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군의문사는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진상규명 결정일부터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 진행


글 : 임용수 변호사


군의문사의 경우 군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의 진상 규명 결정으로 자살에 관한 사실관계와 원인이 구체적으로 밝혀진 시점부터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내용을 [단독] 소식으로 전하고 해설합니다.

대법원 제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군 복무 중 선임의 구타와 가혹 행위를 못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 모 씨의 유족들이 교보생명과 삼성생명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습니다.1)

재판부는 「당초 군 수사기관에 의해 김 씨의 사인은 단순 자살이라고 결론 내려졌으므로 김 씨가 구타·가혹 행위 등으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견딜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에 이르렀다는 군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의 결정이 있기까지는, 김 씨가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에 이르게 돼 보험사고가 발생했는지 여부가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않았다가, 이 결정이 있게 됨으로써 보험사고의 발생이 객관적으로 확인될 수 있게 됐고 유족들도 그때서야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았거나 알 수 있게 됐다고 봐야 하므로, 유족들의 보험회사들에 대한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군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의 결정이 있은 날부터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유족들이 군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의 결정을 근거로 해군참모총장에게 순직 확인을 신청해 2012년 12월 26일 순직 확인서를 발급받은 사실이 인정되나, 이 결정으로 김씨의 자살에 관한 사실관계와 원인이 구체적으로 밝혀진 이상 보험사고의 발생 여부가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않았던 상태는 해소됐다고 봐야 하고, 순직 확인이 있어야만 유족들이 보험금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유족들이 김 씨의 순직 확인서를 발부받은 무렵부터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해군 하사였던 김 씨는 1998년 7월 25일 오후 10시 40분께 함정 내 창고의 해수 파이프 라인에 목을 매 숨졌습니다. 김 씨 부모는 해군본부에 진상 조사를 요구했고 군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는 2009년 10월 '김 씨가 군복무 중 일상화된 선임의 구타와 욕설 등 가혹 행위로 인해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고 사망에 이르렀다'고 결정했습니다. 


앞선 1, 2심에서의 쟁점은 김 씨의 자살이 재해에 해당하는지와 보험금 청구권의 시효 소멸 여부였습니다. 1심은 김 씨의 자살이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로서 약관상 보험금 지급 면책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패소 판결했고, 보험금 청구권의 시효 소멸 여부에 대해서는 전혀 판단하지 않았습니다.2)

하지만 2심(원심)은 "김 씨가 특수 부대에 근무하면서 관행적이고 지속적인 구타, 군기 잡기, 얼차려 같은 가혹 행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없거나 현저히 제한된 상태에서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는 게 옳다"며 "사망하게 한 직접적인 원인 행위가 외래의 요인이어서 고의에 의하지 않은 우발적 사고로서 재해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보험금 청구 시효가 소멸했다는 보험회사들 주장에 대해서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보험금 청구권자가 보험사고 발생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때부터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해석해야 한다"며 "유족들이 김 씨의 사망이 순직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게 됐거나 알 수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2012년 12월 26일부터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함으로써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3)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보험사고의 발생 여부가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않아 보험금 청구권자가 과실 없이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 수 없었던 경우인데도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부터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해석한다면, 보험금 청구권자에게 너무 가혹해 사회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반할 뿐만 아니라 소멸시효 제도의 존재 이유에 부합된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이런 법리에 비춰 대법원 판례는 보험사고 발생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객관적 사정이 있는 경우 보험금 청구권자가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때부터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처럼 군 내부에서 발생한 사고의 경우 부정확하고도 일방적인 군 내부의 자체 조사 결과만으로는 일반인이 사망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 약관에서 정한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인지를 확인(인식)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군의문사는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진상 규명 결정을 통해 구타와 가혹 행위 등으로 발생한 사고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보험사고의 발생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므로 그때부터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봐야 합니다. 

2018년 9월 14일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에서 "군사망사고"란 군인이 복무 중 사망한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는 사고 또는 사건(1948년 11월 30일부터 이 법 시행일 전일까지 발생한 사고 또는 사건을 말합니다)으로서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가 그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결정해 조사 대상으로 선정한 것을 말합니다.4)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르면, 군사망사고의 경우도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의 진상 규명 결정5)이 있는 날부터 사망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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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5월 15일
  • 1차 수정일 : 2020년 8월 17일(재등록)

1) 대법원 2015. 9. 24. 선고 2015다30398 판결. 
2) 부산지방법원 2014. 5. 1. 선고 2013가합10959 판결.
3) 부산고등법원 2015. 4. 30. 선고 2014나3108 판결.
4) 「군의문사 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은 2006년 1월 1일부터 2009년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돼 2005년 12월 31까지 발생한 군 사망 사고에 대하여 진상 규명을 실시했지만 그 이후에도 군사망자는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고, 이들 중에 일부는 사망 사고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종전의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사건이 있습니다. 이에 「국군조직법」 제정 이후 군 복무 중 발생한 각종 사망 사고 중 그 사망 원인에 의문이 제기된 사건에 대해 그 진상을 명확히 규명함으로써 그 관련자의 피해와 명예를 회복함과 동시에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과 인권 증진에 폭넓게 기여하기 위해 2018년 3월 13일 법률 제15435호로 「군 사망 사고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을 제정·공포했고 2018년 9월 14일부터 시행에 들어갑니다.
5)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26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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