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보험계약자의 유증에 따라 계약자 지위를 변경할 때도 보험회사의 승낙 필요


글 : 임용수 변호사


생명보험 약관에서 보험계약자의 지위를 변경하는 데 보험사의 승낙이 필요하다고 정한 경우 보험계약자는 보험사의 승낙 없이 일방적인 의사 표시로 보험계약자의 지위를 이전할 수 없고 이는 유증의 경우라도 마찬가지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알려 드리고 간단한 해설을 덧붙입니다. 

이 모 씨 자매(2명)의 아버지는 2012년 11월 에이아이에이인터내셔널리미티드(AIA생명)와 연금보험계약 2개를 체결하고, 보험료 6억9460만 원과 4억9660만 원을 전액 일시불로 지급했습니다. 

두 연금보험은 피보험자인 이 씨 자매가 각각 만 50세, 만 49세까지 생존하면 아버지 이 씨에게 매월 일정액의 연금을 지급하고, 피보험자가 사망하면 법정 상속인에게 '7000만 원 또는 5000만 원과 사망 당시 연금계약 책임준비금을 합산한 금액'을 지급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두 연금보험 약관에는 '계약자는 보험회사의 승낙을 얻어 보험계약자 등을 변경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씨 자매의 아버지가 사망하기 전인 2013년 9월 유언 공증을 한 뒤 사망하면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그 당시 상속인으로는 이 씨 자매 이외에도 4명의 다른 상속인(배우자와 다른 자녀 3명)이 더 있었습니다. 유언 공정 증서에는 두 연금보험의 보험금을 이 씨 자매에게 유증한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고, 보험증권 사본이 첨부돼 있었습니다. 

이 씨 자매는 AIA생명에게 두 연금보험의 계약자를 자신들로 변경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AIA생명은 이를 거절했고 이 씨 자매에게 2014년 3월부터 매월 연금보험금을 지급했습니다. 이에 반발한 두 사람은 보험계약자를 변경해 달라며 소송을 냈습니다.

1심 법원은 "아버지 이 씨가 보험금이 아닌 연금보험 자체를 이전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원고승소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이 분쟁의 실질은 이 씨 자매와 다른 공동상속인 사이의 이해관계의 대립으로 보이는데, 유언 공정 증서의 '연금보험금'이라는 문언을 보험계약자의 지위 자체로 새기는 것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면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AIA생명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이 씨 자매가 "연금보험의 계약자 지위를 확인해달라"며 AIA생명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1)

재판부는 「생명보험계약에서 보험계약자의 지위를 변경하는데 보험회사의 승낙이 필요하다고 정하고 있는 경우, 보험계약자가 보험회사의 승낙이 없는데도 일방적인 의사표시만으로 보험계약상의 지위를 이전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보험계약자의 지위 변경은 피보험자, 보험수익자 사이의 이해관계나 보험사고 위험의 재평가, 보험계약의 유지 여부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런 이유로 생명보험의 보험계약자 지위 변경에 보험회사의 승낙을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유증은 유언으로 수증자에게 일정한 재산을 무상으로 주기로 하는 단독 행위로서 유증에 따라 보험계약자의 지위를 이전하는 데도 보험회사의 승낙이 필요하다고 봐야 한다」며 「이는 보험계약자가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료를 전액 지급해 보험료 지급이 문제되지 않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유언 공정 증서에 유증의 대상을 '무배당 AIA 즉시 연금보험금'이라고 기재했는데, '연금보험금'과 '보험계약자의 지위' 자체는 엄연히 구분되는 것이어서 연금보험금을 연금보험계약의 계약자 지위로 해석하는 것은 문언에 반할 수 있다」며 「유언 공정 증서를 통해 이 씨 자매에게 유증한 재산은 두 연금보험에 기초한 연금보험금 청구권이지, 연금보험상의 계약자 지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보험계약자의 지위 변경과는 달리 보험수익자 변경은 보험계약자의 일방적 의사 표시만으로 즉시 변경의 효력이 생깁니다. 즉 보험사의 승낙이 필요 없습니다. 다만 보험금 지급 전까지 보험자에게 보험수익자 변경 통지를 해야 하고 이를 하지 않으면 보험자에게 대항하지 못할 뿐입니다.  

대법원 2017다235647 판결은 그 밖에도 "유언 집행자는 유증의 목적인 재산의 관리 기타 유언의 집행에 필요한 행위를 할 권리·의무가 있다"며 "유언 집행자가 유증의 내용에 따라 보험자의 승낙을 받아서 보험계약상의 지위를 이전할 의무가 있는 경우에도 보험자가 승낙하기 전까지는 보험계약자의 지위가 변경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보험사의 승낙 없이 보험계약자 자신의 일방적인 의사 표시만으로는 보험계약자의 지위를 이전할 수 없기 때문에, 설령 보험계약자가 자신의 지위를 유증하려고 했더라도 유언 집행자 또한 유증에 따라 보험계약자 지위를 이전하기 위해서는 보험사의 승낙을 얻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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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8월 20일
  • 1차 수정일 : 2020년 8월 29일(재등록)

1) 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7다235647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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