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보험청약서에 '주부'라고 고지하고 남편과 농사 짓다 사망, 보험금 지급해라


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 청약서에 직업을 주부로 기재한 아내가 남편과 함께 농사를 지었더라도 농업 종사자로서 농사를 직업적으로 지었다고 볼 수 없다면 보험계약 당시의 직업을 속인 것은 아니므로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단독] 소식으로 전하고 해설합니다.

부산지법 민사10단독 정우영 판사는 오 모 씨가 디비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디비손해보험은 오 씨에게 보험금 1억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밝혔습니다.1)

오 씨는 2015년 3월 상해로 사망하면 보험금 1억 원을 지급받는 내용의 상해보험에 가입하면서 보험 청약서에 피보험자인 시어머니(망인)의 직업을 '주부'로 기재했습니다. 이 보험의 약관에는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계약 전 알릴 의무를 위반하고 그 의무가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는 경우 손해의 발생 여부와 관계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계약 전 알릴 의무 위반의 효과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었습니다. 

망인은 2016년 4월 남편이 운전하던 경운기 적재함에 타고 있다가 남편이 마주오던 덤프트럭을 피하기 위해 도로 갓길로 경운기를 운전하는 바람에 경운기 적재함에서 떨어져 부상을 입었습니다. 이후 망인은 대학병원 등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지만 경막하 출혈로 인한 패혈증으로 사망했습니다.

오 씨는 망인이 사망한 후 디비손해보험에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다가 '망인의 직업이 농업 종사자였음에도 오 씨가 사실과 달리 망인의 직업을 주부로 기재했다'는 이유로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습니다.


정 판사는 판결문에서 「보험계약 당시 디비손해보험은 서면으로 망인의 직업을 질문했고, 그에 따라 오 씨가 피보험자인 망인의 근무처 및 취급하는 업무를 '주부'로 기재했으므로, 망인의 직업은 중요한 사항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망인이 농촌에 거주하면서 남편과 함께 농사를 지으면서 얻은 수입이나 기초 연금 등으로 생계를 유지해 오다가 사고로 사망한 사실은 인정되나, 그런 사정만으로 보험계약 당시 망인의 직업이 농업 종사자로서 농사를 직업적으로 지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면서 「망인의 사망 사고는 보험계약에서 정한 담보 내용인 상해사망에 해당한다」며 「디비손해보험은 오 씨에게 상해사망보험금 1억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보험사가 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피보험자의 직업(근무처 및 취급하는 업무)을 청약서라는 서면으로 질문했다면 이는 피보험자의 직업을 보험계약을 체결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 자료로 삼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한 것입니다. 즉 청약서에서 질문한 피보험자의 직업은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항입니다. 

보험계약 당시 보험계약자가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직업을 사실과 다르게 기재한 경우 보험사는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고지의무 위반의 점에 관한 입증 책임은 보험금 지급 채무를 면하기 위해 이를 주장하는 보험사에게 있습니다.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채무를 면하게 하는 사유에 대해서는 그 사유의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합니다. 이 판결도 그런 취지에서 직업으로서의 '농업 종사자(농업인)'를 '농사를 직업적으로 짓는 사람'으로 엄격하게 해석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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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10월 9일
  • 1차 수정일 : 2020년 9월 1일(재등록)

1) 부산지방법원 2018. 1. 9. 선고 2016가단350682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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