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메리츠화재, 소송으로 말기 간경화 진단비 안 주려고 버티다 패소


글 : 임용수 변호사


말기 간경화 진단 시 황달이나 복수 증상 등이 관찰됐다면, 보험회사는 말기 간경화 진단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내용을 [단독] 소개하고 해설합니다.

이 판결은 일부 보험회사들이 약관에도 없는 일방적 잣대로 보험 가입자들의 보험금 지급 요구를 거절한 뒤 소송을 남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힐 것 같습니다. 약관에서 정한 말기 간질환(간경화) 요건을 갖춘 보험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안 주거나 덜 주려는 의도로 소송을 끌고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015년 2월 김 모 씨는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의 질병보험에 가입하면서 말기 간경화로 진단 확정 시 최초 1회에 한해 진단비 3000만 원을 지급받는 내용의 말기 간경화 진단비 보장 특약을 추가했습니다. 

​이 특약 [별표]에는 '만기 간질환(간경화)란 만성 말기 간경화를 의미하며 통제가 불가능한 복수증, 영구적인 황달, 위나 식도벽의 정맥류, 간성 뇌증 중 한 가지 이상의 원인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었고, 다만 '알코올 중독 또는 약물 중독에 의한 간질환, 선천적 및 독성 간질환은 제외된다'는 면책 규정을 두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2개월이 지난 뒤 김 씨는 아주대학교 병원에 입원하게 됐고 '비대상성(합병증이 있는 간경변) 간경화, Child class C, 만성(바이러스성) B형 간염'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에 김 씨가 '말기 간경화 진단비'를 청구했지만, 메리츠화재는 황달이나 복수 증상 호소 내역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다툼은 법정으로 어어졌고 법원은 김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수원지법 민사7단독 박용우 판사는 김 씨가 메리츠화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메리츠화재는 김 씨에게 3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전부승소 판결했습니다.1)

박 판사는 「김 씨가 2015년 4월 20여일간 아주대병원에서 입원했을 당시 복수증, 황달 등이 관찰됐고, 외부에서 시행한 시티(CT)에서 위 정맥류 소견이 관찰됐다는 사실이 인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메리츠화재의 보험 약관에 규정된 말기 간질환(간경화)은 의학적 용어가 아니므로 의학적으로 그 해당 여부를 판정할 수 없지만 구체적으로 별표에서 그 증상을 열거하고 있으므로 그 증상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말기 간경화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고, 김 씨가 말기 간경화를 원인으로 한 복수증, 황달, 위와 식도 정맥류 등의 진단을 받았으므로 말기 간경화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보험전문 변호사 : 간경화 진단과 함께 간경화의 주요 4대 합병증 중 어느 하나의 증상이 진단됐다면, 약관에서 정한 말기 간경화 진단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간경화 혹은 간경변증(liver cirrhosis)이란 말랑말랑했던 간이 돌덩이처럼 딱딱한 간으로 변화돼 원래의 간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질병입니다. 간경화는 한 번 발생하면 대부분의 경우 계속 진행돼 간 기능이 점차 떨어지게 됩니다. ​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합병증이 발생하게 되는데 복수, 황달, 간성 뇌증, 식도 정맥류나 위 정맥류 등의 증상을 포함해 매우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메리츠화재는 보험금 지급 심사 과정에서 의무 기록만 대충 살펴봤어도 간경화의 합병증 증상 중 하나인 복수증, 황달 등의 진단이 있었다는 사실을 비교적 쉽게 확인할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 말기 간경화라는 것은 의학적인 용어가 아니라 보험사 스스로가 약관에서 규정한 용어이므로, 그 용어에 부합되는 진단과 증상이 있었다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리츠화재는 '황달이나 복수 증상 호소 내역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의무 기록조차도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 티를 냈고, '말기 간질환에 대한 총 6가지 질문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약관 규정 어디에도 없는 사유를 내세워 보험금 지급을 거부함으로써 보험금을 안 주거나 덜 주려고 소송을 끌고간 것 아니냐는 의혹을 자초했습니다. 보험금 지급 심사와 분쟁 대처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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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5월 23일
  • 1차 수정일 : 2020년 8월 18일(재등록)

1) 메리츠화재가 항소를 제기하지 않아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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