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
운전하던 버스에서 내렸다가 버스가 눈길에 미끄러져 뒤로 굴러가 행인을 치어 숨지게 했다면 운전 중 교통사고가 난 경우가 아니므로,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가 판결을 [단독] 소식으로 알리고 해설한다.
- 운전자보험 지급 대상 '운전 중'의 의미는
운전자보험 약관상의 '운전'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의 '운행'보다 좁은 의미로 문언 그대로 '운전자가 운전석에 탑승해 핸들을 조작하거나 조작 가능한 상태'로 해석해야 한다는 취지다.
최 판사는 「구 씨는 약관에서 정한 '운전하던 중'의 의미는 운전자보험의 실효성 측면에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의 '운행'과 같은 의미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약관에서 규정하고 있는 '운전하던 중'의 의미는 그 문언의 기재대로 '도로 여부, 주정차 여부, 엔진의 시동 여부를 불문하고 피보험자가 자동차 운전석에 탑승해 핸들을 조작하거나 조작 가능한 상태'를 말하므로, 피보험자가 버스에서 하차한 후 버스가 눈길에 미끄러져 뒤로 굴러가 행인을 치어 사망하게 한 사고는 약관에서 정하고 있는 '운전하던 중'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어 「구 씨는 이 약관이 보상 범위를 부당하게 좁히는 불공정 약관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약관은 '운전하던 중'을 '도로 여부, 주정차 여부, 엔진의 시동 여부를 불문하고 피보험자가 자동차 운전석에 탑승해 핸들을 조작하거나 조작 가능한 상태'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런 내용은 그 내용이 비교적 명확해 구 씨가 예상하기 어려운 기습 조항이라고 보기 어렵고, 자동차손해배상 보장 제도와 운전자보험 제도의 차이에 비춰 볼 때 '운전하던 중'의 의미를 '운행 중'의 의미에 비해 좁게 해석한다고 해서 그 약관 조항을 불공정 조항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나아가 「구 씨는 버스에 탑승한 상태에서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우지 않고 내린 것이고, 다만 그 결과가 하차 이후에 발생했으므로 약관상의 요건을 충족한다는 취지로 주장하지만, 이 사고는 구 씨가 버스에서 하차한 이후에 발생한 것임이 분명하므로, 가사 그 발생 원인이 구 씨의 탑승 중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보험금 지급 요건은 충족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구 씨가 버스에서 하차한 직후에는 버스는 차량 자체의 제동 시스템에 의해 뒤로 밀리지 않고 정지해 있다가 다소의 시간이 경과한 후에서야 그 제동 시스템이 풀리면서 뒤로 상당한 거리를 밀려간 후 마침 그곳을 지나던 행인을 충격한 것으로 보이므로, 사고 발생 원인이 구 씨가 버스에 탑승한 상태에서 발생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구 씨는 운전 중 교통사고로 타인을 사망케 해 형사상 피의자로 입건된 경우 형사합의 사망지원금 5000만 원 등을 받는 엘아이지손해보험의 생활보장보험에 가입돼 있었고, 일시적으로 하차했어도 넓은 의미의 운전하던 중이라며 보험금 5750만 원의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의 케이스 메모
사건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차량에서 하차한 직후 또는 차량에 승차하려는 도중에 발생한 교통사고가 보험금 지급 대상이 된다거나 안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서해대교 북단에서 다른 차량과 충돌한 직후 자동차 안에서 빠져나온 피보험자가 사고 지점에서 조금 떨어진 3차로 옆의 갓길에 피신해 있다가 충돌된 차량들에서 발생한 화재로 불길과 연기가 갓길까지 미치게 되면서 화상을 입고 그 자리에서 숨진 사건에서, 피보험자의 사망 사고를 차량 탑승 중 교통사고에 포함된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다.
또한 피보험자가 운전석에 탑승하기 위해 운전석 문을 열던 중 다른 차량에 의해 충격당해 사망한 사건에서, 차량 탑승 중이란 탑승한 상태뿐만 아니라 탑승 목적으로 승차하는 도중도 포함된다는 이유로 차량 탑승중 교통재해 사망특약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다.
반면 비교적 최근의 판결 중에는 도로에 세워진 승용차에 승차하기 위해 서 있다가 다른 사람이 운전하던 차량에 충격당해 숨진 사건에서, 차량에 탑승하기 위해 서 있는 경우까지 차량 탑승 중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수 없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다.
또 앞서 언급한 서해대교 북단에서 일어난 교통사고와 유사한 것으로, 광주대구 고속도로에서 피보험자가 운전 중 1, 2차로에 걸쳐 정차하는 선행 사고를 발생시킨 뒤 후행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후행차에 수신호를 하던 중 같은 도로를 운전 중이던 타인의 아반떼 승용차 앞 범퍼 부분에 충격당해 서 있던 곳에서 30m 아래로 추락해 전신 순환 부전으로 사망(후행 사고)한 사건에서, 피보험자가 사망한 후행 사고는 보험계약에서 정한 차량 탑승 중 교통사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사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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