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계약 당시 도로 관리 업무를 하고 있던 피보험자의 직업이 보험청약서의 계약전 알릴 의무 사항에 사무직으로 기재돼 있다고 하더라도 전산상 잘못 입력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 보험사는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상해사망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알리고 해설합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부는 도로 보수 공사를 하다 숨진 권 모 씨의 유족들이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현대해상의 항소를 기각하고 "현대해상은 2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한 1심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1)권 씨는 국토해양부 포항국토관리사무소에서 무기 계약직으로 근무하던 중, 도로 보수 공사를 마치고 화물차를 탑승하다 타인이 운전하던 차량에 들이받혀 사망했습니다.
현대해상은 유족들이 보험금 지급을 요구하자, 권 씨가 보험계약 체결 당시 포항국토관리사무소에서 도로보수원으로 근무했으면서도 이를 알리지 않음으로써 고지의무를 위반했거나 기망했다는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재판부는 「권 씨는 포항국토관리사무소에서 근무하기 시작한 이후에 다른 두 곳의 보험사들과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전 알릴 의무 사항에 자필로 포항국토관리사무소에서 도로 관리 업무를 하고 있다고 기재했고 두 곳의 보험사들은 모두 보험금을 지급했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도로보수공사를 하다 차량에 들이받힌 사고 |
또 「권 씨는 보험 청약서에 직업이 사무직으로 기재돼 있지만 그 기재 내용은 모두 전산상 입력된 것이고 현대해상은 계약전 알릴 의무에 대해 자필로 작성한 권 씨의 청약서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는바, 권 씨가 자필로 직업을 제대로 작성했음에도 전산상 잘못 입력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보험설계사의 증언만으로는 권 씨가 현대해상에게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전 알릴의무를 위반했다거나 기망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보험사 측이 '계약전 알릴의무 사항'에 대한 보험 가입자의 자필 작성 답변이 기재된 서면을 법원에 제출하지 못한다면, 그것에 대해서는 두 가지 관점에서 생각해봐야 합니다. 하나는 보험설계사가 보험 가입자에게 계약전 알릴 의무 사항에 대해 답변할 기회조차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답변이 기재된 서면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서면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보험사에 불리한 내용이 기재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전자와 후자의 어느 경우든 계약전 알릴의무 위반(고지의무 위반)이 되지 않습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는 보험 가입자인 권 씨가 다른 두 곳의 보험사들과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전 알릴 의무 사항에 자필로 포항국토관리사무소에서 도로 관리 업무를 하고 있다고 기재했던 점으로 미뤄볼 때, 후자의 경우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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