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보험계약 당시 사륜오토바이 운전 안 알렸어도 통지의무 위반 안돼, 상해보험금 지급해야


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 가입자가 청약 당시 이륜오토바이 운전 여부를 묻는 질문에 사륜오토바이(ATV) 운전 사실을 알리지 않았던 상황에서 사륜오토바이 운전 중 사고로 숨졌더라도, 보험회사는 보험금 지급을 거절해서는 안 된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습니다. 

기존 보험회사들의 보험 청약서를 보완해야 할 필요성을 시사하는 중요한 판례입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내용을 [단독] 소식으로 전하고 해설합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1부(재판장 박미리 부장판사)는 사륜오토바이를 타다 사망한 윤 모 씨의 유족들이 디비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지난달 9일 디비손해보험의 항소를 기각하고 "디비손해보험은 유족들에게 2억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밝혔습니다.1)

윤 씨는 2016년 2월 한 사륜오토바이 인터넷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강원도에 있는 홍천강 얼음 위를 사륜오토바이를 타고 거슬러 올라가던 중 얼음이 깨지면서 사륜오토바이와 함께 물에 빠져 숨졌습니다. 

2011년 3월 윤 씨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상해보험에 가입했던 윤 씨의 아내 이 모 씨는 보험금 2억 원을 청구했지만 디비손해보험으로부터 '사륜오토바이 운행 사실에 관한 윤 씨 부부의 통지의무(계약 후 알릴 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했으므로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부는 「디비손해보험은 윤 씨가 계약 체결 후인 2014년에야 다시 사륜오토바이를 구입해 동호회 활동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윤 씨는 이 보험 체결 이전은 물론 체결 당시에도 사륜오토바이를 운전하면서 동호회 활동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고지의무는 보험계약이 성립하는 때에 요구되는 의무인 반면 위험 변경 증가의 통지의무는 계약 체결 후 비로소 사고 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경우에 요구되는 의무로서 보험 가입자가 동일한 사정에 대해 고지의무와 위험 변경 증가의 통지의무를 경합적으로 부담하지 않는다」며, 「윤 씨가 사륜오토바이를 운전해온 것은 이 보험 체결 당시의 고지의무 사항에 해당할 뿐이므로, 통지의무 위반에 따른 보험계약 해지를 이유로 한 디비손해보험의 보험금 지급 거절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아울러 「디비손해보험은 윤 씨 부부가 상법에서 정한 고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전제 아래 통지의무 위반을 주장하고 있으나, 청약 당시 디비손해보험이 제시한 계약전 알릴 의무 사항에 관한 질문지에는 이륜자동차 운전 여부에 대해서만 밝히도록 돼 있고 자동차관리법에 의해 이륜자동차의 범위를 정한다는 취지의 안내가 없을 뿐만 아니라, 윤 씨 부부 입장에서는 사륜오토바이는 바퀴가 4개여서 이륜자동차보다 사고 발생의 위험성이 낮다고 보고 사륜오토바이 운전 사실을 고지해야 할 중요한 사항으로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윤 씨 부부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중요한 사항을 디비손해보험에게 고지하지 않았거나 부실의 고지를 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디비손해보험이 주장하는 고지의무 위반은 인정되지 않으며, 따라서 윤 씨 부부의 고지의무 위반을 전제로 하는 디비손해보험의 통지의무 위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디비손해보험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2)이 지났으므로 해지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자 통지의무 위반이라는 묘수(?)를 동원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왕 소송을 시작했으니 그냥 승복할 수 없다는 오기를 부린 것은 아닌지 의심됩니다. 


상법상의 고지의무(계약 전 알릴의무, 상법 제651조)와 통지의무(계약 후 알릴의무, 상법 제652조 제1항), 이륜차 운전 및 탑승 중 상해 부담보 특약3)은 엄연히 서로 구별되는 제도입니다. 윤 씨가 사륜오토바이를 운전해온 것은 이 보험 체결 당시의 고지의무 사항이므로 디비손해보험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해지를 할 수 있을 뿐 나중에 통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해서는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디비손해보험은 1, 2심 모두 계속 통지의무 위반만을 주장하다가 패소했습니다. 기업 내부의 의사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데 있어 디비손해보험의 구조적 문제점이 드러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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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5월 14일
  • 1차 수정일 : 2020년 8월 17일(재등록)

1) 확정된 판결입니다.
2) 보험회사의 해지권은 보험회사가 보험 가입자의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안 날로부터 1개월, 보장개시일 또는 계약 성립일부터 2년 이내에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2년, 보장개시일 또는 계약 성립일부터 2년 이내에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했다면 3년이 지나면 소멸합니다.
3) 최근 판례 중에는 피보험자가 농업용 사륜자동차를 운행하던 중 농수로에 추락해 사망한 사건에서, 농업용 사륜자동차가 이륜차 운전 및 탑승 중 상해 부담보 특약이 정한 이륜자동차에 포함된다는 것에 대해서는 설명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것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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