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보험계약자 자필 서명 있어도 면책약관 직접 설명 없었다면 보험금 줘야

보행자를 들이받고 역과한 사고

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계약자가 면책 사유가 포함된 상품 설명서를 교부받으면서 보험설계사로부터 상품 설명서를 교부받고 설명을 들었음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문구가 있는 곳 아래에 자필로 서명한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면책 약관에 관해 직접 설명을 들은 사실이 없었다면, 보험사는 면책 약관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단독] 보도하고 해설합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72단독 김진철 판사는 일상생활배상특약 가입자 오 모 씨가 삼성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삼성화재는 오 씨에게 1억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습니다.1)

오 씨는 2015년 8월 '일상생활로 인한 우연한 사고로 법률상 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씨 입은 손해에 관해 1억 원을 한도로 보상받기로 하는 내용'의 특별약관(일상생활배상특약)이 포함된 보험에 가입했습니다. 이 특약에는 '삼성화재가 부담하는 배상책임으로 인한 손해 중 항공기, 선박, 차량(원동력이 인력에 의한 것을 제외), 총기(공기총을 제외)의 소유, 사용 또는 관리로 발생한 배상책임으로 인한 손해를 보상하지 않는다'는 면책 사유가 포함된 면책 약관을 두고 있었습니다.

보험 가입일로부터 1년이 지난 2016년 8월 오 씨의 과실로 보행자를 숨지게 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오 씨는 한 교회 상단 주차장에서 남편 소유의 승용차 전방을 가로막고 주차돼 있던 라세티 승용차를 발견했습니다. 

오 씨는 라세티 승용차의 운전석 문이 열려 있고 열쇠가 꽂혀 있는 것을 발견하고 직접 라세티 승용차를 옮겨 주차하는 과정에서 변속 장치를 중립 위치로 두고 그대로 차량을 떠났고 라세티 승용차가 내리막길을 따라 뒤로 구르면서 때마침 상단 주차장과 중간 주차장 사이 연결 통로를 걷던 보행자(피해자)를 들이받아 넘어뜨린 다음 깔고 지나가 숨지게 했습니다.

그 후 삼성화재는 숨진 피해자의 남편과 사이에 라세티 승용차의 보험사로서 피해자의 남편에게 보험금 2억 3900만 원을 지급한 뒤 오 씨와 교회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그 소송에서 법원은 "오 씨는 삼성화재에게 1억 90여만 원을 지급하라"는 등의 판결을 선고했고 그 판결이 2018년 2월경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이에 오 씨는 일상생활 중 우연히 발생한 사고로 배상책임을 부담하는 손해를 입었다며 삼성화재에게 보험금 1억 원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삼성화재는 오 씨가 피해자 유족에게 부담한 배상책임은 일상생활배상특약에서 정한 면책 사유인 차량의 소유, 사용 또는 관리로 인한 배상책임에 해당한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고, 이에 강력 반발한 오 씨는 삼성화재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김 판사는 「오 씨가 라세티 승용차를 이동 주차 시킨 후 변속 장치를 중립 위치에 놓고 내린 행위는 차량의 사용으로서 이는 일상생활배상특약의 면책 사유에 해당한다」면서도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다59834 판결 등에서 설시한 '차량의 사용'의 정의에 비춰 면책 약관의 '차량의 사용'의 의미가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별도의 설명이 없더라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 또는 이미 법령에 의해 정해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며 면책 사유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이어 「오 씨가 삼성화재의 모집인으로부터 차량 사용에서 기인한 배상책임은 일상생활배상특약으로 보상하지 않는다는 면책 사유가 포함된 상품 설명서를 교부받았고, 그 상품 설명서에 오 씨가 모집인으로부터 상품 설명 내용을 충분히 설명받고 설명받은 내용을 이해했음을 확인한다는 문구가 있으며 그 문구 아래 부분에 상품 설명서를 교부받고 설명을 들었음을 확인하는 곳에 오 씨가 자필로 서명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오 씨가 상품 설명서에 의해 설명을 들었다고 확인하기는 했으나 이는 보험모집인이 설명한 일상생활배상특약으로 보상되는 손해에 관해 설명을 들었다는 취지이고 면책 약관에 관해서까지 직접 설명을 들었다는 취지라고는 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면서 「결국 삼성화재는 면책 약관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며 「오 씨는 적어도 1억 90여만 원의 법률상 구상 의무를 부담하는 손해를 입었으므로, 삼성화재는 오 씨가 입은 손해 중 일상생활배상책임특약에 따른 보험금 1억 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보험사가 설명할 의무를 지는 중요 사항은 비단 약관에 규정된 내용에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즉 중요 사항에 해당하면 약관에 규정된 내용 이외의 사항이더라도 설명의무의 대상이 됩니다. 

실제 보험 모집 과정에서 보험모집인(보험설계사)이 보험계약자에게 보험 가입을 권유할 때 약관 책을 직접 교부하는 경우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구체적이고 상세한 설명을 이행하기 위해 중요한 내용이 기재된 상품 설명서(상품 설명에 대한 계약자 확인 포함), 핵심 상품 설명서 등과 같은 자료를 제시하면서 계약 내용을 설명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므로 상품 설명서 등에 중요 사항이 기재돼 있지 않다면, 보험모집인이 상품 설명서 등에도 없는 내용을 중요한 사항이라 여기고 특별히 기억해서 설명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적어도 중요 사항이 요약된 상품 설명서 등을 제시하고 직접 설명했어야만 구체적이고 상세한 설명을 했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사업자는 고객이 약관의 내용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한글로 작성하고, 표준화·체계화된 용어를 사용하며, 약관의 중요한 내용을 부호, 색채, 굵고 큰 문자 등으로 명확하게 표시해 알아보기 쉽게 약관을 작성해야 합니다.2)

따라서 깨알같이 작은 글씨로 된 보험 약관 책을 제시하거나 팩스 송부를 통해 흐릿하게 기재된 내용을 제시하는 것으로는 보험계약자가 그 약관 책에 기재돼 있거나 팩스 송부된 내용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중요 사항을 설명한 것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특히 팩스 송부를 한 뒤 보험 가입자의 자필 서명을 받은 것만으로는 보험계약의 중요 사항을 보험계약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한 것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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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10월 1일
  • 1차 수정일 : 2020년 8월 31일(재등록)

1) 확정된 판결입니다.
2)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개정 2011. 3. 29.>; 구 약관규제법 제3조 제1항의 '부호·문자·색채'를 2011. 3. 29.에 개정(시행 2011. 6. 30.)하면서 『부호, 색채, 굵고 큰 문자』로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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