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목욕탕 안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숨진 것이 우연한 외래의 사고가 아니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1·2심 판단이 엇갈렸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내용을 알려 드리고 해설합니다.
남궁 씨의 아내는 2009년 동부화재해상보험과 피보험자를 남궁 씨, 사망 시 수익자를 남궁 씨의 법정상속인으로 정하고 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보험 약관에는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상해를 입고 그 직접 결과로써 사고일로부터 2년 이내에 사망했을 경우 5000만 원을 수익자에게 지급하되 피보험자의 질병으로 인한 손해는 보장하지 않는다'는 특약이 있었습니다.
남궁 씨는 지난 2012년 12월 경기 안양의 한 목욕탕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습니다. 남궁 씨의 자녀 3명은 사망보험금을 요구했지만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하자 동부화재를 상대로 상해사망 보험금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앞서 1심은 「남궁 씨가 종전에 저산소상 뇌손상으로 진단받거나 치료받은 적이 없고 그 원인이 될 만한 질병이 없었고, 의식을 잃고 목욕탕 안에 쓰러져 폐로 물이 들어가면서 발생한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인한 심정지로 사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목욕탕 안에서 숨진 것을 상해사망 즉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인한 사망으로 판단해 남궁 씨 자녀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2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4부(재판장 이대연 부장판사)는 「저산소성 뇌손상은 몇 분 정도의 짧은 시간에 진행하며, 사고 당시 물속이라는 상황이 남궁 씨의 사망에 유의미할 정도로 중요한 요인이라고 보이지 않는다는 진료기록 감정의의 소견이 있는 점, 사고 직후 남궁 씨가 입원한 병원 기록에서 심근 경색을 진단하는 수치가 정상에 비해 높게 나온 점, 남궁 씨가 사고 한달 전 다른 병원에서 진료받을 때 담당 의사가 허혈성 심질환이 있을 가능성을 설명한 점 등을 근거로 남궁 씨의 사망에 외부적인 요인이 있었다는 자료를 찾을 수 없다」며, 1심 판결을 깨고 원고패소 판결했습니다.1)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저산소성 뇌손상(hypoxic brain injury)이란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뇌세포가 죽는 현상을 말합니다. 뇌는 혈액을 통해 산소를 공급 받습니다.
뇌세포가 정상적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산소의 공급이 계속 이뤄져야 하는데, 심장과 순환계의 기능 상실 또는 호흡계의 기능 상실에 의해 산소가 부족하면 뇌에 손상이 갑니다.
심정지, 심근 경색 등으로 뇌에 산소 공급이 되지 않는 시간이 짧으면 뇌의 세포도 제 기능을 찾아 회복되지만 5분이 넘어가면 뇌세포가 하나둘씩 죽게 됩니다.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뇌에 손상이 가면 영구 장애가 남기도 하고 식물인간 상태가 되거나 뇌간 등의 기능까지 완전히 죽는 뇌사로 사망에 이르기도 합니다.
목욕탕 안에서 발생하는 사망 사고의 경우 법원들 간에 판결이 엇갈리는 매우 뜨거운 감자입니다. 이 판결은 사고 당시 물속이라는 상황이 피보험자의 사망에 유의미할 정도로 중요한 요인이라고 보이지 않는다는 감정의의 소견을 주요 근거로 삼았습니다.
심혈관계 질환 |
하지만 다른 사례에서는 완전 반대로 물속 상황이 유의미한 중요한 요인이라고 판단한 것도 있습니다. 심혈관계 질환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경우에도 물 속에서 쓰러지지 않았다면 사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는데도 물 속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즉시 기도가 폐쇄돼 사망했으므로 피보험자의 직접적이고 중요한 사망 원인은 물 속에서 의식을 잃었다는 외부적 요인이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거의 동일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개별 사안마다 판사의 가치관이나 지식, 경험, 배경 여하에 따라 판시 내용이 각기 엇갈리고 있으므로, 어떤 일관성 있는 판결을 할 것이라는 예단은 금물입니다.
약관 해석의 원칙 등 보험 법리를 잘 살펴보면 어떤 판결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세한 보험 법리에 대해서는 임용수 변호사의 저서인 『보험법 제3판』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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