사는 상법 규정에 의해 계약을 해지할 수 있음은 물론 보험계약에서 정한 취소권 규정이나 민법의 일반원칙에 따라 보험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2) 그러나 고지의무 위반에 수반된 보험사의 착오가 있는 경우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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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4월 20일
  • 1차 수정일 : 2020년 8월 6일(재등록)

1)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16. 5. 12. 선고 2015가단86639 판결.
2) 대법원 1991. 12. 27. 선고 91다1165 판결, 대법원 2017. 4. 7. 선고 2014다234827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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