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고온의 찜질방서 장시간 잠을 자다 화상 입고 횡문근융해증으로 사망 했다면 상해사망 보험금 지급해야


글 : 임용수 변호사


찜질방 수면실에서 잠 자던 중 화상을 입고 횡문근 융해증으로 사망했다면 약관에서 정한 상해사망에 해당하므로, 보험사는 유족들에게 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뉴스를 전하고 해설합니다. 

백 모 씨는 2005년 4월 삼성화재에 피보험자를 백 씨, 사망보험금 수익자를 법정상속인으로 하고, 상해사망 등을 담보사항(평일 사망시 1억 원)으로 한 상해보험에 가입했습니다. 

​백 씨는 보험 가입 후 8년이 지난 2013년 4월 밤 11시경 강릉시에 있는 한 찜질방 수면실에서 잠을 자던 중, 다음날 오후 8시 의식이 불명하고 왼쪽 팔과 다리에 표재성 화상을 입은 상태로 발견돼 병원 응급실로 후송됐고, 바로 인공소생술을 시행했지만 결국 밤 11시 50분쯤 사망했습니다. 

백 씨에 대한 부검은 이뤄지지 않았고, 병원에서 실시한 백 씨의 혈액 검사상 각종 수치가 상승됐는데, 그 원인으로 횡문근 융해증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이 횡문근 융해증이 사망의 직접 원인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횡문근 융해증이란 근육으로의 에너지 공급이 수요에 비해 충분하지 않을 때 괴사가 일어나고 이로 인해 생긴 독성 물질이 순환계로 유입되는 것으로, 이 독성이 신장의 필터 장치를 막게 되고 신장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급성 세뇨관 괴사나 신부전증을 일으키게 되는 증상입니다. 

횡문근 융해증은 근육 손상을 입거나 오랫동안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 고온 환경에서 과도하게 운동하는 경우 등에 발생하는데, 백 씨의 경우 의식 소실로 자세 변화 없이 화상을 유발할 정도의 뜨거운 바닥이 있는 곳에서 한 쪽 근육이 오랫동안 눌려 있어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백 씨는 평소 고혈압성 심장병, 인슐린 비의존 당뇨병, 만성 신장질환 등으로 치료받은 경력이 있었습니다. 백 씨가 사망할 때 보인 저혈당 증상은 당뇨병 치료 중 흔하게 발생하는 부작용인데, 저혈당이 지속되는 경우 뇌로 전달되는 포도당의 부족으로 인한 의식 저하가 발생할 수 있으며 심하게 오래 지속되는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백 씨가 복용하던 당뇨병 약인 온글라이자정 2.5mg과 메트포민 500mg은 보통 저혈당을 잘 일으키지 않고 드물게 저혈당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신부전증이나 장기간의 식사 섭취 부족, 알코올 섭취 등이 동반돼 있었다면 저혈당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백 씨의 유족들은 '백 씨가 화상에 의한 횡문근 융해중이라는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사망했다'며 삼성화재를 상대로 보험금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이에 대해 삼성화재는 '고혈압, 당뇨병 등 지병으로 저혈당 쇼크가 발생해 의식이 소실됐고 화상은 의식 소실에 따른 이차적 피해일 뿐이므로 백 씨의 사망은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서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다퉜습니다.

대구지법 민사4부(재판장 남근욱 부장판사)는 숨진 백 씨의 유족들이 삼성화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삼성화재의 항소를 기각하고 "삼성화재는 유족들에게 1억 원을 지급하라"며 유족들의 손을 들어준 판결한 1심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1)
재판부는 먼저 '외래의 사고'란 사망의 원인이 피보험자의 신체적 결함 즉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 등에 기인한 것이 아닌 외부적 요인에 의해 초래된 모든 것을 의미하고, 사망에 가공한 외적 요인이 중대하거나 직접적인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백 씨에게 질병 또는 체질적 요인이 있었다 하더라도 '외래의 사고'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2006다72734)을 인용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백 씨의 경우 자세 변화 없이 화상을 유발할 정도로 뜨거운 바닥에 한쪽 근육이 몇 시간 이상 동안 눌림으로써 횡문근 융해증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고, 백 씨의 화상은 체표 면적의 10%에 해당하고, 화상이 횡문근 융해증의 원인인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대한의사협회의 회신을 통해 명확히 확인했습니다.


​또 「주변 온도가 올라간 상태에서 심혈관계가 적응하지 못하거나 적절한 수분 섭취가 이뤄지지 않아 사망할 경우 열증후군에 의한 사망으로 보고, 전해질 장애, 혈소판 감소, 용혈, 전신내 혈관내 응고증, 골격근 분해, 미오글로빈뇨, 급성 세뇨관사 등이 있을 수 있는데, 이는 횡문근 융해증의 증상과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직접적이고 중요한 사망 원인은 백 씨가 체표의 10%에 해당하는 부분에 화상을 입을 정도로 고온인 찜질방에서 장시간 잠을 잤다는 외부적 요인이다」라며 「그로 인해 화상이 발생했고, 결국 횡문근 융해증이 원인이 돼 사망한 것으로 봐야 하므로, 백 씨의 사망은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인한 것이다」라고 판시했습니다.

​이어 「병원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만으로는 백 씨에게 발견된 당뇨병 등으로 인한 저혈당 증상이나 그 증상들로 인한 의식 소실이 주요한 사망 원인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앞서 1심도 "설령 백 씨의 지병이 단계적 또는 중첩적인 원인의 하나로 작용해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에 기여했다고 가정하더라도 화상이라는 외래의 우연적 사고와 그 결과인 횡문근 융해증으로 인한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고, 약관에 달리 정하는 바가 없는 이상, 여전히 삼성화재는 보험금 지급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판결 중에는 수면 유도제를 복용한 후 샤워를 하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화상을 입고 횡문근 융해증이 발생했다고 인정한 사례, 물리치료(심층열 치료와 표층열 치료)가 횡문근 융해증의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고 판시한 사례 등이 있습니다. 


횡문근은 신체의 움직임을 위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가로무늬 근육을 말합니다. 이 근육을 고강도 운동으로 자극을 주게 되면, 에너지 소모량이 증가하는데 이때 근육으로 공급돼야 할 에너지가 부족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고강도의 운동으로 인해 근육의 수축과 팽창이 반복되다 보면 근육 세포막이 손상될 수 있습니다. 이때 손상된 세포막에서 마이오글로빈, 칼륨, 칼슘 등이 방출돼 체액으로 유입되면서 신장이나 심장 등에 문제를 일으키는 증상이 횡문근 융해증입니다. 급성 세뇨관사나 신부전증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으로서, 손상된 근육 세포에서 퓨린과 칼륨이 분비돼 심한 고요산 혈증, 고칼륨 혈증 등이 나타납니다.

횡문근 융해증의 원인은 크게 외상성 요인(고강도 운동 등)과 비외상성 요인(알코올 및 약물 남용, 간질 발작, 고열 또는 열사병 등)으로 분류됩니다. 국내 연구에 의하면 횡문근 융해증의 원인은 외상성 근손상(62%), 알코올 남용(6%), 간질 발작(6%), 쇼크(4%), 대사성 장애(4%), 감염(4%)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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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4월 6일
  • 1차 수정일 : 2020년 8월 4일(재등록)

1) 확정된 판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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