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일부 훼손된 보험증권 제출, 연금액 확정에 관한 개별약정 증거 안돼


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 가입자가 일부 훼손된 보험증권을 증거로 제출했는데 거기에 기재된 내용을 두고 가입자와 보험회사가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경우 다른 자료들에 비춰 훼손된 부분에 보험회사의 주장에 부합하는 취지의 기재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면 가입자가 주장하는 개별 약정이 있었던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보험 가입자에게 유리한 내용으로 약관과 다른 합의(​개별약정)를 한 사실이 있다면 그런 합의가 우선하지만, 그런 합의를 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면 일부 훼손된 보험증권의 기내 내용만으로는 약관과 다른 내용으로 보험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내용을 소개하고 해설합니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이 모 씨가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1)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민사소송에서 당사자 일방이 일부가 훼손된 문서를 증거로 제출했는데 상대방이 훼손된 부분에 잔존 부분의 기재와 상반된 내용이 기재돼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 실제로 그럴 가능성이 인정돼 문서 전체의 취지가 문서를 제출한 당사자의 주장에 부합한다는 확신을 할 수 없게 된다면 이로 인한 불이익은 훼손된 문서를 제출한 당사자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민사소송법 제350조(당사자가 사용을 방해한 때의 효과)는 '당사자가 상대방의 사용을 방해할 목적으로 제출 의무가 있는 문서를 훼손해 버리거나 이를 사용할 수 없게 한 때는, 법원은 그 문서의 기재에 대한 상대방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그런 사용 방해 목적 없이 문서가 훼손됐더라도 문서 제출자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재판부는 또 「'1년 만기 정기예금이율의 변동에 따라 실제 지급되는 연금액은 달라질 수 있다'고 기재된 현대해상의 전산정보나 보험계약이 체결될 무렵 판매된 보험상품의 보험증권 기재 내용 등에 비춰 보면, 이 보험의 연금액은 1년 만기 정기 예금 이율의 변동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보험증권 중 훼손된 부분에 현대해상의 주장처럼 '실제 지급 받는 연금액이 정기 예금 이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기재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데도 이 보험에 따른 연금액은 보험증권에 잔존 부분에 기재된 금액이라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런 원심 판단에는 '개별약정, 일부가 훼손된 문서의 증거가치 판단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씨는 1995년 현대해상의 연금저축보험에 가입했습니다. 이 보험은 10년 동안 월 30만원씩의 보험료를 납입하면 만 55세가 되는 해부터 10년 동안 연금을 지급하는 상품이었습니다. 이 씨가 받은 보험증권의 보상 구분란에는 만기 후 이 씨가 지급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이 10년간에 걸쳐 3개월마다 180여만 원을 총 40회 지급한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씨가 만기 후 보험금을 청구하자 현대해상은 "이율의 변동에 따라 연금액을 달리 지급하기로 계약했다"고 주장하며 연금으로 60여만 원만 지급했습니다. 

​이 씨는 소송을 내면서 보험증권을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이 보험증권은 2개의 점선을 이용해 3단으로 접히게 돼 있었는데 그 3단 부분이 떨어져 나간 상태였습니다. 현대해상은 보험증권에서 떨어져나간 부분에 연금액 변동 가능성이 기재돼 있다고 주장했지만 1,2심은 "현대해상이 보험계약 당시 1년 만기 정기 예금 이율의 변동에 따라 지급되는 연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는 약관 조항에 대해 설명의무를 위반한 점과 보험증권과 청약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원고승소 판결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이번에 소개한 대법원 판결은 대략적인 연금액과 함께 연금액 변동 가능성에 관한 사항이 설명의무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현대해상의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했습니다. 설명의무 위반의 효과로 현대해상은 '1년 만기 정기 예금 이율이 변동될 경우 연금 지급 형태에 따라 지급되는 연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는 약관 규정의 적용을 주장할 수 없게 돼 연금액 변동 가능성에 관한 약관 규정은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되지 않습니다.

이처럼 설명의무 위반의 결과 연금액 변동 가능성에 관한 약관 규정이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보험에 따라 지급해야 하는 연금액에 관한 해석 문제는 여전히 남게 됩니다. 

보험회사들의 약관에는 "모집인 등이 모집 과정에서 사용한 회사(각종 점포 및 대리점 포함) 제작의 보험 안내 자료(계약의 청약을 권유하기 위해 만든 자료 등을 말합니다)의 내용이 이 약관의 내용과 다른 경우에는 계약자에게 유리한 내용으로 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봅니다"라고 규정돼 있습니다. 


​보험증권은 보험계약의 성립과 내용을 증명하기 위해 계약 내용을 기재하고 보험회사가 기명날인 또는 서명해 보험계약자에게 교부하는 증권으로서 하나의 증거증권입니다. 반면 보험 안내 자료는 보험회사(대리점 등을 포함)가 보험의 모집 과정에서 보험의 청약을 권유하기 위해 제작한 자료를 말합니다. 

보험증권은 보험계약의 성립 후에 교부되지만, 보험 안내 자료는 보험 청약 당시에 교부됩니다. 따라서 보험 청약 당시에 교부되는 서류가 아닌 보험증권은 보험 안내 자료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설령 보험증권의 기재 내용이 약관 내용과 다르고 계약자에게 유리한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곧바로 계약자에게 유리한 보험증권의 기재 내용대로 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볼 수 없습니다. 보험증권의 기재 내용과 약관 내용이 서로 다를 때는 보험증권뿐 아니라 보험 청약서, 약관 내용 등을 종합해 보험계약의 내용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보험계약자가 (계약 내용에 편입되지 못한) 약관 내용과 다르게 기재된 보험증권상의 연금액을 실제 보험계약에 따른 연금액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보험계약 당시 현대해상과 그런 내용의 개별 약정을 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합니다.

보험계약 당사자가 특별히 약관과 다른 개별약정을 한 사실이 있다면 그 개별약정이 약관에 우선해서 적용됩니다. 이를 개별약정 우선의 원칙이라고 합니다. 이때의 '개별약정'은 보험계약 체결 방식이 보험계약서(보험청약서 등)라는 종이 서면에 의한 것인지, 전화 등 통신 판매 수단을 통한 것인지에 따라 각각 다르게 취급되거나 또는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이것은 고지의무 사항(계약 전 알릴의무 사항)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2) 

​보험계약 체결이 보험청약서 및 상품설명서 등과 같은 종이 서면을 제시하는 방식에 의할 경우에는 보험청약서와 그 청약서에 첨부된 계약 전 알릴의무 사항(중요한 사항), 상품설명서 등의 서면 기재 내용이 일반적으로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될 것이고 약관의 내용과는 다른 별도의 개별약정이 성립되는 경우가 흔치 않습니다. 하지만 전화 가입(TM, 텔레마케팅) 방식에 의할 경우에는 일반적인 보험청약서 및 그 청약서에 첨부된 계약전 알릴의무 사항 등의 작성, 그리고 보험사의 설명의무 등을 '전화 통화(음성 녹음)'로 갈음하기 때문에 음성 녹음된 내용이 개별약정으로서 원래의 약관 내용이나 보험사의 설명의무 위반으로 보험계약에 편입되지 못하는 중요한 사항보다 우선적으로 적용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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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5월 9일
  • 최종 수정일 : 2020년 8월 16일(재등록)

1) 대법원 2015. 11. 17. 선고 2014다81542 판결.
2) 예를 들면, 종이 서면에 의한 질문 사항은 상법 제651조의2에서 말하는 중요한 사항으로 추정되지만, TM(텔레마케팅) 방식에 의한 질문 사항은 무조건 중요한 사항으로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3) 1차 수정일 : 2019년 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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