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아내가 남편의 동의 없이 생명보험에 가입하고 보험료까지 냈지만 보험계약이 무효가 됐다면, 실제 보험계약자는 아내이기 때문에 명의만 계약자에 불과한 남편은 그동안 낸 보험료를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뉴스를 직접 알려 드리고 해설합니다.
재판부는 「보험계약이 주로 저축보험의 성격을 띠고 있더라도 타인의 사망이 보험금 지급 사유 중 하나로 정해져 있다면 생명보험에 해당한다」며 「타인의 생명보험은 상법 제731조 1항에 따라 반드시 그 타인의 서면 동의가 필요한데, 문 씨 아내가 소속 회사의 다른 직원을 시켜 계약자란에 문 씨의 서명을 대신하게 했으므로 계약은 무효」라며 한화생명의 주장과는 다르게 보험의 성격을 생명보험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보험계약의 무효로 보험료를 반환받을 주체에 대해서는 「보험 계약자 명의가 문 씨로 돼 있다고 해도 보험모집인인 문 씨의 아내가 영업 실적을 올리기 위해 문 씨의 동의 없이 계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보험계약자는 문 씨의 아내」 라며 「납입한 보험료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주체는 아내이고 실제 보험료를 납입한 주체도 아내이므로, 문 씨는 부당이득으로도 보험료 반환을 구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보험모집인으로 일하던 문 씨의 아내는 보험 영업 실적을 올리기 위해 2012년 6월부터 8개월 동안 남편인 문 씨를 보험계약자 및 피보험자로 해 보험 12건을 계약했습니다. 2013년 3월까지 한화생명이 수령한 보험료는 4억여 원에 달했습니다.
보험료 액수가 커지면서 반환에 대한 분쟁이 생기자 한화생명은 계약이 저축보험 성격을 띠므로 문 씨의 아내가 문 씨를 대리해 체결한 자기의 생명보험으로서 유효하고, 설령 타인의 생명보험이라고 하더라도 문 씨가 나중에 약관대출을 받는 등으로 계약을 추인했으므로 보험료를 돌려줄 필요가 없다며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을 냈습니다. 이에 맞서 문 씨는 본인의 서면 동의 없는 생명보험은 무효이므로 납입한 보험료를 모두 돌려달라며 반소를 제기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이런 유형의 사건에서는, 거래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대내적인 관계와 대외적인 관계를 분리해야 합니다. 대내적인 관계에서는 가령 이혼 시의 재산분할 관계를 고려할 때 납입 보험료 중 남편의 몫이 40%이고 아내의 몫이 60%가 된다고 하더라도, 대외적인 관계에서는 보험계약 당사자 일방인 남편과 아내뿐 아니라 상대방인 보험회사도 계약 명의자인 남편을 보험계약자로 하는데 의사의 일치가 있었던 경우이므로 그 일치한 의사대로 보험 청약서상에 보험계약자로 표시된 남편을 보험계약 당사자로 인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해석입니다(판결을 보면 보험회사도 계약 명의자인 남편을 보험계약자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 있어서 도박보험의 위험성과 피보험자 「살해」의 위험성 및 선량한 풍속 침해의 위험성을 배제하기 위해 마련된 상법 제731조 제1항의 입법 취지상 아내가 타인(남편)의 동의를 받지 않고 남편을 보험계약자 겸 피보험자로 해서 체결한 생명보험은 보험계약자 명의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타인의 생명보험에 해당합니다.
그러므로 상법 제731조가 적용된다는 취지에서 (보험계약자 및 피보험자로 된 무권대리인의 사후 추인이 있더라도 보험계약이 유효하게 되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계약 체결 시부터 무효인 것이고) 생명보험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보험계약 체결 당시부터 보험계약자 및 피보험자로 정해진 타인(남편)의 서면 동의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봐야지 보험계약자까지 실질적으로 변경된다는 의미로 볼 수는 없습니다.
이 판결의 취지와 같이 볼 경우 보험회사는 보험계약 체결 시 보험계약자로 표시된 부부(夫婦)의 어느 한쪽이 실제 보험계약자인지를 확인해야 하고 또 부부 간에 실제 누구의 돈으로 보험료를 납입했는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거래의 안전이 저해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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