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병원 약국에서 처방한 약을 복용한 뒤 사망한 환자의 유족들이 병원으로부터 위로금 명목의 돈을 지급받았더라도 처방약이 바뀐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 보험사는 재해사망보험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알려 드리고 해설합니다.
정 씨는 2015년 4월 울산에 있는 한 병원 응급실에서 진통제와 스테로이드 주사, 감기약 1일분 등을 처방받았습니다. 그날 정 씨는 처방약을 복용한 뒤 갑자기 심장 발작으로 숨졌습니다. 사고 당시 정 씨는 흥국생명에 평일 사망 시 2000만 원, 휴일 사망 시 3000만 원을 지급받은 내용의 교통상해보험에 가입한 상태였습니다.
흥국생명의 교통상해보험 약관에는 '외과적 및 내과적 치료 중 환자의 재난'을 '재해'로 분류하되, '진료기관의 고의 또는 과실이 없는 사고'를 '재해'에서 제외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유족들은 흥국생명에게 '휴일에 병원 약국에서 약이 바뀌는 바람에 심장 발작으로 사망했다'며 휴일재해사망보험금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흥국생명은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고, 유족들은 흥국생명을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냈습니다.
배 판사는 정 씨가 병원 응급실에서 진통제와 스테로이드 주사, 감기약 1일분 등의 처방을 받고 같은 날 사망한 사실, 유족들이 병원으로부터 정 씨의 사망과 관련해 위로금 명목으로 7500만 원을 지급받은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정 씨의 사망 원인이 허혈성 심질환으로 인한 심장성 돌연사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 결과와 병원 의료진의 과실 여부에 관해 조사했으나 별다른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해 변사 사건을 내사 종결한다는 수사 기관의 의견에 의하면 정 씨에 대한 처방약이 바뀌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 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병원 약국에서 처방약이 바뀐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아무런 증거가 없는 만큼 유족들의 청구는 정당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정 씨의 사망 사고의 경우 이번 판결 사안처럼 외과적 및 내과적 치료 중 환자의 재난(Y60~Y69)이라는 분류 항목으로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약물 처방 후에 다른 사망 원인이 개재됐을 수도 있으므로 외과적 및 내과적 치료 중 환자의 재난만 주장하는 것은 불충분합니다.
그 밖에 병원 응급실에서 처방받은 진통제와 스테로이드 주사, 감기약 1일분 등의 약물은 의도미확인의 약물에 의한 노출(Y13, Y14)이라는 재해에 해당할 수 있고, 특히 진통제의 경우 치료용으로 사용 시 유해 작용을 나타내는 '기타 진통제'(Y45.8) 또는 '상세 불명의 진통제'(Y45.9)라는 재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잘못된 약제의 투여 또는 잘못 복용 및 부주의에 의한 약물 복용(X40~X44)에 해당하는 재해 등으로 구성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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