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사기 사실을 안 날부터 1개월 지난 보험계약 취소 의사표시는 무효

사기를 이유로 한 보험계약의 취소

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사가 보험계약자의 사기 사실을 안 날부터 1개월이 지나 보험계약 취소의 의사표시를 했다면 그 취소의 의사표시는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보험계약자에게 사기 사실이 있는 경우, 취소권의 제척기간에 관한 민법 규정은 적용될 수 없고 단기의 제척기간을 정한 약관 규정만 적용된다는 취지입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단독] 소식으로 전하고 해설합니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민사1부(재판장 손주철 부장판사)는 케이비손해보험이 조 모 씨를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에서 케이비손해보험의 본소 청구를 기각하고 "케이비손해보험은 조 씨에게 2억4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조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1)

B씨는 2016년 7월 B씨 자신을 피보험자로 하고 사망시 수익자를 조 씨로 지정해 케이비손해보험의 보험상품에 가입했습니다. 보험 가입 당시 B씨는 12일 전 위암 진단을 받은 사실이 있었지만 보험청약서(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에 '최근 3개월 이내 의사로부터 질병 확정 진단 또는 질병 의심 소견을 받은 사실 없음'으로 표시했습니다. 

B씨는 2017년 1월말 조립식 건물 내에서 발생한 화재로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다음날 숨졌습니다. B씨의 사망 당시 상속인은 딸 C씨가 있었습니다. 

조 씨는 2017년 3월말 B씨의 사망을 이유로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케이비손해보험은 2017년 5월 조 씨에게 고지의무 위반이 있었기 때문에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취지의 면책 안내문을 발송하고 조 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그 뒤 소송이 계속 중이던 2017년 9월 케이비손해보험은 'B씨의 사기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취소한다'는 의사표시가 담긴 통고서를 내용증명으로 발송했고 그 무렵 통고서가 C씨에게 도달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B씨가 위암 진단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숨기는 방법으로 케이비손해보험을 기망해 보험계약을 체결했다」며 「케이비손해보험은 B씨의 사기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케이비손해보험은 보험계약의 사망 수익자인 조 씨에 대한 계약 취소의 의사표시도 유효하다고 주장하지만, 보험계약자에 대한 의사표시를 사망 수익자인 조 씨에게 하기로 약정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케이비손해보험이 취소권을 행사할 상대방은 보험계약자 B씨의 권리의무를 포괄승계한 상속인 C씨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케이비손해보험은 제척기간을 단축시키고 있는 약관 규정에 따른 취소권은 물론 민법 제146조에 규정된 사기를 안 날로부터 3년의 제척기간이 적용되는 민법 제110조에 따른 취소권도 병존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케이비손해보험의 주장처럼 병존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취소권이라고 한다면 단기의 제척기간을 정한 약관 규정은 유명무실한 것에 불과하게 되고, 이런 결과는 케이비손해보험이 약관 규정을 명시한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한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면서 「케이비손해보험은 늦어도 이 소송을 제기한 2017년 5월 B씨의 사기를 알았음에도 그해 9월 C씨에게 보험계약을 취소한다는 의사표시를 했다」며 「케이비손해보험이 C씨에게 취소의 의사표시를 한 시점이 사기를 안 날로부터 1개월을 경과했음이 역수상 명백하므로, 케이비손해보험의 취소 의사표시는 제척기간을 경과해 효력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케이비손해보험이 이 판결 전부에 대해 항소를 제기했으나, 항소심 법원(서울고법)도 조 씨에 대한 보험금 지급 책임을 인정하며 1심과 같은 이유로 항소기각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생명보험사든 손해보험사든 모든 민영보험사의 인보험 약관에는 '사기에 의한 계약'이라는 제목으로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대리 진단, 약물 사용을 수단으로 진단 절차를 통과하거나 진단서 위·변조 또는 청약일 이전에 암 또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의 진단 확정을 받은 후 이를 숨기고 가입하는 등 사기에 의해 계약이 성립됐음을 회사가 증명하는 경우에는 계약일부터 5년 이내(사기 사실을 안 날부터 1개월 이내)에 계약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2)

이 판결 사안은 보험계약자 겸 피보험자 B씨가 보험 청약일 이전에 위암 진단 확정을 받은 후 이를 숨기고 가입한 것이기 때문에 약관에서 정한 '사기에 의한 계약'에 당연히 해당합니다. 

그러나 보험사가 보험법(상법 보험편) 규정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던 관계로 보험계약자나 그의 상속인이 아닌 엉뚱한 사람(사망시 수익자)을 상대로 계약 취소의 의사표시를 했고 그 결과 취소권의 제척기간 경과로 취소의 의사표시가 무효가 됐습니다. 이처럼 취소의 의사표시가 무효로 된 이상 보험계약은 취소되지 않고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생기게 됩니다. 

보험사의 보험법에 관한 전문 지식 부족으로 다수 보험계약자들의 보험료로 형성된 보험단체의 공동비축기금을 낭비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약관 해석의 법리를 잘 따르고 있는 판결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LAWPIPL.COM
  • 최초 등록일 : 2018년 9월 4일
  • 1차 수정일 : 2020년 8월 29일(재등록)

1)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18. 1. 11. 선고 2017가합6747, 2017가합9517 판결.
2) 생명보험 표준약관 제15조, 질병·상해보험(손해보험 회사용) 제17조 각 참조.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