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법원 "마약 투약 후 환각 상태에서 자해 사망, 상해보험금 안 줘도 된다"

마약 투약 후 유치장 철장 안에서 자해

글 : 임용수 변호사


마약 투약 후 심신미약의 환각 상태에서 자해해 숨졌다면 상해사망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내용을 알려 드리고 해설합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7부(재판장 김춘호 부장판사)는 김 모 씨가 삼성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밝혔습니다.1)

김 씨의 아들 이 모 씨는 2016년 3월 필리핀 세부의 모텔 등을 돌며 여러 차례 필로폰을 투약했습니다. 그러던 중 세부 막탄 국제공항에서 마약 투약 및 소지 혐의로 필리핀 공항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필리핀 마약수사국에서 조사를 받던 도중 3시간 가량 환각 상태에 빠져 겁에 질린 모습을 보이기도 하던 이 씨는 유치장 안에서 난동을 부리다가 철창에 머리를 심하게 부딪치며 자해를 하고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이 씨는 곧바로 시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응급실 안에서도 침대에 누워 계속 난동을 벌이다 의식을 잃은 후 결국 사망했습니다. 필리핀 의사가 작성한 사망진단서상의 직접 사인은 '심한 외상성 뇌손상에 의한 심폐 정지'였습니다.

이후 김 씨는 삼성화재에 아들이 '상해를 원인으로 사망했다'며 보험금 지급을 요구했습니다. 아들인 이 씨가 마약 투약으로 발작 장애를 일으켜 뇌손상 및 심폐 정지로 사망했거나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침으로써 사망하게 됐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삼성화재는 "우연한 외래 사고가 아니고, 오히려 이 씨의 고의에 의한 사망에 해당한다"며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사고 당시 삼성화재의 보험 약관에는 '피보험자(보험대상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면책 예외 사유가 규정돼 있었습니다. 


법원은 삼성화재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필로폰의 주성분인 메스암페타민은 사람의 교감 신경을 자극하는 대표적인 각성제로 남용 시 사망에 이르거나 자신 혹은 타인을 공격할 수 있다」며 「이미 여러 차례 필로폰을 투약한 경험이 있는 이 씨는 필로폰을 투약하면 환각 상태가 되거나 그로 인한 폭력성이 나타나는 등 위험성이 있음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보험 약관상 면책 예외 사유는 자살에 대한 고의가 추단되는 경우에도 심신상실 등으로 인해 그 고의를 정상적으로 형성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던 사람을 구제하는데 그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보험 약관상 면책 예외 사유는 피보험자가 의도하지 않은 심신상실로 인해 자해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를 말하는 것일 뿐, 보험계약에서 계약 당사자가 지켜야 할 선의의 원칙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불법적인 방법에 의해 심신상실 자체를 스스로 일으킨 경우까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로 인정될 수 없다」며 「이 씨가 자해의 위험성을 충분히 예견하고도 법률상 금지 약물인 필로폰을 투약함으로써 스스로 심신상실의 상태에 빠뜨려 발생한 이 사고는 보험 약관상 인정되는 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하는 상해사망이라 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이 판결에 대해 김 씨가 항소를 제기했으나 항소심인 서울고법 민사32부(재판장 유상재 부장판사)는 김 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2) 판결 이유는 따로 적시하지 않았고,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1심 판결 이유를 그대로 인용했습니다. 이후 항소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대법원은 상해보험의 경우 그 면책 약관이 보험사고가 전체적으로 볼 때 고의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경우뿐만 아니라 과실(중과실 포함)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취지라면 상법 제732조의2, 제739조 및 제663조의 취지에 비춰볼 때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사고에 관한 한 무효라고 일관되게 판시해왔습니다.  

​또한 정신질환이나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가 재해사망 보험금 지급 사유 또는 상해사망 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은 확고한 대법원의 입장입니다.3) 


이런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따를 때, 마약·약물 복용이 반사회적인 범죄행위로서 보험계약의 선의성·윤리성에 반하고 사고 발생의 위험성도 높기는 하지만, 마약·약물 복용, 음주로 인해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라도 상해나 사망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는 것으로 봐서 보험회사가 면책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풀이됩니다. 피보험자가 마약 복용 또는 중독의 결과로 심신상실 상태 내지 환각 상태를 야기했다고 해서, 피보험자 자신의 상해나 사망에 대해서까지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더 검토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필로폰 투약으로 인한 환각 상태를 약관상의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볼 수 있는 것인지가 하나의 쟁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피보험자가 마약 투약으로 인한 환각이나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빠졌다면, 마약 투약이 불법인지 여부를 불문하고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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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5월 19일
  • 최종 수정일 : 2020년 8월 18일(재등록)

1)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가합533964 판결.
2) 서울고등법원 2018. 12. 5. 선고 2018나2027704 판결.
3) 대법원 2016. 10. 13. 선고 2016다216731, 2016다216748 판결, 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6다208341 판결, 대법원 2006. 3. 10. 선고 2005다49713 판결 등 참조.
4) 1차 수정일 : 2019년 1월 30일 (글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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