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뇌수막종 제거 수술을 받은 환자가 수술 후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지 않은 의료상 과실로 생긴 증상으로 숨졌다면 상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알려 드리고 해설합니다.
뇌수막종 제거 수술 직후 환자에게서 발견된 전두엽의 출혈성 뇌좌상의 존재만으로는 수술 과정 중에 의료 과실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수술 이후에 발생된 환자의 여러 증상에 대해 추적 영상 검사 및 원인 규명, 집중적 관찰 및 관리를 소홀히 한 병원의 과실이 있었다면, 보험사는 상해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조 씨의 아내인 이 모 씨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부속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에서 "터키안 상부에 위치한 뇌수막종" 진단을 받고 개두술에 의한 뇌수막종 제거술을 받았습니다.
이 씨는 수술 직후 CT 검사 결과 양쪽 전두엽에 출혈성 뇌좌상이 발견됐고, 일반 병실에 입실했으나 두통을 호소하고 며칠 후부터 머리가 흔들리는 증상과 함께 맥박 저하 및 의식 저하가 발생했으며, 다시 며칠 후 의식 상태 혼돈으로 그 전날부터 눈앞에서 아기돼지가 지나간다고 호소했지만,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는 이 씨에 대한 별다른 추적 영상 검사나 집중 관찰 또는 그 원인 규명을 위한 조치 없이 진통제만을 투여했습니다.
그 후 이 씨가 수면 중 동공 확산, 호흡 정지, 청색증(입술 파래지고 의식 없음, 자발 호흡 없음) 등 의식 없는 혼수 상태로 발견됐고(혈압은 떨어져 있으나 맥박이 130회로 측정됨), 두부 CT 검사 결과 양쪽 전두엽에 점상의 출혈성 뇌좌상 및 뇌부종, 뇌압 상승으로 추정되는 소견이 관찰됐으며, 저산소성 뇌손상 등의 급성 호흡부전 증후군 증상으로 중환자실로 입실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습니다.
수술 과정 |
사망 당시 사망진단서에 이 씨의 직접 사인은 "중증 뇌간부전"이고, 간접사인은 "중증 뇌부종"으로, 사망의 종류는 "병사"로 기재돼 있었습니다.
조 씨는 한화손해보험에게 상해사망 보험금 5000만 원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한화손해보험은 이 씨의 사망 사고에 대해 질병사망 보험금 1,000만 원만을 지급한 다음 조 씨를 상대로 4000만 원의 보험금 지급 채무가 부존재한다며 소송을 냈습니다.
각종 의료심사 결과,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담당 의사와 담당 간호사는 수술 전에 이 씨와 조 씨에게 뇌수막종 제거 수술 중 또는 그 이후에 예상되는 위험과 관련해 "뇌의 견인으로 인한 정상 뇌조직의 부종, 출혈, 경색이 발생할 수 있고, 혈관 연축, 수술 부위 출혈, 뇌신경 손상, 뇌척수액 누수, 수두증 등"을 설명했지만, 이 씨의 전두엽 부분에 발생한 출혈성 뇌좌상, 뇌간부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또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담당 의사는 "이 씨는 수술 전 터키안 결절 수막종 외에 추가적으로 확인된 병변이 없었고, 이 씨의 사망은 뇌수막종 제거 수술과 직접적인 연관관계를 짓기 어려운 호흡 기능 부전에 의해 뇌의 저산소증 발생 이후 뇌부종, 뇌간 기능 부전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의 진료확인서를 작성했습니다.
한편 진료기록지 감정 결과는, 수술 직후 발견된 출혈성 뇌좌상은 터키안 상부에 위치하고 있는 뇌수막종 제거를 위한 접근 및 공간 확보를 위해 양측 전두엽 하부를 통한 전두하 접근법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이고 공간 확보를 위해 뇌견인이 필요하고 이 같은 뇌견인의 합병증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고, 수술 직후 이 씨에게 뇌척수액 배액 및 두통이 발생했지만, 이는 뇌수술을 한 환자들이 흔히 호소하는 통증 및 후유증이므로, 이를 두고 수술에 문제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는 수술 직후부터 이 씨가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까지 이 씨에게 두통을 비롯해 활력 징후의 이상, 의식 상태 혼돈 등의 증상이 계속됐음에도 진통제를 투여하는 조치 이외에는 추적 영상 검사를 시행하거나 집중 관찰 조치를 취한다거나 그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어떤 노력도 시행하지 않았으므로, 뇌수술 후 환자 관리상의 잘못이 있었던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한 손해를 보상하는 상해보험에서 '우연한 사고'란 피보험자가 예측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서 고의에 의한 것이 아니고 예견하지 않았는데 우연히 발생하고 통상적인 과정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는 사고를 의미하고, '외래의 사고'란 그 원인이 피보험자의 신체의 외부로부터 작용하는 사고를 의미합니다.
수술 후 환자 관리상의 의료 과실 |
또 질병의 치료를 위한 외과적 수술 기타 의료 처치의 과정에서 피보험자가 의료 과실로 상해를 입은 경우, 피보험자가 그런 외과적 수술 기타 의료 처치에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바로 의료 과실로 상해를 입는 결과에 대해서까지 동의하고 예견한 것은 아니므로, 그런 상해는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결(2010다67722)의 입장입니다.
신 판사는 판결문에서 「수술 직후 이 씨에게서 발견된 출혈성 뇌좌상은 터키안 상부에 위치하고 있는 뇌수막종 제거를 위한 접근 및 공간 확보를 위해 뇌견인이 필요하고 이런 뇌견인의 합병증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그 존재 자체로 수술 과정에서 의료 과실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하지만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최소한 수술 이후에 발생된 이 씨의 여러 증상에 대해 추적 영상 검사 및 원인 규명, 그리고 집중적 관찰 및 관리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고, 따라서 이 씨에 대한 뇌부종 및 그에 따른 뇌간부전 등은 수술 이후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지 않은 의료상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그렇다면 이 씨의 뇌부종 및 뇌간 부전 증상은 보험계약에서 정한 외래의 급격하고도 우연한 사고로 인한 상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씨의 사망은 보험계약에서 보상하는 '상해로 인한 사망'에 해당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한화손해보험은 남편 조 씨에게 보험계약에서 정한 상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손보사의 상해보험 약관에서 정한 "외과적 수술, 그 밖의 의료 처치로 인한 손해를 보상하지 않는다. 그러나 회사가 부담하는 상해로 인한 경우에는 보상한다."라는 면책 조항의 취지는, 피보험자에 대해 보험사가 보상하지 않는 질병 등을 치료하기 위한 외과적 수술 기타 의료 처치(이하 '외과적 수술 등')가 행해지는 경우, 피보험자는 일상생활에서 노출된 위험에 비해 상해가 발생할 위험이 현저히 증가하므로 그런 위험을 처음부터 보험 보호의 대상으로 배제하고, 다만 보험사가 보상하는 보험사고인 상해를 치료하기 위한 외과적 수술 등으로 인한 위험에 대해서만 보험 보호를 부여하려는 데 있습니다.
그런 면책 조항의 취지에 비춰 볼 때, 특정 질병 등을 치료하기 위한 외과적 수술 등으로 말미암아 증가된 위험이 현실화된 결과 상해가 발생한 경우 외과적 수술 등에 관한 면책 조항 본문이 적용돼 보험금 지급 대상이 되지 않고, 외과적 수술 등의 과정에서 의료 과실로 상해가 발생했는지 여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면책 조항의 적용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고려할 요소가 되지 않습니다.2)
한편 특정 질병 등을 치료하기 위한 외과적 수술 등의 과정에서 의료 과실이 개입돼 발생한 손해를 보상하지 않는다는 것은 일반인이 쉽게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그 결과 약관에 정해진 사항이 보험계약 체결 당시 금융감독원이 정한 표준약관에 포함돼 시행되고 있었다거나 국내 보험사들이 표준약관을 인용해 작성한 보험약관에 포함돼 널리 보험계약이 체결됐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사항이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 없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에 해당해 보험사의 명시·설명의무가 면제된다고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보험계약 체결 당시 보험사가 외과적 수술 등에 관한 면책 조항에 관한 명시·설명을 위반했다면, 그 면책 조항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으므로, 면책 조항을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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