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산악회 등반 대장, "암벽 전문등반 중 추락사, 보험금 안줘도 돼"

글 : 임용수 변호사


암벽 등반을 전문으로 하는 산악회 등반 대장이 암벽 전문 등반을 하다가 추락사했다면, 보험회사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소식 알려 드리고, 진진한 해설을 덧붙입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5단독 류재훈 판사는 유 모 씨의 유족들이 현대해상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다"며 원고패소 판결했습니다.1)

나 모 씨는 2013년 4월경 남편 유 씨를 피보험자로 해서 현대해상이 판매하는 상해보험 상품에 가입했습니다. 이 상해보험 약관에는 "회사는 다른 약정이 없으면 피보험자가 직업, 직무 또는 동호회 활동 목적으로 전문등반(전문적인 등산용구를 사용해 암벽 또는 빙벽을 오르내리거나, 특수한 기술, 경험, 사전훈련을 필요로 하는 등반을 말합니다), 글라이더 조종, 스카이다이빙, 스쿠버다이빙, 행글라이딩으로 인해 상해 관련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는 해당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면책 약관을 두고 있었습니다. 

​유 씨는 2014년 10월 강원 인제군에서 산악회 회원 6명과 함께 암벽을 등반해 약 80m 가량 되는 암벽 위 정상 확보 지점에 도착해서 등반줄과 자기 확보줄을 몸에서 분리하고 좌측으로 이동하던 중 잡고 있던 바위가 빠지며 바위와 함께 약 80m 아래로 추락해 숨졌습니다. 유 씨가 가입한 산악회는 암벽 등반을 전문으로 하는 동호회로 유 씨가 산악회 등반 대장을 맡고 있었습니다. 

그 후 유 씨의 유족들이 사망보험금을 청구했으나, 현대해상은 '동호회 활동 목적으로 전문 등반을 하던 중 발생한 사고로 이는 면책 사유에 해당한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그러자 유족들은 현대해상을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류 판사는 판결문에서 「숨진 유 씨가 동호회 활동 목적으로 암벽을 오르는 등 전문 등반을 하다가 숨진 것이므로, '전문 등반 중에 생긴 손해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면책 조항에 따라 유족들에 대한 현대해상의 보험금 지급 채무는 면책된다」고 밝혔습니다. 


류 판사는 한편 「나 씨는 보험 계약 당시 상품설명서 중 "상품 설명 내용에 대한 계약자 확인"란 중 "청약 철회, 계약 취소 고지의무 및 위반 효과 등 보험 가입자의 권리와 의무에 관한 사항" 및 "보험금 지급 관련 보장하지 않는 사항 등 보험금 지급 관련 유의 사항"에 관해 보험설계사로부터 설명을 받고 이해했다는 의미로 "확인"란에 "V" 표시를 하고 보험계약자란에 자필 서명을 한 사실이 인정되고, 또 보험설계사한테서 "계약전 알릴 의무 사항" 중 "최근 1년 이내에 다음과 같은 취미를 자주 반복적으로 하고 있거나 관련 자격증을 가지고 있나요?"란 질문을 듣고 "등산을 다닌다"고 대답했다는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류 판사는 또 「암벽 등반의 경우 사고의 위험이 매우 높기 때문에 피보험자가 암벽 등반을 한다는 점을 보험회사가 알았을 경우 그 위험의 인수를 거절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사정을 종합해 보면, 보험 계약 당시 현대해상 측 보험설계사는 나 씨에게 '전문 등반 중에 생긴 손해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면책 조항에 관한 설명의무를 이행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현대해상이 면책 조항에 관한 설명을 하지 않아 보험계약의 내용에 편입되지 않았다는 나 씨의 주장은 이유 없고, 나아가 현대해상의 보험금 지급 의무가 면책되지 않았다는 점을 전제로 하는 나 씨의 나머지 주장 역시 이유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전문 등반 동호회 활동 중에 생긴 손해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면책 조항의 경우 표준약관에 포함돼 시행되고 있었다거나 국내 보험회사들이 표준약관을 인용해 작성한 보험 약관에 포함돼 있다고 하더라도, 보험에 문외한인 일반인 입장에서 따로 설명을 듣지 않더라도 이미 잘 알고 있다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보험회사는 이 면책 조항에 대해 설명할 의무가 있다는 의미입니다.2)

​이런 면책 조항을 둔 취지는 반복적으로 행해지는 전문 등반 동호회 활동의 경우 위험의 정도가 크게 높아지기 때문에 이를 보험의 담보 범위에서 배제하려는 데 있습니다. 

하지만 면책 조항을 둔 취지가 곧 면책 조항에 관한 설명의무를 이행했음을 인정할 수 있는 하나의 근거가 된다고 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자면, 보험설계사가 보험계약 당시 보험 가입자에게 주로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 보험회사가 알았을 경우 그 위험의 인수를 거절할 수 있는 암벽 등반 등을 한다는 사실)에 대한 질문표에 관해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질문표에 따라 암벽 등반을 자주, 반복적으로 하는지를 물어 봤을 뿐, 상품설명서에 기재돼 있는 이 면책 약관의 내용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면, 설명의무를 위반한 보험회사는 이 면책 약관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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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4월 21일
  • 1차 수정일 : 2020년 8월 7일(재등록)

1) 확정된 판결입니다.
2) 대법원 2016. 4. 29. 선고 2013다90525, 2013다90532 판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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