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운반 트럭서 철재 상자 하차 작업중 추락은 면책사유인 직무상 사고 해당 안돼, 보험금 줘라

글 : 임용수 변호사


운반 트럭 위에 올라가 철재 상자를 내리던 작업을 하던 중 운반 트럭 밑으로 떨어진 사고는 보험금 지급 면책 사유인 직무상 사고가 아니므로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제조 공장과 건설 현장 사이를 오가며 철근 운반 및 상하차에 사용된 운반 트럭은 보험사 면책 약관에서 정한 토목 작업장 등의 구내에서 사용되는 교통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보험금 지급 사유로 봐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알려 드리고 해설합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6단독 이규홍 판사는 안 모 씨가 우체국보험(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대한민국은 안 씨에게 2130만 원을 지급하라"며 안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1)

안 씨는 2013년 11월 아침 한 신축 공사장 내에서 항타기2) 오거3) 부속 자재인 철재 상자를 운반 트럭 위에서 내리는 작업을 준비하던 중 운반 트럭 운전기사가 적재함 및 덮개를 개방하는 바람에 철재 상자와 함께 운반 트럭 밑으로 떨어져 철재 상자에 몸이 끼였습니다. 

​이 사고로 왼쪽 넓적다리뼈(넙다리뼈)가 부러지는 등 상처를 입은 안 씨는 수술을 받았으나 결국 왼쪽 엉덩관절, 무릎관절, 발관절의 운동 가능 범위가 0도로서 그 운동 기능을 완전히 잃어 장해등급분류표 제2급 제3호의 장해 상태가 됐습니다. 

사고 발생일부터 약 9개월이 지난 뒤 안 씨가 교통재해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우체국(대한민국)은 이 사고가 하역 작업을 하는 동안 발생한 직무상 사고로서 교통재해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안 씨에게 보험금 부지급 처리를 고지했습니다. ​


이 판사는 「운행이란 사람 또는 물건의 운송 여부에 관계없이 자동차를 당해 장치의 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 사고는 운반 트럭의 운전기사와 함께 철재 상자 하차 작업을 하다가 발생한 사고로서, 운반 차량의 용법에 따라 사용하던 중 발생한 사고에 해당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한민국은 안 씨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약관 별표에서 보험금 지급 면책 사유를 규정한 취지는 토목 작업장 등의 사업장들이 일반도로에 비해 위험도가 높고 또 그 현장 내부에서 사용하는 교통 기관에 대해서는 일반도로를 통행하는 교통 기관과 보험사고의 성질이 다르며, 그 교통 기관에 직무상 관계하는 자의 직무상 사고는 산재보험 등 그 사업장과 교통 기관의 특성에 맞는 다른 보험에 의해 위험을 담보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항타기는 약관 면책 규정에서 정한 토목 작업장 등의 '구내에서 사용되는' 교통 기관에 해당하지만 안 씨의 직업은 장비의 운반을 업으로 하는 '장비 설비공' 혹은 '도비공'일 뿐으로, 항타기 작동 등과는 무관해 계속적으로 당해 교통 기관(항타기)의 운행, 작동 등으로 인한 위험에 노출돼 있는 자라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운반 트럭은 제조 공장과 건설 현장 사이의 철근 운반 및 상하차에 사용된 것일 뿐 면책 규정에서 정한 토목 작업장 등의 '구내에서 사용되는' 교통 기관이 아니므로 이 사고를 직무상 사고로 볼 수 없다」며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안 씨에게 장해연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장해연금은 '장해 상태가 됐을 때'부터 지급돼야 하는 것이므로 문언 해석상 장해 상태가 된 2013년부터 지급되는 것이 타당하지만, 장해 급부금은 제1, 2급의 장해 상태에 해당하는 장해연금을 초과할 수 없음이 분명하므로 그 지급을 거절하는 대한민국의 주장은 이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보험사들은 보험 약관 별표에 교통재해분류표를 두고 있는데, 그 표 안에 교통사고일지라도 『공장, 토목 작업장, 채석장, 탄광 또는 광산의 구내에서 사용되는 교통 기관에 직무상 관계하는 피보험자의 그 교통 기관으로 인한 직무상 사고는 교통사고로 보지 않는다』는 면책 사유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판례 중에는 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화물 차량 적재함에 올라가 철근을 올리는 작업을 하던 중 차량에 설치된 크레인을 이용해 적재하던 철근에 밀려 적재함에서 떨어지는 사고는 면책 규정이 적용되는 사고가 아니므로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 판결과 마찬가지로 화물 차량이 제조 공장과 건설 현장 사이의 철근 운반 및 상하차에 사용된 것이라면 면책 규정에서 정한 토목 사업장 등의 '구내에서 사용되는' 교통 기관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였습니다.

적재함에서 하차 작업 중 추락

또한 피보험자가 건설 현장에서 가변형 트랙터 화물 차량의 적재함에 실려 있던 철재 교각을 내린 후 적재함의 길이를 줄이기 위해 적재함 뒷바퀴를 고정한 채 적재함에 들어가 화물 차량을 후진하던 중 적재함 사이에 끼여 흉부의 외상 등을 입고 사망한 사건에서, 제조 공장과 건설 현장 사이의 건설 자재 운반 및 상·하차에 사용되는 것으로서 사고 현장에 일시적으로 머무르는 데 불과한 화물 차량은 토목 작업장 등의 '구내에서 사용되는' 교통 기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한 판결도 있습니다. 

반면 이미 타설(콘크리트를 부어 넣음)한 레미콘의 품질을 시험하고 있다가 레미콘 타설을 위해 후진 중이던 콘크리트 믹서트럭에 치어 사망한 사고는 직무상 사고이므로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이유가 없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습니다. 토목 작업장 등의 구내에서 사용된다고 할 때 그 의미를 고정 사용 혹은 상시 사용과 같이 굳이 좁혀서 해석해야 할 근거가 없다는 취지였습니다. 

​유사한 사안들임에도 불구하고 개별 사안마다 판사의 가치관이나 지식, 경험, 배경 여하에 따라 판시 내용이 각기 엇갈리고 있으므로, 어떤 일관성 있는 판결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약관 해석의 원칙 등 보험법리를 잘 살펴보면 어떤 판결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세한 보험법리에 대해서는 임용수 변호사의 저서인 『보험법 제3판』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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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4월 27일
  • 1차 수정일 : 2020년 8월 9일(재등록)

1) 확정된 판결입니다.
2) 「항타기」란 '말뚝 따위를 땅에 박는 기초 공사에 쓰이는 기계'를 말합니다.
3) 「오거」란 '땅을 파는 나사 모양의 큰 송곳'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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