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전원조치 늦어져 급성 담관염 악화 사망, 재해사망 보험금 지급 사유


글 : 임용수 변호사


담관염 환자에 대해 병원이 의료진의 부재로 적절한 치료를 할 수 없었는데도 신속한 전원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결과 환자의 급성 담관염을 악화시켜 환자를 패혈증과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사망케 했다면 병원 측에 과실이 있으므로 보험사는 환자의 유족에게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내용을 [단독] 소식으로 전하고 해설합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부(재판장 오성우 부장판사)는 김 모 씨의 유족들이 에이아이에이(AIA)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AIA생명은 유족들에게 1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을 선고해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1)

김 씨는 급성 담관염(급성 담도염)으로 갑작스러운 복통(명치 부위)을 호소하며 부산보훈병원에 입원해 각종 검사를 받았습니다. 부산보훈병원은 원위부 담관암에 의한 총담관 폐쇄가 의심된다는 소견에 따라 PTBD(percutaneous transhepatic biliary drainage; 경피 경간 담도 배액술) 또는 ERCP(endoscopic retrograde cholangio pancreatography; 내시경 역행 담췌관 조영술) 시술을 위해(= 자세한 검사 및 진단, 담즙 배액을 통한 담관 갑압 등을 위해) 더 큰 병원인 부산 고신대학교 복음병원으로 전원시켰습니다. 

고신대병원은 김 씨에 대해 ERCP를 실시했지만, 원위부 담관 폐쇄로 인해 담즙 배액을 통한 담관 감압에 실패했고, 이후 의료진의 부재로 인해 PTBD를 시행하지 못해 김 씨는 동아대병원으로 전원됐습니다. 그러나 동아대병원에서도 PTBD가 가능하지 않아 김씨는 다시 고신대병원으로 돌아와 입원했습니다. 당시 고신대병원뿐 아니라 동아대병원 등에서도 PTBD를 시행할 수 있는 영상의학과 전문의들 모두가 제67차 대한영상의학회 학술 대회에 참석해 부산 일대에서는 PTBD를 실시할 병원이 없었습니다.

김 씨는 고신대병원에서 10시간 이상 수차례 복통과 발열을 호소하며 진통제와 해열제를 투여받았고, 저혈압 등 이상 상태(패혈증에 의한 쇼크로 의심됩니다)로 의식을 잃었다가 수액 공급 등 응급 처치를 통해서야 의식이 회복됐습니다.

고신대병원 담당의는 PTBD 시술이 가능한 서울대병원으로의 전원을 결정했고, 이에 김 씨는 밤 10시경 고신대병원 소속 수련의가 동승한 구급차를 타고 전원해 다음날 서울대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습니다.


서울대병원은 김 씨에게 항생제 투여, 수액 공급 등 패혈증에 대한 보존적 치료를 실시하면서 PTBD를 시행했습니다. 김 씨는 서울대병원의 치료에도 불구하고 신부전, 심부전, 호흡 부전 등 다발성 장기 손상이 발생해 고농도의 승압제 주사, 인공호흡기 부착 등 지속적 신대체 요법 등을 실시받았지만 치료에 반응하지 않고, 끝내 사망했습니다.

재판부는 「김 씨는 고신대병원에서 ERCP를 실시한 후 '학회 참석으로 인한 의료진 부재'{이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 '외과적 및 내과적 치료 중 기타 재난'(분류코드 Y65)에 해당합니다}라는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인해 적절한 시기에 PTBD를 시술받지 못해 결국 급성 담관염이 악화돼 패혈증,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사망했고, 이는 보험계약에서 정한 사망보험금 지급 사유(= 계약일로부터 2년이 지난 계약 해당일 전일 이전에 '재해분류표'에서 정하는 재해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AIA생명은 고신대병원에서 의료진의 부재로 PTBD를 실시하지 못한 것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 '외과적 및 내과적 치료 중 환자의 재난(Y60~Y69)' 중 진료 기관의 고의 또는 과실이 없는 경우이므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재해'에 속한다고 주장하지만, 의사가 진찰·치료 등 의료 행위를 할 때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춰 환자의 구체적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하고,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하거나 그런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신속히 전문적인 치료를 할 수 있는 다른 병원으로의 전원 조치 등을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고신대병원으로서는 ERCP를 실시했으나 담즙 배액을 통한 담관 감압에 실패했으므로 신속하게 PTBD를 시행할 수 있는 다른 병원으로 전원 조치를 취해 패혈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원 조치가 늦어져 결국 김 씨의 급성 담관염이 악화돼 패혈증과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사망한 것이므로 고신대병원 측에 과실이 있고, 이는 보험 약관에서 규정한 '재해'에 해당한다(고신대병원은 유족들에게 PTCD 시술 등을 신속히 하지 않으면 패혈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과실도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질병 또는 체질적인 요인이 있는 환자의 경우도 외과적 및 내과적 치료 중에 발생한 재난은 재해에 해당하고, 그 재난이 환자의 질병 또는 체질적 요인에 비해 경미한 외부 요인에 의한 경우 또는 진료기관의 고의 또는 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재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판례 중에는 단국대학교병원 응급실에서 환자가 상부 위장관 출혈 등의 증세로 치료를 받던 중 토혈을 했고 그 혈액이 기도로 흡입됨으로써 심폐 정지가 발생하는 사고로 저산소성 뇌손상에 이르게 돼 의식 불명의 식물인간 상태가 된 경우, 의료진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경미한 외부 요인에 해당한다거나 의료진의 과실이 없는 경우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습니다.  

반면, 서울아산병원 응급센터 담당의사로부터 중환자실에 자리가 없고 전격성 간부전 등으로 치료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이유로 고향인 창원시 소재 병원으로서의 이송을 권유받았고, 그 결과 구급차를 타고 창원시 소재 병원으로 이송되다가 차량 고장으로 다른 구급차에 옮겨져 인근 병원으로 이송된 후 사망한 사고가 보험 약관 면책 사유 중 하나인 '질병 또는 체질적 요인이 있는 자로서 경미한 외부 요인에 의해 발병하거나 또는 그 증상이 더욱 악화된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습니다. 

유사한 사안인데도 불구하고 개별 사안마다 판사의 지식이나 경험, 배경 여하에 따라 판시 내용이 각기 달라질 수 있으므로, 어떤 일관성 있는 판결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약관 재해분류표가 따르고 있는 (통계법에 의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와 약관 해석의 원칙 등 보험 법리를 잘 살펴보면 어떤 판결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세한 보험법리에 대해서는 임용수 변호사의 저서인 『보험법 제3판』을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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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5월 5일
  • 1차 수정일 : 2020년 8월 14일(재등록)

1) 확정된 판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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