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계약 체결 당시 오토바이를 운전하지 않는다고 밝힌 경우라도 우연히 오토바이를 타다 사고가 났다면 보험사는 계약 후 알릴 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알려 드리고 해설합니다.
계약 후 알릴 의무 즉 통지의무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보험계약 체결 후에 오토바이를 직접 사용함으로써 위험이 증가된 경우여야 하고, 보험계약 체결 당시 이미 오토바이를 사용하고 있었다면 위험이 증가된 적이 없으므로 통지의무 위반이라 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전주지법 남원지법 민사1단독 서전교 판사는 한 모 씨가 삼성화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삼성화재는 7092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습니다.1)
한 씨의 아버지는 2007년 4월 삼성화재의 운전자보험에 가입하면서 보험청약서 중 '오토바이를 소유 또는 관리하거나 직업, 직무, 동호회, 취미활동으로 사용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아니오'란에 체크했습니다.
그렇게 삼성화재의 운전자보험에 가입해 약 10년 동안 유지해오던 중 한 씨의 아버지는 전북 순창군에 있는 한 공업사 앞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운전해 가다 자동차와 충돌했고, 그로 인해 사망했습니다.
서 판사는 「계약 후 알릴 의무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한 씨 아버지가 '보험계약 체결 이후' 오토바이를 직접 사용함으로써 위험이 증가된 경우여야 하고, 보험계약 체결 당시 이미 오토바이를 사용하고 있었다면 위험이 증가된 경우가 아니므로 계약 후 알릴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와 달리 삼성화재의 주장대로 보험계약 당시 이미 오토바이를 사용하고 있었던 경우 계약 전 알릴 의무와 계약 후 알릴 의무가 경합적으로 적용된다고 본다면, 보험계약자는 그에 따른 제재도 중복적으로 받게 돼 부당한 결과가 발생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계약 전 알릴 의무 위반만 적용된다고 보면 약관 규정에 따라 보험계약 체결일로부터 2년이 경과하면 보험회사의 해지권이 소멸돼 보험계약이 유지되는 반면, 계약 전 알릴 의무와 계약 후 알릴 의무가 경합적으로 적용된다고 보면 보험회사는 기간의 제한 없이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어 보험계약자로서는 보험계약 체결일로부터 2년 이상 경과하더라도 여전히 보험계약을 해지 당할 수 있는 불안한 지위에 놓이게 되고, 이는 계약전 알릴의무 위반에 대한 해지권을 제한하는 약관 내용 및 상법 제651조의 입법 취지에 반해 받아 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고지의무(계약 전 알릴의무)는 보험계약이 성립할 때까지 즉 '계약 전'까지 지는 의무인 반면, 통지의무(계약 후 알릴의무)는 보험계약의 성립 후 즉 '계약 후'에 지는 의무라는 점에서 서로 구별됩니다.
보험계약 해지권의 근거가 되는 해지사유는 상법이나 보험 약관에서 정한 사유로 한정돼 있고 해지사유마다 별개의 해지권이 발생합니다.
보험계약자가 해지의 의사표시를 수령할 당시 그 근거가 된 해지 사유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지의 의사표시에는 해지사유를 명시할 것이 요구되고, 어떠한 해지 사유에 의해 해지의 의사표시를 한 이후 다른 해지사유를 중첩적으로 행사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봐야 합니다. 타당한 판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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