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법원 "과량의 리도카인 든 포도당 링거 꽂은 채 사망, 상해사망 보험금 줘라"


글 : 임용수 변호사


과량의 리도카인이 든 포도당 수액 링거 주사를 왼팔에 꽂은 채 숨졌더라도 이를 자살행위로 인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내용을 [단독] 소식으로 전하고 해설합니다.

대전지법 민사13부(재판장 이성기 부장판사)는 동부화재가 성 모 씨를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에서 "동부화재의 청구를 기각한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밝혔습니다.1)

성 씨의 아들은 2006년 8월 동부화재와 자신이 보험기간 중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상해를 입고 그 직접 결과로써 사고일로부터 2년 이내에 사망한 경우 법정 상속인이 동부화재로부터 보험금 4,000만 원을 지급받기로 하는 내용의 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성 씨의 아들은 2014년 5월 대전 중구에 있는 거주지에서 과량의 리도카인이 들어있는 포도당 수액 링거 주사를 왼팔에 꽂은 채 숨진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성 씨가 동부화재에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동부화재는 '사망 사고가 고의에 의한 자살로 발생한 것이므로 보험 약관상 면책 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뒤 유일한 상속인인 성 씨를 상대로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부는 「약관에서 피보험자의 고의 또는 피보험자의 자살을 원인으로 해서 생긴 손해의 경우는 동부화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약관에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보험자의 면책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 보험회사가 보험금 지급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면책 사유에 해당하는 사실을 입증할 책임이 있으므로, 이 경우 자살의 의사를 밝힌 유서 등 객관적인 물증의 존재나, 일반인의 상식에서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성 씨의 아들이 사망 사고 이전인 2004년경부터 사망 사고 당시까지 여러 차례 병원에서 혼합형 불안 및 우울병 등의 정신병 치료를 받았고, 그 기간 동안 수차례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의심될 만한 손목의 상처를 치료받은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성 씨 아들은 유서도 남기지 않았고, 사망 사고 무렵 오래 전부터 앓아온 피부염뿐만 아니라 요추 염좌와 두통 등의 증세로 치료를 받아오고 있었으며, 리도카인은 통증 완화의 기능도 있으므로, 성 씨의 아들이 두통 등의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리도카인이 포함된 포도당액을 주입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사망 사고가 아들의 자살행위로 인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달리 고의로 자살해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결국 사망 사고가 일어난 원인에 관해 일반인의 상식에서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 사실이 입증됐다고는 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리도카인(lidocaine)은 국소 마취제의 일종입니다. 마취제(anesthetic)는 지각을 마비시키고 의식을 상실시켜 근육의 긴장 및 반사를 제거하는 약물입니다. 

성 씨의 아들은 사망 당시까지 여러 차례 병원에 혼합형 불안 및 우울병 등의 정신병 치료를 받았고, 그 기간 동안 몇 차례에 걸쳐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었습니다. 또한 의료업계에 종사하고 있어 리도카인의 효과 및 효능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재판부는 성 씨의 아들이 유서를 남기지 않았고(= 유서의 부존재), 성 씨의 아들이 피부염이나 요추 염좌, 두통 등의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리도카인이 포함된 포도당액을 주입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일반인의 상식에서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 의심 존재)는 등의 이유로, 고의로 발생한 사고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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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6월 13일
  • 1차 수정일 : 2020년 8월 23일(재등록)

1) 확정된 판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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