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운전 도중 심장마비 일으켜 교통사고 발생 후 사망했다면, 상해사망보험금 줘라


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 가입자가 차량 운전 중에 심장마비를 일으켜 교통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운전 중이었기 때문에 신속한 응급처치 등을 받지 못하고 숨졌다면, 보험사는 유족들에게 상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항소심에서 일부 보완한 현대해상의 주장과 사유를 고려하더라도 '외래의 사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1심 판결이 정당하다는 취지입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소식을 직접 전해 드리고 진진한 해설을 덧붙입니다.

인천지법 민사1부(재판장 임병렬 부장판사)는 현대해상화재보험이 백 모 씨의 유족들을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던 1심 판결을 취소해달라는 현대해상의 항소를 기각하고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고 밝혔습니다.1)

백 씨는 2013년 11월 자기 소유의 SM7 승용차를 운전, 문학지하차도 방면에서 학산사거리 방면으로 인천 남구에 있는 편도 3차로 도로 중 1차로를 진행하던 중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차선의 편도 3차로 중 2차로를 주행하던 중 타인이 운전하던 SM5 승용차의 앞부분을 충격하는 사고를 일으켰습니다. 사고 뒤 백 씨는 인하대병원으로 후송됐지만 담당 의사에 의해 '내원 시 이미 사망한 상태(DOA)'로 확인됐습니다. 사고 당시 백 씨는 현대해상의 상해보험에 가입한 상태였습니다.

이에 유족들은 백 씨가 졸음운전으로 발생한 사고로 사망한 것이라며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현대해상은 운전 중 백 씨의 심장질환 발현으로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뒤 백 씨의 유족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부는 「보험약관 소정의 '외래의 사고'란 사망의 원인이 피보험자의 신체적 결함 즉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 등에 기인한 것이 아닌 외부적 요인에 의해 초래된 모든 것을 의미하고, 일반적으로 외래의 사고 이외에 피보험자의 질병 기타 기왕증이 공동 원인이 돼 상해에 영향을 미친 경우도 사고로 인한 상해와 그 결과인 사망이나 후유장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면 보험계약 체결 시 약정한 대로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발생한다」는 대법원 판결(☞ 2006다42610)을 인용했습니다.

또 「백 씨의 SM7 승용차는 중앙선을 넘어 대각선 방향으로 약 90-100m 진행해 마주오던 SM5 차량과 충돌하기까지 전혀 제동 및 방향 전환이 이뤄지지 않은 사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백 씨에 대해 부검을 실시한 결과 신체에서 다수의 갈비뼈 및 복장뼈 골절, 심남 및 심장의 파열, 허파의 좌상, 간 및 비장의 파열, 다량의 가슴안 및 배안 출혈 등 손상이 보였고, 손상 중 일부는 인공소생술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추정되나, 다수는 이번 사고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고, 심장의 비대, 중등도의 심장동맥 경화, 심장동맥의 근육 내 주행이 보였으며, 말초혈액의 에틸알코올 농도는 0.010% 미만으로 확인된 사실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백 씨는 2004년 3월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에서 '협심증'(angina pectoris) 진단을 받았고, 그 무렵부터 '본태성(일차성)고혈압' 등에 대한 치료를 받아 왔으며, 2013년 1월에도 같은 병원에서 협심증 등으로 치료를 받았고, '중증 신경학적 질환자'로서 '향정신성 약물 장기 처방'이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는 사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 감정서에서 사고의 원인으로 백 씨가 운전 중 심장질환으로 자구력을 상실했을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음을 참고사항으로 제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이런 인정 사실에 의하면 사고는 백 씨의 졸음운전 또는 심장마비 등 심장질환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먼저 졸음운전으로 사고가 발생했고 그에 따라 백 씨가 사망했을 경우 이는 피보험자인 백 씨의 신체적 결함 즉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 등에 기인한 것이 아니므로, 백 씨의 사망은 외부적 요인에 의해 초래된 '외래의 사고'로 발생한 것」이라고 판시했습니다. 

졸음운전

아울러 「백 씨의 심장질환으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더라도, 통상 심장질환이 발현하는 경우 그 즉시 환자가 사망에 이르기보다는 그로 인해 뇌를 비롯한 신체의 다른 장기에 대한 혈액의 공급이 중단돼 조직이 괴사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사고 전에 백 씨에게 심장마비 등 심장질환이 발현됐다고 하더라도, 사고의 직전까지는 아직 생존해 있었을 가능성이 많고, 이 경우 만일 백 씨가 SM7 승용차를 운전하지 않고 있었다면 신속하게 응급처치 등을 취해 사망의 결과를 피할 수 있었을 여지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백 씨의 심장질환과 백 씨가 SM7 승용차를 운전하고 있었다는 외부적 환경 또는 조건은 백 씨의 사망을 야기한 공동원인에 해당하므로, 백 씨의 사망은 '외래의 사고'로 발생한 것」이라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이런 유형의 사고 즉 차량 운전 중 급성 심장마비가 발생해 다른 차량과 충돌한 뒤 사망하는 사고의 경우, 이 판결처럼 사고의 외래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한 경우가 있으나 거의 찾아보기 힘듭니다. 다만 피보험자가 교통사고 이전에 심혈관계 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적이 없고 심혈관계 질환을 앓고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면 교통사고와 사망 간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2) 

반면 교통사고로 인한 충격으로 심장마비를 일으켜 사망했다기보다는 오히려 운전 도중 심장마비를 일으켜 그로 인해 교통사고를 발생시킨 것으로 보거나 또는 교통사고를 경미한 외부요인으로 보고 보험사 측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컨대 졸음운전으로 인해서 교통사고가 발생해 신체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했고 그로 인해 사망에 이르렀다면 교통사고와 사망 간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 심장질환은 피보험자에게 내재돼 있던 내부적 원인이고 이런 심장질환이 있었던 상태에서 '승용차를 운전하고 있었다는 외부적 환경 또는 조건'은 일반 통상인의 생명을 위협하는(=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므로 이는 경미한 외부 요인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이처럼 심장질환이 있었던 상태에서 승용차의 운전이 공동으로 작용했다고 해서 승용차의 운전과 피보험자의 사망 간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1)


이처럼 판결들이 엇갈리는 이유는 개별 사안마다 사고 발생의 경위와 피보험자의 건강 상태 등이 각기 다르기 때문일 수 있으나, 판사의 가치관과 배경·지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이 사건처럼 담당 재판부가 사고 발생의 원인을 정확하게 알 수 없어 사망 원인을 두 가지로 나눠 판단을 하는 유형의 사례에 있어서는 상해보험이나 재해특약에 관한 보험법리를 익히면 판결의 당부를 가릴 수 있습니다. 

보험법리를 알고 싶은 분들은 임용수 변호사의 저서인 『보험법』에서 해당 부분(생명보험, 상해보험)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현재 기준으로 보험법 제3판에 포스팅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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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4월 14일
  • 최종 수정일 : 2020년 8월 6일(재등록)

1) 확정된 판결입니다.
2) 일반적으로 외래의 사고 이외에 피보험자의 질병 기타 기왕증이 공동 원인이 돼 상해에 영향을 미친 경우에도 사고로 인한 상해와 그 결과인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면 보험계약 체결 시 약정한 대로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대법원 2000. 3. 28. 선고 99다67147 판결, 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0다18752, 18769 판결, 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6다42610 판결 등 참조. 
3) 1차 수정일 (글 추가) : 2020년 8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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