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고도의 개연성 확인된 급성심근경색 진단, 진단 보험금 지급해야


글 : 임용수 변호사


검안의로부터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이라는 고도의 개연성 있는 진단을 받았다면, 보험사는 숨진 보험 가입자의 유족에게 진단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보험사가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숨진 보험 가입자의 유족을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패소한 사례입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내용을 알려 드리고 해설합니다.

수원지법 안양지원 민사2단독 김종근 판사는 한화손해보험이 주 모 씨(사망 당시 36세)의 유족을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에서 한화손해보험의 청구를 기각하고 유족에게 보험금 2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1)

주 씨는 한화손해보험과 사이에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진단될 경우 2000만 원을 지급받기로 하는 내용의 한 보험 상품에 가입했고, 지난 2016년 12월 잠을 자다 갑자기 사망했습니다.

보험 약관에는 보험금 지급 요건으로 '의사의 진단확정이 있어야 하고, 이 진단은 피보험자의 병력과 함께 심전도, 심장 초음파, 관상 동맥(심장 동맥) 촬영술, 혈액 중 심장 효소 검사 등을 기초로 해야 하되, 피보험자가 사망해서 위 검사 방법을 진단의 기초로 할 수 없는 경우 급성 심근경색으로 진단 또는 치료를 받고 있었음을 증명할 수 있는 문서화된 기록 또는 증거를 진단확정의 기초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주 씨를 검안한 의사는 사망 진단서에 직접 사인을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적었고, 유족은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사망했음을 주장하며 한화손해보험에 보험금 지급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한화손해보험은 '주 씨의 사인은 불명으로서 보험 약관상 보험금 지급 요건이 되는 급성 심근경색증에 대한 진단확정이 이뤄졌다고 할 수 없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뒤 유족을 상대로 소송까지 냈습니다.  


김 판사는 「급성 심근경색증의 특성상 이학적 검사나 의사의 진단을 거칠 시간적 여유 없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경우까지 이학적 검사나 의사의 진단을 거쳐야만 '진단이 확정된다'고 보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주 씨가 사망할 경우 엄격하게 진단 또는 치료를 받고 있었음을 증명할 만한 문서화된 기록 또는 증거를 요구한다면 부검 외에 방법이 없는데 보험금 지급 사유 확인을 위한 부검은 허용되지 않으므로, 급성 심근경색 진단 급여금의 지급을 부검에 의한 것으로 한정하는 것 또한 불합리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한화손해보험의 주장과 같이 약관을 엄격히 해석하는 경우 피보험자에게 '급성' 심근경색증이 발병했으나 그 정도가 중하지 않아 생존하면 의사의 진단확정을 받아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반면, 진단확정 절차를 거치지 못하고 사망하면 보험금을 받을 수 없게 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며 「급성 심근경색증이라는 검안의의 사망 원인 진단이 합리적으로 의심할 여지 없이 이뤄졌다면 진단 보험금의 지급 요건인 진단확정이 있었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주 씨의 사망 당시 얼굴, 목, 가슴 충혈이 심하고 검었으며 코피가 나고 안구 공막 결막 충혈이 심한 상태였음을 확인한 검안 의사의 의견 등을 종합해보면, 전문의에 의해 급성 심근경색증을 직접 사인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에 대한 고도의 개연성이 확인됨으로써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진단확정 또는 진단받았음이 증명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이 사례와 유사한 사안에서 현재까지는 급성 심근경색증 진단확정을 인정하는 판결보다는 부정하는 판결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사체 검안서나 사망 진단서상에 기재된 검안의의 추정적 소견만으로는 합리적인 의심 없이 진단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진단확정을 부정하는 하급심 판결들의 주된 판시 이유였습니다. 

유의할 점은 최근의 하급심 판결 중에는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급성 심근경색증의 특성을 고려해서 부검 결과나 사망 이전의 병력이 없었더라도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진단 확정됐다고 인정하는 판결이 간혹 보인다는 사실입니다.

피보험자의 사망으로 약관에서 정한 각종 검사 방법을 진단의 기초로 할 수 없는 경우, 보험사의 기존 약관에는 「보험기간 중에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치료를 받고 있었거나 또는 의학검사방법에 의해 진단받은 사실이 있었음을 증명할 수 있는 문서화된 기록이 있는 경우」 진단확정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규정만을 두고 있었는데, 최근에 개정된 약관에는 기존 규정에 더해 「부검 감정서상 사인이 "급성 심근경색증"임이 확정되거나 추정되는 경우」에도 진단확정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규정을 새롭게 추가했습니다. 

부검

참고로, 부검(시체의 해부)이 허용되는 경우는 ① 시체의 해부에 관해 상당한 지식과 경험이 있는 의사(치과의사 포함) 중 의료법 제3조의3에 따른 종합병원의 전속 전문의로 5년 이상 재직한 의사로서, 시체 해부를 시행하는 의과대학(치과대학 포함) 또는 종합병원에 재직하고 있고 또한 소속 의과대학 또는 종합병원에 설치된 시체해부심의회에서 진료과목별 특성에 따른 해부 시행의 적정성에 관한 심의를 거친 경우, ② 의과대학(치과대학과 한의과대학을 포함)의 해부학·병 급리학 또는 법의학을 전공한 교수·부교수 또는 조교수가 직접 해부하거나 의학을 전공하는 학생으로 하여금 자신의 지도하에 해부하게 하는 경우, ③ 보건복지부장관, 국방부장관(군인의 시체를 해부하는 경우만 해당) 또는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의 시체 해부 명령이 있는 경우, ④ 형사소송법 제140조에 따라 법원이 검증을 함에 있어 필요한 경우 또는 같은법 제173조에 따라 감정인이 감정에 관해 필요한 때 법원의 허가를 얻어 실시하는 경우, ⑤ 검역감염병에 감염됐거나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시체(죽은 태아를 포함)를 검사하기 위해 검역법 제15조 제1항 제5호에 따라 해부하는 경우, ⑥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구청장은 자치구의 구청장)이 시체 해부가 필요하다고 인정해 시체를 해부하게 하는 경우2)에 한정됩니다. 유족은 시체 해부를 하는 데 있어 서면 동의권만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보험금 지급 사유 확인을 위한 부검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규정상의 맹점은 있지만, 부검이 허용되는 경우에는 사인에 관한 의혹이 남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부검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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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9월 12일
  • 1차 수정일 : 2020년 8월 30일(재등록)

1)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18. 7. 20. 선고 2018가단102278, 2018가단103653 판결.
2) 이 경우 시체를 해부할 사람 등 시체 해부에 필요한 사항을 정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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