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사가 '이차암 보장 개시일1) 이전에 암이 진단 확정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라는 이차암 진단비 특약상의 면책 규정을 설명하지 않았다면, 그 면책 규정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으므로 이차암 진단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내용을 [단독] 소식으로 전하고 해설합니다.
황 모 씨는 2013년 4월 흥국화재해상보험에 남편이 '첫 번째 암 진단 확정일로부터 1년(12개월)이 지난 날의 다음 날'(보장 개시일) 이후에 "이차암"으로 진단 확정됐을 때 최초 1회에 한해 6000만 원을 지급받는다는 내용의 이차암 진단비 특약에 가입했습니다.
이 특약에는 '보장 개시일 이후에, 첫 번째 암이 발생한 기관과 다른 기관에 전이된 암[전이암(metastatic cancer)]이 진단 확정된 경우'를 이차암의 "진단 확정" 중 하나로 규정하되, '첫 번째 암으로 진단 확정된 이후 이차암 보장 개시일 이전에, 암이 진단 확정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면책 규정을 두고 있었습니다.
황 씨의 남편은 2014년 6월 한 대학병원에서 조직검사 결과 '턱밑 침샘암' 진단을 받았고, 2015년 8월 삼성서울병원에서 CT, MRI 검사 결과 '폐로의 암 전이" 진단을 받았습니다. 황 씨가 이차암 진단비에 관한 서류를 갖춰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흥국화재는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이에 반발한 황 씨가 법원에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황 씨의 남편은 2014년 6월 2일 '턱밑 침샘' 부위에 첫 번째 암 진단을 받았으므로, 이차암 진단비에 대한 보장 개시일은 2015년 6월 2일이고, 보장 개시일 이후인 2015년 8월 '턱밑 침샘'과 다른 기관인 '폐'로 암이 전이됐다는 진단을 받았으므로, 흥국화재는 보험수익자인 황 씨에게 이차암 진단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흥국화재는 이차암 진단비 보장 개시일 이전인 2015년 3월 '흉추 12번 골 전이' 진단이 있었고 이는 이차암 진단비 특별약관의 면책 규정에서 정한 면책 사유에 해당하므로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항변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차암 진단비 특별약관의 면책 규정은 이차암 진단비 보험금에 대한 보험자의 책임을 면하게 하는 규정으로서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이므로 흥국화재는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상세한 설명의무를 부담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청약서의 계약자 확인란에 작은 글씨의 부동문자로 '약관 주요 내용 및 품질 보증 안내를 받았으며'라고만 기재돼 있고, 이 보험을 모집한 보험설계사도 약관 설명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 없이 단지 '황 씨에게 보험증권 및 약관을 전달하고, 이차암 진단비에 대해 약관 내용대로 설명했다'는 취지로만 진술하고 있을 뿐, 설명의무를 이행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흥국화재로서는 이차암 진단비 특별약관 면책 규정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어 「이차암 진단비 보장 개시일 이전인 2015년 3월 '흉추 12번 골 전이' 진단이 있었다는 흥국화재의 항변이 이차암 진단비 특별약관의 면책 규정에 해당하는 사유인지 여부를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나아가 '이차암 진단비에 대한 보장 개시일인 2015년 6월 2일 이전에 황 씨의 남편이 이미 폐 전이로 인한 이차암 진단 확정을 받았고, 2015년 8월 발행된 진단서는 이를 확인하는 의미에 불과하므로, 보험기간 중의 보험사고에 해당하지 않아 보험금 지급 의무가 인정될 여지가 없다'는 흥국화재의 추가 주장에 대해서도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진료기록 감정 촉탁 결과에 따르면 흉추로의 암 전이로 확진하는 것이 합당한 소견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기재가 있으나 이는 추정에 불과해 그것만으로는 황 씨의 남편이 2015년 6월 2일 이전에 이미 폐 전이로 인한 이차암 진단 확정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오히려 이 법원의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의하면, 황 씨의 남편은 2015년 8월에야 비로소 폐 전이로 인한 암 진단을 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1심은 황 씨의 남편이 2015년 3월에 실제로 '흉추 12번 골 전이' 진단 확정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생략했지만, 2심은 이에 대해서 추가 판단을 한 다음 흥국화재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면책 조항(면책 사유)이라고 해서 모두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보험 가입자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내용으로서 설명의무의 대상이 됩니다.
보험회사가 계약 체결 당시에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면책 사유를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았다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 제4항에 따라 해당 약관이나 중요한 사항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게 됩니다. 즉 설명되지 않은 약관 조항 등 중요한 내용은 보험계약에 편입되지 않게 되므로 무효가 됩니다.
이 재판부도 "일차암(첫 번째 암)으로 진단 확정된 이후 이차암 보장 개시일 이전에, 암이 진단 확정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면책 규정에 대해 흥국화재가 설명의무를 위반하고 계약을 체결한 경우로 판단했습니다. 이런 판단에 따라 결국 흥국화재는 이차암 진단비 특별약관 면책 규정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으므로, 원칙으로 돌아가 이차암이 진단된 이상 이차암 진단비를 지급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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