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직장 동료의 급제동 장난으로 차량 보닛에서 굴러떨어져 중증 장애인 됐어도 보험사 면책 적용 안돼


글 : 임용수 변호사


고의로 인한 손해를 보상하지 않는 자동차보험에서 피보험자(가해자)가 피해자의 상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인식하거나 용인했더라도 중상해 결과까지 인식하고 용인했다고 볼 수 없다면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소식을 알려 드리고 의견을 덧붙입니다.

대법원 제2부는 중증 환자인 A씨 등이 악사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던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다시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습니다.1)

B씨는 2013년 연말, 직장동료들과 사고 전날 저녁부터 사고 발생일 아침까지 송년회를 가졌습니다. B씨는 오전 08시경, 송년회를 함께 한 직장동료인 A씨를 귀가시켜 주기 위해 화성에 있는 아파트에 도착했고 그 앞 도로에 A씨를 내려주었습니다. 그런데 A씨가 B씨의 차를 가로막고 '술 한 잔 더하자'라는 말을 하며 차량 보닛 위에 올라탔습니다. B씨는 A씨와 장난을 치기 위한 의도로 자동차를 서서히 움직이다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으며 급제동을 했습니다. 급제동한 차량 보닛에서 관성을 이기지 못한 A씨는 보닛 밑으로 굴러떨어져 도로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이 사고로 A씨는 외상성 경막하출혈 등의 상해를 입었고 결국 하지 부전마비와 인지기능이 저하돼 노동능력상실률 44%의 영구장해를 입었습니다. 또한 대소변과 식사 등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함에 따라 매일 성인 1명의 8시간 간병이 필요한 중증 장애인이 됐습니다.

A씨는 가해자 B씨가 가입한 자동차보험사인 악사손해보험에 보험금 지급을 요구했지만, 악사손해보험은 이 사고를 피보험자인 A씨의 고의에 의한 사고라며 면책약관을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A 씨측이 소송을 냈지만, 앞선 1심과 2심은 악사손해보험의 주장대로 면책이 된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재판부는 「자동차 운행으로 인한 사고의 경위와 전후 사정 등에 비춰 피보험자가 피해자의 상해에 대해서는 이를 인식·용인했으나, 피해자의 사망 등 중대한 결과에 대해서는 이를 인식·용인했다고 볼 수 없는 때는 그 사망 등으로 인한 손해는 면책약관에서 정한 '피보험자의 고의로 인한 손해'에 해당하지 않고, 따라서 면책약관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설명했습니다.2) 

이어 「이때 사망 등과 같은 중대한 결과는 단순히 그 결과만으로 판단할 것은 아니고, 당시 가해 차량 운전자가 의도한 결과와 피해자에게 실제 발생한 결과 간의 차이, 가해 차량 운전자와 피해자의 관계, 사고의 경위와 전후 사정 등을 함께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가해 차량을 운전한 B씨로서는 피해자 A씨가 차량에서 떨어지면서 그 같은 정도의 영구장해와 중증 의존 상태에 이르는 중상해를 입게 되리라는 것까지 인식하고 용인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A씨의 손해가 B씨의 고의에 의한 손해라고 할 수 없는 이 사안에는 자동차보험의 면책약관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자동차보험 약관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보험계약자 등)의 고의에 의한 손해'를 보험사가 보상하지 않는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면책약관이라고 하는데, 면책약관은 이를 엄격히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함이 원칙인 점, 상해와 사망 또는 사망에 준하는 중상해(사망 등)사이에는 그 피해의 중대성에 있어 질적인 차이가 있고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에도 커다란 차이가 있으므로 통상 예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사망 등과 같은 중대한 결과가 생긴 경우에까지 보험계약자 등이 스스로 초래한 보험사고로 취급돼 면책약관이 적용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 보험계약자 등의 일반적인 인식인 점, 보험계약자 등이 적극적으로 사망 등의 결과를 의욕하거나 의도한 것이 아닌 이상 그에 대해 면책약관이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더라도 인위적인 사고를 조장할 위험성이 크다고는 할 수 없고 오히려 보험의 사회보장적 기능에 부합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보험계약자 등이 피해자의 사망 등 중대한 결과에 대해서까지 이를 인식·용인했다고 볼 수 없는 때는 그 사망 등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는 면책약관이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풀이해야 합니다.3)

사실관계는 다르지만, 음주단속 중이던 경찰관이 단속을 피해 도주하는 자동차에 매달려 가다가 떨어지면서 지하철공사장의 철제 H빔에 부딪혀 뇌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에 이른 경우, 운전자로서는 경찰관이 달리던 차에서 떨어지면서 어느 정도의 상해를 입으리라는 것은 인식· 용인했다고 할 것이나 나아가 철제 H빔에 부딪혀 식물인간 상태에 이르리라고는 예견 인식하고 용인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그 같은 손해가 보험계약자 등의 고의로 인한 것이라 할 수 없어 자동차보험의 면책약관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도 같은 취지의 판결입니다.

같은 취지에서, 말다툼하던 피해자(택시기사)가 승용차 보닛 위에 엎드려 매달리자 그를 차량에서 떨어지게 할 생각으로 승용차를 지그재그로 운전하다가 급히 좌회전해 피해자를 승용차에서 떨어뜨려 사망에 이르게 한 사안에서, 사고의 경위, 피해자가 전도된 지점의 도로 여건, 사고 당시 가해 차량 운전자의 음주 상태, 목격자의 진술 등 여러 사정에 비춰, 가해 차량 운전자로서는 피해자가 달리던 차에서 떨어지면서 어느 정도의 큰 상해를 입으리라는 것은 인식·용인했다고 할 것이나, 나아가 피해자가 사망하리라는 것까지를 인식하고 용인했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피해자의 사망으로 인한 손해는 가해 차량 운전자의 '고의에 의한 손해'라고 할 수 없어 자동차보험의 면책약관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사례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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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0년 8월 1일

1) 대법원 2020. 7. 23. 선고 2018다276799 판결.
2) 대법원 2007. 10. 26. 선고 2006다39898 판결, 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10다62628 판결 등 참조.
3) 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10다62628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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