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사기 범죄로 취득한 보험금도 소멸시효 기간 지났다면 보험사에 반환 또는 배상할 의무 없다


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 사기범이 편취한 보험금에 대해 보험사에게 손해를 배상할 의무 또는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더라도 소멸시효가 지났다면 이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위암에 걸린 사실을 숨긴 채 다수의 보험에 가입해 보험금을 편취했더라도 보험금을 지급받았을 때부터 10년의 소멸시효 기간이 지났다면 손해배상을 하거나 부당이득 반환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입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을 [단독] 소식으로 전하고 해설합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2단독 차영민 판사는 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이 보험사기 전력이 있는 김 모 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하고 김 씨의 손을 들어줬다고 밝혔습니다.1)

김 씨는 2006년 9월 한 내과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 명의로 위내시경 및 조직검사를 받은 결과 위암 의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김 씨는 자신의 이름으로 진단받지 않은 점을 이용해 암에 걸린 사실을 숨기고 다수의 보험에 가입해 보험금을 편취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김 씨는 암에 걸린 사실을 숨긴 채 2006년 9월 오렌지라이프생명과 사이에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을 비롯해 그 무렵 같은 방법으로 다른 보험회사들과도 유사한 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 후 김 씨는 2007년 1월 병원에서 조직검사를 통해 위암 진단을 받은 뒤 '진행성 위암'으로 수술을 받고 입원하는 등 치료를 받았습니다.

김 씨는 그 같은 사실을 모르는 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에게 보험금을 청구해 이에 속은 오렌지라이프생명으로부터 보험금 명목으로 2007년 4월 4860만 원, 2007년 4월 64만 원 등 합계 4920만 원을 수령한 것을 비롯해, 그 무렵 다수의 보험회사들로부터 합계 1억3200여만 원의 보험금을 지급받아 이를 편취했습니다. 

타인 명의로 '위암 의증' 진단

김 씨에게 보험금을 편취당한 오렌지라이프생명 등 다수 보험회사들의 진정 내지 고소로 2007년 수사가 개시됐으나 소재불명으로 기소중지됐습니다. 광주북부경찰서는 2013년 김 씨의 소재를 확인하고 수사한 후 검찰에 사기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면서 2013년 6월 오렌지라이프생명에게 "귀사에서 2007년 김 씨에 대해 보험 사기로 접수한 사건에 대해 피의자 소재 발견돼 조사한바, 혐의 인정돼 기소 의견으로 송치함"이라는 취지로 사건 처리 결과 통지를 했습니다.

김 씨는 오렌지라이프생명을 포함한 보험회사들에 대한 사기 혐의로 기소돼 2013년 8월 징역 1년을 선고받았고, 이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항소가 기각돼 그 무렵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오렌지라이프생명은 김 씨에 대해 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알고도 무려 7개월 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2019년 6월 중순에서야 김 씨를 상대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과 부당이득으로 4920만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차 판사는 판결문에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이 경과하면 시효로 소멸한다」며 「오렌지라이프생명의 소는 김 씨의 마지막 불법행위일인 2007년 4월부터 10년이 경과한 2019년 6월 제기됐음이 명백하므로, 오렌지라이프생명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했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어 「오렌지라이프생명은 주로 3년의 단기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다투고 있지만, 10년의 장기 소멸시효가 완성됐음이 분명한 이상 3년의 단기 소멸시효 완성 주장은 따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차 판사는 또 「오렌지라이프생명의 부당이득 반환 청구권은 무효인 보험계약에 터 잡아 지급한 보험금 상당의 반환을 구하는 것으로 상거래 관계와 같은 정도로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성이 있다고 볼 근거가 없으므로 소멸시효 기간은 10년으로 봐야 한다」며 「이 보험계약이 무효인 이상 그 부당이득 반환 청구권은 보험금 지급일인 2007년 4월부터 10년의 소멸시효 기간이 진행한다고 봐야 하는데, 오렌지라이프생명의 소는 지급일부터 10년이 경과한 2019년 6월 제기됐음이 명백하므로 오렌지라이프생명의 부당이득 반환 청구권 역시 시효로 소멸했다」고 밝혔습니다.


오렌지라이프생명은 재판 과정에서 "부당이득 반환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객관적으로 부당이득 반환 청구권이 발생했다고 확인된 형사판결 확정 무렵 내지 자사가 형사판결 확정 사실을 알게 된 2018년 11월부터 진행한다"고 주장했지만, 이 주장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차 판사는 「무릇 소멸시효는 그 청구권이 성립한 때부터 진행하고, 권리의 존재나 발생을 알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소멸시효의 진행에 장애가 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며 「다만 대법원 판례는 이런 원칙에 일부 예외를 인정해 '청구권자가 권리의 발생 여부를 객관적으로 알기 어려운 상황에 있고 청구권자가 과실 없이 이를 알지 못한 경우'에만 객관적으로 청구권의 발생을 알 수 있게 된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그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판례가 이런 예외를 인정하는 예로는, 소멸시효 기간이 2년에 불과한 보험금 청구권이나2), 그 청구권의 청구권자가 권리의 발생과 관련해 제3자적 지위에 있는 경우3) 등에 한정되고, 이런 사안들은 기산점의 예외를 인정하더라도 소멸시효 제도의 존재 이유인 사회질서 유지, 증명 곤란의 구제, 권리 불행사에 대한 제재 등을 훼손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오렌지라이프생명의 부당이득 반환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간은 10년이고, 오렌지라이프생명은 김 씨와 직접 보험계약을 한 당사자이기도 하며, 특히 오렌지라이프생명은 2007년 다른 보험회사들과 함께 김 씨를 수사기관에 진정 내지 고소하기도 했기 때문에 그 무렵 보험계약이 무효일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알았다고 보이며, 나아가 2013년에는 수사기관으로부터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는 통보까지 받았으므로, 오렌지라이프생명이 '권리의 발생 여부를 객관적으로 알기 어려운 상황에 있었다거나 과실 없이 이를 알지 못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예외'에 해당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4)」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김 씨는 위암에 걸린 사실을 숨긴 채 보험 사기 목적으로 여러 보험사들과 보험계약을 체결했으므로 김 씨의 보험계약은 민법 제103조에서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해 무효이고, 김 씨가 오렌지라이프생명을 속이고 보험금을 수령한 것은 불법행위와 부당이득에 해당한다는 사실이 인정됐습니다. 따라서 오렌지라이프생명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해배상 청구권이 있고, 또한 무효인 보험계약에 터 잡아 지급한 보험금 4920만 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 청구권도 있으며 두 채권은 선택적 관계에 있습니다.


두 채권 중 눈여겨볼 부분은 부당이득반환 청구권인데, 그것이 상행위인 계약에 기초해 이뤄진 급부 자체의 반환을 구하는 것으로서 그 채권의 발생 경위나 원인, 당사자의 지위와 관계 등에 비춰 그 법률관계를 상거래 관계와 같은 정도로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 등에는 5년의 소멸시효를 정한 상법 제64조가 적용됩니다. 그러나 이와 달리 부당이득 반환 청구권의 내용이 급부 자체의 반환을 구하는 것이 아니거나, 위와 같은 신속한 해결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법 제64조는 적용되지 않고 10년의 민사 소멸시효 기간이 적용됩니다.5)

이번 판결은 무효인 보험계약에 터 잡아 지급한 보험금 상당의 반환을 구하는 부당이득 반환 청구권의 경우 상거래 관계와 같은 정도로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성이 있다고 볼 근거가 없으므로 보험금을 지급한 날로부터 10년 내에만 행사해야 된다는 취지입니다. 상사 소멸시효 기간인 5년이 아니라 민사 소멸시효 기간 10년이 적용된다고 판시한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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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8월 15일

1) 확정된 판결입니다.
2) 대법원 1993. 7. 13. 선고 92다39822 판결 등 참조.
3) 대법원 2003. 2. 11. 선고 99다66427, 73371 판결, 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4다211978 판결 등 참조.
4) 즉 오렌지라이프생명이 권리 행사를 해태했다고 인정되므로, 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하더라도 소멸시효 제도의 존재이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5) 대법원 2003. 4. 8. 선고 2002다64957, 64964 판결,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2다4633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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