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liver cancer) |
글 : 임용수 변호사
교보생명이 간세포암에 대한 진단확정을 부정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다 법원으로부터 패소 판결을 받은 사실이 최근 밝혀졌습니다. 특히 교보생명은 피보험자의 암에 관한 의사의 조직병리 진단일을 조직병리검사 결과 보고서 등의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암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단독] 소식으로 알리고 해설합니다.
장 씨는 지난 2016년 1월 남편을 피보험자로 정하고 암과 급성 심근경색증, 뇌졸중 등의 중대한 질병을 보장으로 하는 교보생명의 한 보험 상품에 가입했습니다.
여기서 교보생명 측이 '중대한 질병 및 수술 보장 개시일' 이후에 피보험자가 '중대한 질병'으로 진단확정 될 경우 장 씨에게 지급하기로 한 보험금은 주계약에 의한 '진단 보험금'으로 기본 보험금(1억 원)의 80%인 8000만 원과 '암'에 대한 보장 개시일 이후 최초 계약의 보험계약일부터 1년 미만의 기간 내 암 진단 확정시 암 진단 특약에 의한 '암 진단 보험금'으로 가입 금액(5000만 원)의 50%인 2500만 원 등 합계 1억 500만 원이었습니다.
이 보험 상품의 약관에는 '암'에 대한 '진단확정'은 병원의 병리 또는 진단 검사 의학 전문의 자격증을 가진 자에 의한 조직검사, 미세바늘흡인검사 또는 혈액검사에 대한 현미경 소견을 기초로 하되, 위의 진단이 가능하지 않을 때는 피보험자가 암으로 진단 또는 치료를 받고 있음을 증명할 만한 의사가 작성한 문서화된 기록 또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었습니다.
장 씨의 남편은 2015년 12월 부산대학교병원에서 일반건강검진(1차 검진)을 받았는데, 같은 병원의 의사는 간초음파 검사 시행 후 '간경변증' 소견이 있어 소화기내과 진료 등을 추천한다는 내용의 판독 소견을 냈습니다.
그 후 장 씨의 남편은 2016년 2월 같은 병원의 소화기내과에서 받은 CT 검사 결과 '간세포암'으로 생각된다는 내용의 판독 소견을 다시 받았고, 약 1개월 후인 2016년 3월말에 나온 MRI(자기공명영상) 검사 결과에서도 '간세포암'으로 생각된다는 판독 소견이 나왔습니다.
다음 달 장 씨의 남편은 수술을 받기 위해 서울아산병원에 내원했고, 서울아산병원에서 MRCP(자기공명쓸개이자조영술) 검사를 시행함과 더불어 기존의 CT, MRI 검사를 한 결과 2016년 5월 28일 '간세포암종'이라는 소견의 판독 결과가 다시 나왔습니다.
이후 장 씨의 남편은 입원해 간세포암종(3cm 미만)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고, 같은 병원의 의사는 떼어낸 일부 조직에 대한 검사를 한 후 2016년 6월 2일 병리 보고서(조직병리)를 통해 '간세포암종'으로 보고했습니다.
장 씨는 그동안의 검사 경과 및 진단 결과에 관한 의무 기록 등을 첨부해 교보생명의 보험계약에 따라, 주계약 진단보험금 8000만원, 그리고 암진단특약 암진단보험금 2500만 원의 보험금을 지급해줄 것을 교보생명 측에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교보생명 측은 자사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장 씨 측의 주계약상 진단 보험금 및 암진단 특약상 암진단 보험금에 대한 보험금 전액의 지급을 거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교보생명 측은 장 씨에 대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면서, '암 보장 개시일 이전에 이미 간암이 발생해 부산대학교병원 의사로부터 간암에 대한 임상학적 진단(피보험자가 암으로 진단 또는 치료를 받고 있음을 증명할 만한 의사가 작성한 문서화된 기록 또는 증거가 있는 경우)을 받았다'며 서울아산병원의 병리학적 진단 결과 비로소 암 진단 확정이 이뤄졌다는 장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장 씨는 '암보장 개시일 이후인 2016년 6월 2일 비로소 서울아산병원으로부터 간세포암종의 진단 확정을 받았다'며 교보생명의 보험금 지급 거부에 대해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장 씨와 교보생명 사이의 입장차는 평행선을 달렸고, 결국 대형 보험사가 개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소송전에 돌입하게 됐습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최근 판결을 내린 김 판사는 보험계약에 따른 암 보장 개시일은 계약일인 2016년 1월 8일부터 90일이 지난 날의 다음날인 2016년 4월 8일임을 확인했습니다. 김 판사는 우선 과연 교보생명이 보험계약상 '진단확정'의 의미에 대해 제대로 알고서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는지 의구심을 표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보험계약 약관상 진단확정이란 조직검사, 미세바늘흡인검사 또는 혈액검사에 대한 현미경 소견이라는 병리학적 진단을 원칙적 진단 방법으로 하고, 병리학적 진단이 가능하지 않을 때 피보험자가 암으로 진단 또는 치료를 받고 있음을 증명할 만한 의사 작성의 문서화된 기록 또는 증거 즉 임상학전 진단을 예외적 진단 방법으로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김 판사는 이런 약관 문언에 비춰 봤을 때, 영상 검사인 간초음파 검사, CT 검사, MRI 검사 등과 같은 예외적 진단 방법이 원칙적 진단 방법(병리학적 진단)이 가능한 피보험자에게도 바로 적용되는 규정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판사는 「암의 진단확정에 관한 약관 규정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는데, 약관 문언에 반해 '간암의 경우에는 원칙적 진단 방법에 의한 진단이 가능하더라도 예외적 진단 방법에 의한 진단으로 그 진단확정을 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렇지 않을 경우 간암 진단의 특수성에 비춰볼 때 영상 검사를 통한 진단에서 간암 진단을 받았으나 그 후 조직 검사를 통한 진단에서 영상 검사와 달리 암이 아닌 것으로 진단된다면 보험회사로서는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게 되는데, 이는 보험회사가 진단 확정 시점을 영상 검사를 통한 진단 시점과 조직 검사를 통한 진단 시점 중 하나를 임의로 선택해 주장할 수 있다는 부당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장 씨 측이 부산대학교병원에서 영상 검사를 통한 진단을 받은 이후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때까지 사이에 의사의 수술 권유를 특별한 사유 없이 거부하는 바람에 암 보장 개시일 이전에 원칙적 진단 방법에 의한 암의 진단 확정을 받을 수 없었던 상황이 됐다고 볼 만한 신빙성 있는 자료가 없으므로, '간세포암종'의 진단 확정일은 서울아산병원 의사의 병리 보고서(조직병리)에 의한 진단일인 2016년 6월 2일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교보생명은 장 씨에게 주계약에 의한 '진단보험금' 8000만 원과 암 진단 특약에 의한 '암 진단 보험금' 2500만 원의 보험금을 지급하게 됐습니다. 교보생명이 이 판결에 불복하지 않아 1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암 진단 확정 여부와 관련된 사안에서, 이제까지 보험 가입자들은 '암'(악성 종양) 만큼 위험한 양성 종양 또는 경계성 종양에 대해 임상학적 진단이 있었음을 이유로 암 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았고, 대법원 판결을 비롯해 대부분의 판결들은 거의 일관되게 병리학적 진단(원칙적 진단 방법)이 있었을 때는 임상학적 진단(예외적 진단 방법) 등 다른 증거가 보충적으로 적용될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해왔습니다.
이번 교보생명 판결은 기존 판례의 주류적 입장을 확인하는 취지의 판례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병리학적 진단이 가능하지 않을 때란 피보험자가 조직 검사 등 병리학적 검사를 거부해 암 보장 개시일 이전에 암 진단 확정을 받을 수 없었으나 병리학적 검사에 응했다면 암 보장 개시일 전에 진단 확정을 받았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경우 등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로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간암이 다른 암들과 달리 많은 경우에 조직 검사 없이 영상 검사(초음파 검사, CT 검사, MRI 검사 등)만으로 진단할 수 있고, 이것만으로 진단이 되지 않는 경우에 한해 조직 검사를 시행한다는 것이 의학계의 일반론이기는 하지만, 약관에 '간암의 진단'에 관한 별도의 예외 조항(임상학적 진단도 간암에 관한 원칙적 진단 방법에 해당한다는 조항)이 없는 이상, 약관의 문언에 반해 조직 검사 등이 있는 경우에도 영상 검사만으로 암 진단 확정을 할 수 있다고 풀이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보험계약 약관에 예외적 진단 방법이 보충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 규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규정의 의미를 제대로 모르고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며 재판까지 끌고 갔다는 점은 보험금 지급 및 분쟁 처리에 대한 교보생명 내부의 통제 시스템에 분명 헛점이 있고 그런 헛점은 대형 보험사라는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침은 물론 보험 가입자들의 불신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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