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주를 안 마신다는 이유로 주먹질과 반격 |
글 : 임용수 변호사
신경계의 장해로 두 가지 이상의 파생장해를 얻었다면 모든 파생장해의 후유장해 지급률을 합산한 후유장해 지급률과 신경계의 장해로 인한 후유장해 지급률을 비교한 뒤 그 중 높은 지급률을 적용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소식을 전하고 해설합니다.
김 씨는 2005년 11월 피보험자를 자신의 아들 한 모 씨로 정하고 상해로 인한 후유장해 등을 보장하는 상해보험 상품에 가입했습니다. 2009년 6월 한 씨는 인천 남구의 한 호프집에서 폭탄주를 안 마신다는 이유로 친구 지 모 씨를 먼저 주먹으로 때렸다가 지 씨의 반격에 머리 부위를 다치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이 사고로 김 씨의 아들은 결국 사지 마비, 외상성 뇌손상 등의 후유장해를 입었습니다. 후유장해란 질병이나 상해 등의 원인으로 인해 치료 후에도 질병이 완치되지 못하거나, 이전과 같은 노동력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김 씨가 가입한 보험 약관에는 보장 금액의 지급률에 대한 기준을 정해놓고 있었는데, 아들 한 씨가 입은 후유장해의 지급률은 95%(= 견관절 장해 10% + 손목관절 장해 5% + 발목관절 장해 10% + 손가락 장해 10% + 좌측 청력장해 25% + 사지 운동기능저하 35%)에 해당했습니다.
약관에서는 후유장해 지급률의 산정에 관해 '같은 사고로 두 가지 이상의 후유장해가 생긴 경우에는 후유장해 지급률을 합산해 적용하고, 다만 장해분류표의 각 신체 부위별 판정 기준에서 별도로 정한 경우에는 그 기준에 따릅니다'라고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또 약관 장해분류표 총칙은 '하나의 장해가 관찰 방법에 따라서 장해분류표상 2가지 이상의 신체 부위 또는 동일한 신체 부위에서, 하나의 장해에 다른 장해가 통상 파생하는 관계에 있는 경우에는 각각 그 중 높은 지급률만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었고, 장해분류별 판정 기준 중 신경계·정신행동 장해에 관한 장해 판정 기준에 의하면 '신경계의 장해로 발생하는 다른 신체 부위의 장해(눈, 귀, 코, 팔, 다리 등)는 해당 장해로도 평가하고 그 중 높은 지급률을 적용한다'고 규정돼 있었습니다.
가해자 지 씨는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흉기 등 상해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 6월이 확정됐습니다. 이후 김 씨는 아들 한 씨가 가입한 현대해상에 보험금을 신청했으나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습니다.
대법원은 「한 씨의 운동장해는 이 사고로 인한 뇌손상 및 편마비에 기인한 것으로서 신경계 장해 판정 기준에서 정한 '신경계의 장해로 발생하는 다른 신체 부위의 장해'에 해당하고, 만일 그렇다면 장해분류표를 포함한 약관에 따라 후유장해 지급률은 신경계 장해로 인한 후유장해 지급률 35%와 그 파생장해에 해당하는 운동장해인 견관절, 손목관절, 발목관절, 손가락의 각 후유장해 지급률을 합한 35% 중 높은 지급률인 35%를 신경계 장해와 운동장해에 관한 후유장해 지급률로 적용하고, 여기에 청력장해의 후유장해 지급률 25%를 더해 60%로 산정함이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2)
이어 「이와 달리 원심은 이런 사정을 제대로 살피지 아니한 채, 신경계 장해, 운동장해, 청력장해의 각 후유장해 지급률을 모두 단순 합산하는 방법에 의해 이 사고로 인한 김 씨 아들의 후유장해 지급률을 95%라고 잘못 산정한 나머지, 현대해상에게 후유장해 관련 약관에서 정한 지급률 요건 80%를 넘는 후유장해가 발생해 그에 따른 보험금 지급 의무가 있다고 섣불리 단정하고 말았으므로, 이런 원심의 판단에는 약관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앞서 1심과 2심은 한 씨의 신경계 장해, 운동장해, 청력장해의 각 후유장해 지급률을 모두 단순 합산하는 방법으로 후유장해 지급률을 95%라고 산정한 다음 "현대해상은 김 씨에게 1억 444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함으로써 김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이 대법원 판결은 "원심(2심)의 판단에 위법이 없다"면서도 "보험금 산정 방식에 일부 오류가 있다"며 파기환송한 사례입니다. 이후 판기환송 후 사건의 담당 재판부인 서울고법 민사18부(재판장 김인겸 부장판사)는 "현대해상은 1억 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습니다.3)
이 대법원 판결 이후에 나온 대법원 2013다90891 판결은 신경계 장해와 신경계 장해로부터 파생된 각 운동장해를 입은 사안에서 '각 운동장해의 개별 후유장해 지급률과 신경계 장해의 지급률을 병렬적으로 놓고 비교해 그 중 가장 높은 지급률만을 피보험자의 후유장해 지급률로 산정한다'고 판시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어느 신경계의 장해로 인해 서로 다른 신체부위에 2가지 이상의 후유장해가 발생한 경우 그 후유장해 지급률 산정은 먼저 파생된 후유장해의 지급률을 모두 평가해 이를 합산한 다음, 이를 신경계 장해의 지급률과 비교해 그 중 높은 지급률을 신경계의 장해와 거기서 파생된 후유장해들의 후유장해 지급률로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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