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부부싸움 중 벽돌로 아내 살해한 보험수익자 남편, 상해보험금 못 탄다


글 : 임용수 변호사


상해보험의 보험 수익자가 살인의 고의가 없었더라도 부부싸움 끝에 벽돌로 아내의 머리를 내리치고 무차별적으로 폭행해 아내를 사망케 했다면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부부싸움 중 한쪽이 사망할 때는 보험금 면책 조항에서 정한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힘든 애매한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이번 판결은 약관 면책 조항에 따라 보험금을 탈 수 없게 되는 상해보험 수익자의 고의는 상해의 고의로 충분하는 취지입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단독] 소식으로 알리고 해설합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4단독 김현정 판사는 케이비손해보험이 정 모 씨를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에서 "케이비손해보험의 정 씨에 대한 보험금 지급 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원고승소 판결했습니다.1)
정 씨는 2015년 8월 부부싸움 중 벽돌로 아내의 머리를 내리치고 무차별적으로 폭행해 아내를 숨지게 했습니다. 정 씨는 살인죄 등으로 기소됐으나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1심과 2심에서 상해 치사죄 등에 대해서만 유죄로 선고 받고 형이 확정됐습니다.

정 씨의 아내는 자신의 사망 시 보험 수익자를 법정 상속인(남편)으로 지정해 5000만 원의 상해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보험에 가입한 상태였으며, 정 씨는 2017년 3월 케이비손해보험에게 피보험자인 아내의 사망으로 인한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케이비손해보험의 채무부존재확인 청구 소장 제출


​하지만 케이비손해보험은 보험 수익자인 정 씨가 고의로 아내에게 상해를 입혀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뒤 정 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김 판사는 대법원 2003다29463 판결을 인용하며 「정 씨의 아내가 가입한 보험이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에 발생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부로부터 생긴 사고로 인해 신체에 상해를 입은 경우'에 그 결과(사망, 후유장해)에 따라 보험 약관에서 정한 보상금을 지급하는 보험이어서 그 성질상 상해보험에 속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상해보험 약관에서 면책 사유로 정하고 있는 "보험 수익자의 고의"란 상해의 고의로서 충분한데, 정 씨가 상해의 고의로 피보험자인 아내를 폭행해 숨지게 했다」며 「따라서 케이비손해보험은 약관 면책 조항에 따라 정 씨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이번 판결과는 달리 하급심 판결 중에는 의료비, 입원비 등을 보장하는 손해보험사의 상해보험과 사망보험금을 보장하는 생명보험사의 생명보험을 구분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보험 수익자에게 폭행의 고의만 있고 살인의 고의는 없는 가운데 피보험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면책 약관(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시한 사례가 있습니다.

반면에 어떤 하급심 판결은 "사망 또는 상해를 보험사고로 하는 인보험에서 보험 수익자가 고의로 피보험자에게 상해를 가해 상해 또는 장해의 결과만 발생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없는 반면 그 상해로 말미암아 피보험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점" 등을 이유로, "살인의 고의로 피보험자를 해쳐 피보험자가 사망한 경우뿐만 아니라 상해의 고의로 피보험자를 해쳤는데 이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해서 피보험자가 사망한 경우를 포함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면책 조항을 적용해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판시한 사례도 있습니다.

동일한 보험 법리가 적용되는 유사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판결들이 엇갈리는 이유는 판사의 지식이나 경험 등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보험의 종류에 따라 보험사고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한 다음 상법 규정의 취지, 보험 법리 등을 제대로 적용해 보면 판결의 당부를 가릴 수 있습니다. 

보험 법리를 알고 싶은 분들은 임용수 변호사의 저서인 『보험법』에서 해당 부분(생명보험, 상해보험)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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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8월 17일
  • 1차 수정일 : 2020년 8월 29일(재등록)

1) 서울남부지방법원 2018. 4. 24. 선고 2017가단240292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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