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상속결격 된 배우자는 상속지분의 사망보험금 청구 못해


글 : 임용수 변호사


아내를 살해한 남편이 사망보험금의 일부 수익자라면 남편은 자신의 상속 지분에 속하는 사망보험금을 청구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을 알려 드리고 해설합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7부(재판장 송경근 부장판사)는 아내를 살해한 오 모 씨의 자녀들이 동부화재해상보험 등 3개 보험사들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습니다.1)

오 씨 부부는 부부싸움 끝에 남편 오 씨가 흉기로 아내를 찔러 사망케 했습니다. 오 씨의 아내는 생전에 자신의 생명 또는 신체의 사고를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에 여러 건 가입해둔 상태였습니다.  

보험사들은 오 씨의 아내가 사망하자, 그녀의 공동상속인들 중 두 자녀에게 약정 보험금의 일부로서 두 자녀의 법정 상속분인 각각 2/7(총 4/7)에 해당하는 보험금만을 지급했고, 오 씨의 법정 상속분 3/7에 해당하는 보험금은 누구에게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자녀들은 상속인 자격을 잃은 사람이 있는 경우 상속 재산은 상속인 자격을 잃은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상속인들의 상속 지분에 따라 상속돼야 한다며 보험금을 추가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보험금 면책이 되는 보험수익자가 고의로 피보험자를 해친 경우"라며 추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고, 자녀들은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부는 「상법상 인보험의 경우, 상법 규정에 따라 보험계약자에게 보험수익자를 지정할 권리가 있으나, 보험계약자가 그 지정권을 행사하기 전에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는 피보험자의 상속인이 보험수익자가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런데 보험사고 발생 전에 보험수익자가 아내로 지정됐다는 점에 관한 아무런 주장·입증이 없으므로, 아내의 사망으로 인해 피보험자(아내)의 공동상속인인 남편과 자녀들이 보험수익자가 되고, 이때 보험금청구권은 상속 재산이 아닌 공동 상속인 각자의 고유 재산에 해당한다」며2) 「따라서 남편이 상속인 지위를 상실했더라도 남편이 가져야 할 보험금 청구권이 아내의 다른 공동 상속인인 자녀들에게 상속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한편, 「이 보험 약관에서는 '보험수익자의 고의에 의해 생긴 손해는 보상하지 않으나, 그 수익자가 보험금의 일부 수익자인 경우에는 그 수익자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제외한 나머지 보험금을 다른 수익자에게 지급한다'고 규정된 사실이 인정된다」며 「따라서 보험사들은 고의에 의해 보험사고를 발생시킨 남편에 대해서는 보험금 지급 책임을 부담하지 않으므로, 자녀들이 남편 오 씨의 상속인으로서 보험사들을 상대로 보험금 청구권을 행사할 수도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상법 제659조에 보험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생긴 때는 보험사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규정돼 있고, 보험사들의 약관에는 보험수익자가 고의로 피보험자를 해친 경우 그 수익자가 보험금의 일부 수익자인 경우에는 그 나머지 보험금을 다른 수익자에게 지급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이와 같이 피보험자의 생명 또는 신체의 사고를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에서 수익자를 피보험자의 상속인으로 지정했는데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경우 보험금 청구권은 상속 재산이 아니라 상속인들의 고유 재산으로 봐야 하므로, 자녀들은 사망보험금 중 고의의 가해자인 아버지(살인죄를 저지른 남편)의 상속분인 3/7 상당액에 관해서는 보험사들로부터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자녀들이 각자 자기의 상속 지분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받을 수 있지만, 보험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남편이 보험금을 타기 위해 보험계약을 체결한 뒤 아내를 살해했다면, 그러한 생명보험계약은 제103조의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이므로, 다른 공동상속인들인 자녀들도 보험금을 받을 수 없습니다. 즉 보험사는 보험계약 당사자인 남편뿐만 아니라 전혀 보험계약 체결 과정이나 어머니의 살해 과정에 대해 알지 못했던 다른 보험수익자인 자녀들을 포함해 누구에게도 보험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게 됩니다.

과거 판결 중에는 부부싸움 끝에 남편이 아내를 둔기로 살해하고 자신도 스스로 마당 정화조에 빠져 익사했던 사건에서, 「상법 제659조에 의하면 '보험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생긴 때는 보험자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규정돼 있고, 약관에 의하면, '수익자가 고의로 피보험자를 해친 경우 그 수익자가 보험금의 일부 수익자인 경우에는 그 잔액을 다른 수익자에게 지급한다'고 규정돼 있으며, 이 같이 생명보험에서 수익자를 피보험자의 상속인으로 지정했는데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경우 보험금 청구권은 상속 재산이 아니라 상속인들의 고유 재산으로 봐야 하므로, 보험금 중 고의의 가해자인 남편의 상속분 상당액에 관해서는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이 판결과 같은 취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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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5월 4일
  • 1차 수정일 : 2020년 8월 12일(재등록)

1)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4. 10. 선고 2014가합576748 판결.
2) 대법원 2001. 12. 28. 선고 2000다31502 판결, 대법원 2004. 7. 9. 선고 2003다29463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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