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보험계약자에게 CD 약관 교부만으로는 보험 약관 설명의무 이행으로 못 봐


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사 측이 보험 가입자에게 서면이 아닌 CD(콤팩트 디스크, Compact Disc)에 약관을 담아 교부한 것만으로는 약관 설명의무를 다한 것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CD 안에 포함된 면책 조항을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을 소개하고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인다.

서울고법 민사36부[재판장 황병하 부장판사]는 보험 가입자 정 모 씨가 케이비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케이비손해보험의 항소를 기각하고 "보험금 1억90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한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1)

재판부는 먼저 「특정 질병 등을 치료하기 위한 외과적 수술 등의 과정에서 의료 과실이 개입돼 발생한 손해를 보상하지 않는다는 것은 일반인이 예상하기는 어렵다」며 「해당 면책 조항이 금융감독원의 표준약관에 포함돼 시행되고 있었다거나 국내 보험사들이 표준약관을 인용해 작성한 보험 약관에 포함돼 널리 사용된다는 사정만으로 보험사의 설명의무가 면제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정 씨가 보험설계사로부터 상품 설명서를 교부받고 설명을 들었다는 문구와 함께 그 아래에 자필서명을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약관의 분량이 상당한데 보험설계사가 정 씨에게 약관을 서면이 아닌 CD 형태로 내줬다」며 「정 씨가 보험 청약서를 작성할 당시 약관을 받았다는 것만으로 케이비손해보험이 정 씨에게 면책 규정에 관한 설명의무를 이행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품 설명서 수령 및 교부 확인서에는 "보험금 지급 관련 면책 사항"이라고만 기재돼 있을 뿐 그 확인서에 면책 규정의 개략적인 내용조차 기재돼 있지 않다」며 「약관의 주요 내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는 문구에 자필서명했다는 사실만으로 케이비손해보험이 정 씨에게 쟁점 조항에 관한 설명의무를 이행했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케이비손해보험의 상해보험 가입자인 정 씨는 2014년 강북삼성병원에서 수술을 받던 중 의료 사고로 일상생활의 거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뇌 손상을 입었다. 이후 정 씨는 후유장해 진단서 등을 구비해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 

정 씨가 가입한 보험 약관에는 '임신, 출산, 유산 또는 외과적 수술, 그 밖의 의료 처치'로 인해 생긴 손해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면책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케이비손해보험은 정 씨가 의료 처치로 손해를 입은 만큼 면책된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앞서 1심도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설계사가 정 씨에게 약관을 CD로만 전달했으나 이것으로는 면책 조항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 씨의 손을 들어줬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약관은 오직 약관이라고 기재한 종이책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CD나 USB, 전자책(e-book) 등의 형태로 제공되는 약관, 상품 설명서, 가입 설계서나 가입 안내문 또는 카탈로그·팸플릿 등과 같이 계약 체결에 즈음해 제시되는 서면인 보험안내자료도 이에 포함된다. 

왜냐하면 약관이란 그 명칭이나 형태 또는 범위에 상관 없이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여러 명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을 말하는데(약관규제법 제2조 제1항), CD나 USB, 전자책 등의 형태로 제공되는 약관이나 보험안내자료도 보험사가 동종의 다수 거래를 예상해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것으로서 상대방에게 제시하고 설명하거나 그 동의를 얻는 것이라는 점에서 종이책으로 된 약관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보험안내자료에 약관의 일부만 축약돼 있는 경우는 축약된 약관의 일부만이 계약의 구성 부분이 된다.

이 판결에서 CD 약관에 담은 『'임신, 출산, 유산 또는 외과적 수술, 그 밖의 의료 처치'로 인해 생긴 손해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면책 조항은 보험사가 교부·설명할 의무가 있는 상법 제638조의3에 규정된 중요한 내용에 해당한다. 

또한 기왕 장해 감액에 관한 약관 규정도 보험사 등 보험자의 책임 범위를 제한하는 것으로서 보험계약의 중요한 사항이다. 정액보험인 상해보험에서는 기왕 장해가 있는 경우도 약정 보험금 전액을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고 예외적으로 감액 규정이 있는 경우만 보험금을 감액할 수 있다. 기왕 장해 감액 규정과 같이 후유장해보험금에서 기왕 장해에 해당하는 보험금 부분을 감액하는 것이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기왕 장해 감액 규정이 이미 법령에 정해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사항이라고 볼 수도 없으므로, 보험계약자나 그 대리인이 그 내용을 충분히 잘 알고 있지 않는 한 보험사는 기왕 장해 감액 규정을 설명할 의무가 있다.2)

보험 모집인은 보험계약의 중요 사항에 대해서는 그런 중요 사항이 요약 기재된 상품 설명서 등을 제시하는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해서 구체적으로 상세한 설명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약관의 주요 내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는 취지의 부동문자로 된 문구 옆이나 아래에 보험 가입자의 자필서명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보험회사나 보험 모집인이 설명의무를 다한 것이라 할 수 없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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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10월 29일
  • 1차 수정일 : 2020년 9월 2일(재등록)

1) 서울고등법원 2018. 10. 24. 선고 2018나2008642 판결.
2) 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4다229917, 229924 판결, 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6다42610 판결 등 참조.
3) 동지: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7. 13. 선고 2017가단5078021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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