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사체검안서에 급성심근경색증 추정 기재됐어도 급성심근경색 임상학적 진단 인정 안된다


글 : 임용수 변호사


사체 검안서에 급성 심근경색증 추정이 직접적인 사망 원인으로 기재돼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급성 심근경색증에 대한 임상학적 진단 내지 진단 확정이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판결이 엇갈리는 가운데 나온 하급심 판단 중 하나이므로, 이다음 재판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임용수 보험전문변호사가 판결 내용을 [단독] 소식으로 전하고 해설한다. 

정 모 씨는 자신을 피보험자로 하고 자신의 사망 시 수익자를 상속인으로 해서 흥국생명과 사이에, 2006년 2월 보험기간 중 피보험자가 보장 개시일 이후에 최초로 5대질병(뇌출혈, 급성 심근경색증, 말기 신부전증, 말기 간질환, 말기 폐질환)으로 진단확정 됐을 때 1000만 원을 5대질병 진단 급여금으로 지급받는 내용의 건강보험계약을 체결했다. 

정 씨는 또 2007년 1월에도 보험기간 중 피보험자가 보장 개시일 이후에 최초로 2대질병(뇌출혈,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진단확정 됐을 때 1500만 원을 2대질병 진단 급여금으로 지급받는 내용의 건강보험계약을 체결했다.

정 씨는 2006년 7월 어느 날 밤 10시경 자신의 집에서 사망했는데, 그의 사체 검안서에는 직접 사인으로 "급성 심근경색증(추정)"이라고 기재돼 있었다. 

이들 보험계약의 약관은 "급성 심근경색증의 진단 확정은 의료법 규정에 의한 국내의 병원 또는 국외의 의료 관련법에서 정한 의료 기관의 의사(한의사, 치과의사 제외) 자격증을 가진 자에 의해 내려져야 하며, 이 진단은 병력과 함께 심전도, 심장 초음파, 관상 동맥 촬영술, 혈액 중 심장 효소 검사, 핵의학 검사를 기초로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피보험자가 사망해 상기 검사 방법을 진단의 기초로 할 수 없을 경우 급성 심근경색증에 대한 임상학적 진단이 증거로 인정되고, 이 경우 피보험자가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진단 또는 치료를 받고 있음을 증명할 수 있는 문서화된 기록 또는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라는 내용도 함께 규정돼 있었다.


정 씨의 유족은 정 씨가 급성 심근경색증을 원인으로 사망했으므로 '흥국생명은 유족에게 이들 보험계약에 따른 각각의 진단 급여금 합계 250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면서 흥국생명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9단독 정영훈 판사는 정 씨의 유족이 흥국생명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보험금 청구를 기각한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1)

정 판사는 판결문에서 「정 씨에 대한 사체 검안서에 '급성 심근경색증(추정)'이 사망의 직접 원인으로 기재된 사실은 인정되나, 그런 인정 사실만으로는 급성 심근경색증에 대한 임상학적 진단이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정 씨가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진단 또는 치료를 받고 있었음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급성 심근경색증(AMI, Acute myocardial infarction)이란 심장 근육(심근)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관상 동맥)이 급성으로 막혀서 심근의 일부가 죽는 병을 말하며, 『관상 동맥 폐쇄 → 심근 괴사 → 심장의 박출 작용 저하(심박출량 감소) → 쇼크사』와 같은 과정을 거친다. 

보험회사들의 질병보험 약관에 따르면 '급성 심근경색증의 진단 확정은 의사 자격증을 가진 자에 의해 병력과 함께 심전도, 심장 초음파, 관상 동맥 촬영술, 혈액중 심장 효소 검사, 핵의학 검사를 기초로 해야 하고, 다만 피보험자가 사망해 병리학적 검사 방법을 진단의 기초로 할 수 없을 경우에는 급성 심근경색증에 대한 임상학적 진단이 증거로 인정되며 이 경우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진단 또는 치료를 받고 있음을 증명할 만한 문서화된 기록 또는 증거가 있어야 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과거에는 급성심근경색증에 대해 임상학적 진단을 인정하는 사례가 거의 없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임상학적 진단을 인정하는 사례가 몇몇 보인다. 


부정했던 사례로는, 피보험자가 자택에서 갑자기 쓰러져 사망했고 부검 기타 별도의 의료적 검사가 없었던 상태에서 의사가 가족들의 설명과 검시 결과만을 기초로 사체 검안서에 사인을 상세 불명의 심장 질환에 의한 급성 심장사 추정으로 기재했던 사안에서, 급성 심장사 추정만으로는 급성 심근경색증의 진단 확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한 것이 있다.

또 자택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던 유사 사례에서도 피보험자가 갑작스럽게 사망해 임상학적 진단 또는 치료를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경우 그 사망 원인이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추정된다는 사정만으로는 보험금 지급 요건이 충족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급성 심근경색 진단 급여금을 지급받을 수 없다고 본 판결이 있다.

최근에는 피보험자가 요양병원을 방문해 '의심되는 심근 경색증의 관찰(Z034)' 등으로 진단받은 뒤 2일 뒤에 사망했고 사망 진단서에 직접 사인으로 신부전, 심부전의 원인으로 심근 경색증의 병명이 기재돼 있었던 사안에서, 사망 진단서에 기재한 심근 경색은 의증으로 추정되고 이에 관한 치료를 한 바 없다는 취지의 진료기록 감정촉탁 결과 등을 근거로 급성 심근 경색증에 해당한다는 점에 관해 합리적으로 의심할 여지 없이 진단이 이뤄졌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이 있다. 

반면에, 병원에 이미 심장이 정지된 상태로 환자가 들어온 경우 의사의 진단이나 이학적 검사를 거칠 수 없는 경우, 사체 검안을 담당한 의사 등의 의학적 진단과 경험칙에 의해 급성 심근 경색증이 직접적인 사망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진단 급여금의 지급 요건이 충족된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다. 

구체적인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는 부검과 같은 사후 객관적 검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유족들이 죽은 자에 대한 예우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부검을 꺼리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검을 통해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부검을 하지 않음으로써 생긴 불이익은 유족들이 감수해야 하므로,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유족들로서는 부검이 실시될 수 있도록 적극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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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6월 21일
  • 1차 수정일 : 2020년 8월 26일(재등록)

1) 확정된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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