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폐질환 의심 소견도 진단서나 소견서 발급 없으면 고지의무 위반으로 계약 해지 안돼


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 가입 전 엑스레이 촬영 결과 우측 폐의 음영 이상 소견을 받고 흉부 CT 검사를 권유받은 사실이 있었더라도 의사로부터 진단서나 소견서를 발급받은 적이 없다면, 보험사는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뉴스를 전하고 해설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7부[재판장 예지희 부장판사]는 조 모 씨가 동양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동양생명의 항소를 기각하고 "동양생명은 5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한 1심 법원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1)

조 씨는 동양생명에 자신의 아버지를 피보험자로 하고 아버지의 사망 시 5000만 원을 지급받는 내용의 보험 상품에 가입했다. 보험 가입일로부터 1년이 지난 뒤 조 씨의 아버지는 폐암으로 사망했다.

조 씨가 사망보험금을 청구하자 동양생명은 조 씨 측의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보험계약 해지를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고, 조씨는 동양생명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먼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는 상법 제651조에서 정한 '중요한 사항'이 있는 경우 이를 보험계약의 성립 시까지 보험사에게 고지해야 하고, 고지의무 위반 여부는 보험계약 성립 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2010다78135)을 인용했다.


이어 「개인인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로서는 어떤 내용이 고지의무의 대상인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보험사가 서면으로 질문한 사항은 중요한 사항으로 추정되는데 동양생명이 계약 전 알릴 의무 사항의 서면에 "질병 의심 소견이란 의사로부터 진단서 또는 소견서를 발급받은 경우를 말합니다"라고 명시함으로써 질병 의심 소견의 의미를 스스로 한정했으며, 조 씨의 아버지는 보험계약 성립 시까지 진단서나 소견서를 발급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 씨나 조 씨의 아버지가 보험계약 성립 시까지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지 않았다고는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으므로, 고지의무 위반을 전제로 하는 동양생명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보험 청약서 '계약 전 알릴의무 사항'에 기재된 『진찰 또는 검사란 건강 검진을 포함하며, 질병 의심 소견이란 의사로부터 진단서 또는 소견서를 발급받은 경우』를 말한다.

그런데 판례 중에는 예컨대, 보험계약 체결일부터 약 9일전에 병원으로부터 흉부 영상 검사 및 혈액 검사를 통해 폐암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을 받은 후 3차 의료기관(종합병원)으로부터 외래진료를 받고 추후 정밀검사를 받을 것을 예정하고 있었음에도, 보험계약 청약시 '최근 3개월 이내에 의사로부터 진찰 또는 검사를 통해 질병 의심 소견을 받은 사실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했다면,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다. 이는 '진단서' 또는 '소견서'라는 명칭의 서면을 별도로 발급받은 경우뿐만 아니라 의무기록 중에 진단 또는 소견이 기재돼 있다면 질병 의심 소견을 발급받은 것으로 본다는 취지다.2) 

또 환자(피보험자)가 병원에서 종합건강 검진 결과 "폐내 결절" 의증 진단을 받고 감별 진단 및 변화를 보기 위해 3개월 후 추적 검사를 권유받았는데, 보험계약 체결 시 "계약 전 알릴의무 사항"으로 최근 3개월 이내에 진찰 또는 검사를 통해 "질병 의심 소견"을 받은 적이 있는지, 있다면 그 내용을 자세하게 기재할 것을 요구하는 서면에 "질병 의심 소견"에 체크를 했고 유방암 전력을 고지했으면서도 폐내 결절은 기재하지 않았던 경우, 폐내 결절은 고지의무의 대상인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고 이를 보험사에게 고지하지 않은 것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라 봐야 한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다.

심지어 어떤 사례에서는 환자(피보험자)가 응급실에서 진단받지 않은 치료의 경우 담당의로부터 진단서나 소견서를 발급받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보험계약 체결 시에 보험자에게 고지해야 할 중요한 사항인 '질병 의심 소견'에 해당하거나 이에 준하는 것으로서, 이를 미리 보험사에게 알리지 않음은 물론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 것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고지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것도 있다. 즉 진단서 등의 발급 여부 등과 무관하게 그 자체로 보험사에게 알려야 할 중요사항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유사한 사례는 더 있다. 환자(피보험자)가 보험계약 체결 당시 의사로부터 급성 신부전에 대한 별도의 진단서 또는 소견서를 발급받은 사실을 인정할 자료가 제출된 바는 없지만,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위가 급성 심부전이 의심된다는 질병 의심 소견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볼 개연성이 상당하고, 환자가 급성 신부전 의증 소견을 받은 지 불과 1~3개월 내에 보험계약을 체결했으며, 보험계약을 체결한 지 2개월 내지 4개월 이내에 환자가 사망했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보험계약자가 계약 전 알릴 사항에서 질병 의심 소견을 받은 적 없다고 표시한 것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고지 사항을 알리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다.  

또한 환자(피보험자)가 건강 검진 결과 상세불명의 유방의 악성 신생물, 오른쪽[의증] 등의 질병 의심 소견을 받고 재검진 및 정밀검사를 받을 것을 권유 받았고, 이런 검사 결과를 전제로 '실손의료비라도 받자'는 의미에서 그리고 곧이어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질병 의심 소견을 받았음에도 이를 질문지에 표시하지 않았다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중요한 사항에 대해 고지하지 않은 것이라고 판시한 것이 있다. 해석상 다툼의 여지가 있는 사례다.

 LAWPIPL.COM
  • 최초 등록일 : 2018년 4월 6일
  • 1차 수정일 : 2020년 8월 3일(재등록)

1)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1. 28. 선고 2015나42901 판결.
2) 하급심 판결 중에는 의료법 등 관련 법령에서 진단서 및 소견서에 관한 명확한 정의 규정을 두지 않고 있어 이를 엄격하게 제한 해석할 근거가 없으며, 따라서 가령 영유아건강검진 결과통보서에 의사가 진찰한 결과가 기재돼 있는 이상 이를 진단서 또는 소견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