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으로 보험계약 무효 시 수익자가 받은 보험금은 부당이득


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계약이 민법 제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으로 무효라면 보험계약자로서 받은 돈 뿐만 아니라 보험수익자 지위에서 받은 보험금도 모두 보험사에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알려 드리고 해설합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KB손해보험이 이 모 씨를 상대로 낸 계약 무효 확인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일부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1)

재판부는 먼저 「보험계약자가 타인의 생활상 부양이나 경제적 지원을 목적으로 보험사와 사이에 타인을 보험수익자로 하는 생명보험이나 상해보험 계약을 체결해 보험수익자가 보험금 청구권을 취득한 경우, 보험사의 보험수익자에 대한 급부는 보험수익자에 대한 보험사 자신의 고유한 채무를 이행한 것」이라며 「따라서 보험사는 보험계약이 무효이거나 해제됐다는 것을 이유로 보험수익자를 상대로 이미 급부한 것의 반환을 구할 수 있고, 이는 타인을 위한 생명보험이나 상해보험이 제3자를 위한 계약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는 법리를 밝혔습니다.

이어 「앞서 본 법리에 따르면, 보험계약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으로 무효인 이상, KB손해보험은 이 씨가 보험수익자의 지위에서 지급받은 보험금 222만 원에 대해서도 이 씨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KB손해보험이 이 씨를 상대로 보험수익자의 지위에서 받은 222만 원에 대해서는 부당이득 반환 청구를 할 수 없다고 판단했으니, 이런 원심 판단에는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이 무효가 된 경우의 부당이득 반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씨와 이 씨의 가족들은 2010년 1년 동안 간병보험 등 보장 내용 및 성질이 유사한 47건의 보험에 가입했습니다. 이 씨는 2010년 4월 허리뼈 염좌 등으로 15일 입원한 것을 시작으로 2010년 4월부터 2014년 5월까지 수차례 입원 치료를 받으며 KB손해보험으로부터 합계 1037만 원의 보험금을 지급 받았습니다. KB손해보험은 "이 씨가 다수의 보험계약을 통해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했으므로 보험계약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해 무효"라면서 보험계약의 무효 확인과 함께 이미 지급한 보험금의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은 원고승소 판결했습니다. 2심은 보험계약이 무효라고 판단했지만 "보험계약자와 보험수익자가 다른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은 제3자를 위한 계약의 성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보험계약자를 상대로만 보험계약 무효로 인한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 있을 뿐 계약관계가 없는 제3자(이 씨)를 상대로는 부당이득 반환을 구할 수 없다"며 "보험계약자가 이 씨의 배우자에서 이 씨로 변경된 일부 보험계약의 경우, 이 씨가 보험계약자 변경일 이전에 보험계약자가 아닌 보험수익자의 지위에서 받은 보험금 222만 원에 대해서는 이 씨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 청구를 할 수 없다"며 1037만 원에서 222만 원을 뺀 815만 원만 반환하라고 판결(원고일부패소)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이 사건의 경우 대법원까지 가서 법리 다툼을 벌일 만한 사안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보험수익자'란 인보험에서 보험계약에 의해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보험금을 지급받을 자로 지정된 사람을 말합니다. 보험수익자는 보험사고 발생 시 보험금 청구권자가 됩니다.

보험계약자가 당초부터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 보험계약은 처음부터 당연히 무효입니다. 보험계약이 처음부터 무효라면 아예 보험사고가 발생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보험사고가 발생할 수 없는데도 보험사고가 발생했다는 전제하에 보험수익자의 지위에서 보험금을 받았다면 이때의 보험금은 법률상 원인 없이 얻은 이익(부당이득)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보험사는 보험수익자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보험사의 부당이득 반환 채권에 대해서는 상법 제64조가 정하는 상사 소멸시효 기간인 5년이 적용된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2019년 선고된 부산고법 판결도 보험 가입자 측 일가족이 5년에 걸쳐 17개의 보험계약을 체결한 뒤 합계액 3억7천여만 원에 이르는 보험금을 수령했던 사안에서, 보험계약 당시 만 14세였던 피보험자가 체결한 보험이 순수하게 피보험자의 생명, 신체 등에 대한 우연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보험사고를 가장하거나 혹은 상해, 질병의 정도를 실제보다 과장해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하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된 무효의 보험계약라고 본 다음 『피보험자와 피보험자의 모()는 보험금 4,000여만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었다』고 인정하면서도, '부당이득 반환 청구권 중 상사 소멸시효가 완성된 것이 있다'는 보험 가입자 측의 항변을 받아들여 보험사의 소 제기일을 기준으로 상사 소멸시효 기간 5년이 경과했음이 명백한 1,400여만 원의 부당이득 반환 청구권 부분에 대한 보험사의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2)

그러나 대법원은 이런 경우 상사 소멸시효 기간 5년이 아닌 민사 소멸시효 기간 10년이 적용된다는 입장인 것 같습니다. 부당이득 반환 청구권의 내용이 급부 자체의 반환을 구하는 것이 아니거나, 상거래 관계와 같은 정도로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법 제64조는 적용되지 않고 10년의 민사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3) 무효인 보험계약에 터 잡아 지급한 보험금 상당의 반환을 구하는 부당이득 반환 채권의 경우 상거래 관계와 같은 정도로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성이 있다고 볼 만한 근거가 없다면 보험금을 지급할 날부터 10년 내에는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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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10월 24일
  • 최종 수정일 : 2020년 9월 2일(재등록 및 글 추가)

1) 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6다255125 판결.
2) 1차 수정일 : 2019년 2월 25일
3) 대법원 2003. 4. 8. 선고 2002다64957, 64964 판결,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2다4633 판결 등 참조. 
4) 2차 수정일 : 2020년 9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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