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암진단 방법에 대한 약관 설명 안했어도 약관 설명의무 위반 인정 안돼


글 : 임용수 변호사


암 진단 확정은 일반적으로 조직 검사를 기초로 이뤄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인 점 등을 이유로 암 진단 방법을 설명하지 않았더라도 약관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번 판결은 암 진단 방법을 설명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암 진단 방법에 관한 약관 내용의 적용을 부정하고 다른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암 진단을 할 수 있다며 다투는 유사 사건의 분쟁 해결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을 [단독] 소식으로 전하고 해설합니다.

울산지법 민사5부(재판장 윤태식 부장판사)는 동부화재해상보험이 보험기간 종료 후에 간암 진단이 있었음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최 모 씨를 상대로 낸 보험금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습니다.1)

​최 씨는 2014년 3월 양산시에 있는 한 병원에서 간 초음파 검사 및 간암 표지자 혈액 검사(AFP, PIVKA Ⅱ)를 받았고, 그 결과 PIVKA Ⅱ 검사에서 2회 연속으로 정상 범위인 40mAU/mL를 초과한 109mAU/mL, 105mAU/mL의 결과가 나오자, 병원에서는 초기 간암으로 진단했고, 첨단 의학적인 검사(CT, MRI)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최 씨를 대학병원으로 전원시켰습니다.

최 씨는 2014년 4월 22일 양산부산대학교병원에서 CT 촬영을 한 결과 간 기저부에 간경화 소견 및 2.4cm 크기의 간세포 암종이 있다는 소견이 나와 간 절제술을 받았으며, 2014년 5월 28일 조직 병리 검사 결과 최종적으로 간세포 암종 진단을 받았습니다. 간암 진단 당시 최 씨는 자신을 피보험자로 해 동부화재의 암보험에 가입한 상태였습니다. 

​동부화재의 암보험 약관에는 특정암, 일반암 또는 상피내암의 진단 확정은 해부병리 또는 임상병리의 전문의사 자격증을 가진 자에 의해 내려져야 하고 이 진단은 조직 또는 혈액 검사에 대한 현미경 소견을 기초로 해야 하며, 다만 상기의 병리학적 진단이 가능하지 않을 때는 특정암, 일반암 또는 상피내암에 대한 임상학적 진단이 특정암, 일반암 또는 상피내암의 증거로 인정되고 이 경우 피보험자가 특정암, 일반암 또는 상피내암으로 진단 또는 치료를 받고 있음을 증명할 만한 문서화된 기록 또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었습니다. 

최 씨는 암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갖춰 보험금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동부화재는 보험기간 내에 암 진단이 없었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뒤 최 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부는 「최 씨는 간암 진단 확정이 보험기간 내에 이뤄졌다고 주장하지만, 국립암센터 대한간암학회에서 제시한 2014 간세포 암종 진료 가이드라인 등에 따르면, 최 씨와 같은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의 경우, 조직 검사 없이 역동적 조영 증강 CT 혹은 역동적 조영 증강 MRI 검사에서 간암에 합당한 조영 양상을 보이는 경우 간암으로 진단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의학계의 입장으로서, 조직 병리학적 검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간암의 확진에 영상학적 검사가 요구된다고 보이는 점, PIVKA Ⅱ 혈액 검사 결과만으로는 간암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여러 병원들의 의학적 소견이 제시돼 있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최 씨가 병원에서 PIVKA Ⅱ 검사 결과 간암으로 진단받아 대학병원으로 전원 조치 받은 것만으로는 간암 진단이 확정됐다고 볼 수 없고, 양산부산대학교병원에서 CT 촬영을 통해 간세포 암종에 합당한 소견을 받은 2014년 4월 22일에 비로소 간암 진단이 확정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간암 진단이 확정된 시점은 보험기간이 만료된 2014년 4월 16일 이후이므로 보험기간 중에 보험사고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나아가 「최 씨는 암 진단 방법 및 절차에 대한 약관을 설명하지 않았으므로 그 약관 내용을 보험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고 하지만, 암의 진단 확정은 일반적으로 조직 검사를 기초로 이뤄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인 점, 이 보험계약 체결은 보험사고 발생일로부터 15년 전에 이뤄진 것으로서 동부화재가 보험계약 당시 암의 진단 확정이 혈액 검사 수치만으로는 불충분하고 조직이나 혈액에 대한 현미경 소견 등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사실을 최 씨 측에게 설명을 했는지 여부가 보험계약 체결 여부 자체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에 비춰 볼 때, 동부화재가 최 씨 측에게 암 진단 방법에 대한 약관을 설명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약관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어떤 방식으로든 의학계에서 간암 진단에 정확성이 높다고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방법과 절차에 의해 암 진단이 있어야 합니다. 또 그런 방법과 절차에 의해 보험기간 안에 암 진단이 있어야만 암 진단 보험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약관 설명의무 위반의 문제라기보다는 보험금 지급 사유(암 진단)를 증명했는지에 관한 판단 내지 해석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최 씨의 간암에 대해서는 병리학적 진단이 있었던 경우입니다. 병리학적 진단이 가능하지 않았던 경우가 아닙니다. 또 PIVKA Ⅱ 혈액검사 결과만으로는 간암 진단을 받았다는 증거로는 부족해 보입니다. 따라서 보험기간 안에 간암 확진이 있었음을 전제로 한 최 씨 측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는 것으로 보이고 제대로 구성한 법리 주장도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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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5월 4일
  • 1차 수정일 : 2020년 8월 12일(재등록)

1) 울산지방법원 2015. 12. 10. 선고 2014가합7304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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