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고지의무 위반 사실과 사망 원인 간 인과관계 없으면 사망보험금 지급해라


글 : 임용수 변호사


상해보험 가입자가 보험계약 당시 자신의 질병 치료 기록을 숨겼더라도 사망 원인과 숨긴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으면 보험사는 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내용을 [단독] 소식으로 전하고 해설합니다.

서울고법 민사8부(재판장 여미숙 부장판사)는 현대해상화재보험이 박 모 씨의 유족들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이같이 판시, "현대해상은 유족들에게 보험금 2천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밝혔습니다.1)

박 씨는 2014년 7월 집 앞 도로에서 발을 헛디뎌 뒤로 넘어지는 사고로 병원 중환자실에서 7일, 일반 병실에서 36일간 입원 치료를 받다가 2014년 8월 퇴원했고, 퇴원 후 간병인 없이는 스스로 취식 및 배설을 하지 못하는 상태로 통원 치료를 받던 중 2015년 1월 사망했습니다. 

​남편이 상해로 숨지면 상속인에게 보험금이 지급되는 내용의 상해보험을 가입해뒀던 박 씨의 아내 권 모 씨는 보험금을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현대해상은 '상해 사망이 아닌 질병 사망이고, 설령 상해 사망이더라도 고지의무 위반으로 보험계약이 해지됐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뒤 박 씨의 유족들을 상대로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을 냈고, 이에 반발한 유족들은 반소를 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비록 시체 검안서에 박 씨의 직접 사인이 '간경화증 및 합병증'이고 사망의 종류는 '병사'라고 기재된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사고 직후 작성된 구급 활동 일지나 치료 담당의사의 진단서에 후두부 열상이나 출혈성 뇌좌상이 기재돼 있고 박 씨가 사고 이전에 간성 혼수의 발생 혹은 어지럼증으로 쓰러진 적이 있다는 증거는 찾아볼 수 없는 반면 간경화증 자체로 낙상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고려할 때 현대해상의 주장과 같이 도로에서 넘어진 사고가 박 씨의 간경화증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보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판단된다」며 「박 씨는 이 사고에 따른 상해로 사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박 씨가 간경화 및 그 합병증으로 사망한 것이 아니라 도로에서 넘어진 사고에 따른 상해로 사망했으므로, 박 씨 부부가 보험 청약 당시 현대해상에게 박 씨의 간경화증으로 인한 입원 또는 추가 검사 필요 소견이 있었다는 사실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런 고지의무 위반과 보험사고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점에 있어서도 현대해상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고지의무 위반 사실과 보험사고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아래 판례를 살펴보면, 인과관계 존부를 판단함에 있어 고민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

판례 중에는 서울에 있는 '고려원'이라는 유흥업소에서 1990년 5월 중순경부터 같은 해 6월까지 접대부로 일했던 피보험자(여, 31세)가 보험계약 당시 '주부(가사)'라고 허위 고지를 했고, 그로부터 5개월 후 일본 동경에 가서 생활하다가 노상에서 승용차에 들이받혀 뇌좌상으로 사망했던 사건이 다소 흥미롭습니다. 그 사건에서, 대법원은 보험수익자 측이 보험회사에게 보험금 지급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보험사고인 피보험자의 사망 사실이 그 발생 원인에 있어, 피보험자가 보험회사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직업의 수행, 즉 접대부로서의 종사 활동과는 전혀 무관하게 이뤄진 것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입증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전제하에 사망 당시에도 접대부로 종사하지 않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면(= 피보험자가 사망 직전에도 계속 접대부로 종사하고 있었다면), 그녀의 사망 사고가 비록 우연한 교통사고로 인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 발생 시각(심야)이나 장소(일본 동경 시내의 유흥업소가 밀집한 지역) 등 특수한 사정으로 미뤄 볼 때 접대부의 종사 활동에 기인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고, 이런 경우 사망 사고의 발생과 피보험자 직업에 관한 고지의무 위반 사실과의 사이에 전혀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습니다.2) 

무단횡단

반면, '식당 조리사'라는 직업을 알리지 않고 사무직 회사원이라고 허위 고지한 상황에서 무단 횡단을 하다 교통사고로 숨졌더라도, 조리사 직업과 교통사고 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으므로 보험사는 사망보험금을 감액할 수 없고 사망보험금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한 최근 판결도 있습니다.

​앞의 판례는 유흥업소가 밀집한 지역에서 심야에 차도를 보행하던 유흥업소 접대부이기 때문에 교통사고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고, 뒤의 판례는 밤 9시 40분경 식당에서 주방일을 마친 후 귀가하기 위해 식당 앞에 위치한 도로에서 무단 횡단을 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한 조리사가 식당에서 조리사로 근무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평소 같은 도로를 이용해왔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교통사고와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LAWPIPL.COM
  • 최초 등록일 : 2018년 5월 7일
  • 1차 수정일 : 2020년 8월 15일(재등록)

1) 확정된 판결입니다.
2) 대법원 1992. 10. 23. 선고 92다28259 판결.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