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보험상품 설명은 적절한 교육 통해 구체적 내용 파악하고 있는 소속 보험설계사가 이행해야


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회사가 보험 가입자에게 상해보험 상품을 판매하면서 다른 보험회사 소속 보험설계사를 통해 보험 약관을 설명했다면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보험 가입자가 상해를 입은 경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번 판결은 보험설계사들이 몰래 다른 보험회사의 보험 상품을 소개해주고 대리 서명을 받는 관행이 시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판결이라 보험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예상됩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내용을 알려 드리고 해설합니다.

김 모 씨는 2009년 7월 미성년자인 아들이 신체에 상해를 입는 경우 등을 보험사고로 한 상해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평소 알고 지내던 교보생명 보험설계사인 오 모 씨에게 보험 상품을 문의했습니다. 오 씨는 김 씨가 원하는 보험 상품은 교보생명에서 취급하지 않는다며 동부화재를 소개해줬습니다. 동부화재 소속의 담당 설계사는 오 씨에게 보험 청약서에 김 씨의 자필서명을 받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김 씨는 오 씨를 통해 보험 청약서를 받고 '아들이 현재 운전을 안한다'고 표시한 후 내용 변경(이륜자동차 운전 등)이 생긴 경우 반드시 회사에 알려야 한다는 '계약 전 알릴 의무 사항'에 성명을 기재하고 서명했습니다.

보험계약 체결 후 김 씨의 아들은 2011년 8월 오토바이(제2종 원동기 장치 자전거) 운전면허를 취득한 후 김 씨가 구입한 무등록 100cc 오토바이를 타고 등하교를 했습니다. 하지만 김 씨는 아들의 오토바이 운전 사실을 동부화재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한 달 보름이 지난 뒤 김 씨의 아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교차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머리를 크게 다쳤습니다. 김 씨는 동부화재에 보험금 지급을 요구했지만, 동부화재는 "김 씨가 아들의 오토바이 운전 사실에 관한 고지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계약 해지를 통보했습니다. 이어 "김 씨 아들에 대한 보험금 지급 채무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해 달라"며 소송을 냈습니다.


1심은 "교보생명 보험설계사인 오 씨가 김 씨에게 계약 전 알릴 의무 사항을 제시하면서 설명을 했고, 김 씨가 서명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보험계약 후 오토바이 면허를 취득하고 운행했음에도 그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한 것은 적법하다"고 원고승소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서울고법 민사14부(재판장 윤준 부장판사)는 동부화재가 김 씨 아들을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의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패소 판결했습니다.1)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동부화재는 보험계약을 적법하게 모집한 것이 아니라면 보험계약의 유효성이 부정돼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지만, 김 씨의 보험 청약서 서명·날인이 유효하게 이뤄지고 동부화재가 보험청약을 그대로 받아들여 보험증권까지 교부한 이상 보험계약 자체는 유효하게 성립했다」고 밝혔습니다.

타사 설계사가 대신 설명했다면 약관 설명의무 불이행


그러나 「보험업법이 보험계약을 모집할 수 있는 자를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춘 자로 제한하고, 소속 보험회사가 아닌 다른 보험회사의 보험계약 모집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보험 상품 및 약관 등에 대한 적절한 교육 등을 통해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소속 보험대리점이나 보험설계사에 의해 비로소 보험 상품에 대한 설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며 「보험계약 모집을 담당한 적법한 보험대리점이나 보험설계사가 아닌 다른 사람에 의한 설명만으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험 약관의 명시·설명의무가 이행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이 판결의 취지와 상반되게 '다른 보험회사 소속의 보험설계사에 의해 보험계약의 중요 사항에 대한 설명이 이뤄진 경우에도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판시한 하급심 판결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판결이 선고된 이후부터는 상당수의 하급심 판결들이 이 판결을 인용하며 보험회사의 설명의무 이행 주장을 배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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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5월 10일
  • 1차 수정일 : 2020년 8월 16일(재등록)

1) 서울고등법원 2013. 10. 31. 선고 2013나2002915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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