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부검보고서상 사망원인 아닌 최초 사망증명서의 사망원인에 따라 보험금 지급해야


글 : 임용수 변호사


필리핀 어학연수 중 숨진 유학생의 사망 원인과 관련해 현지 법의학 담당관 부검의가 작성한 사망 증명서에 기재된 사망 원인과 보험사가 부검의에게 요청해 받은 부검 보고서의 사망 원인이 서로 다를 경우 사망 증명서에 기재된 대로 사망 원인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내용을 알려 드리고 해설합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재판장 오상용 부장판사)는 해외 연수 중 숨진 서 모 씨의 어머니인 김 모 씨가 케이비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김 씨에게, 각각 2억4000만 원과 1억5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습니다.1)

서 씨는 2014년 필리핀에서 3개월간 어학연수를 하던 중 사망 전날 새벽 4~5시까지 술을 마시고 숙소에서 잠을 자다 그해 3월 1일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사망 당일 오전 숙소에서 서 씨를 발견한 동료는 침대에 구토물이 널려있었고 서 씨가 얼굴을 침대에 묻은 채 엎드려 있었다고 진술했습니다. 부검을 실시한 필리핀 부검의는 서 씨의 사망 증명서에 사망 원인을 '구토물에 의한 질식사'라고 기재했습니다. 김 씨는 이후 이를 근거로 2014년 3월 아들의 상해사망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케이비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는 서 씨의 사망 원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필리핀 부검의로부터 그해 5월 서 씨의 사망 원인을 '뇌졸중에 의한 뇌출혈'로 작성한 부검 보고서를 제출받았습니다. 두 보험사는 서 씨의 형이 필리핀 부검의에게 서 씨의 사망 원인을 '구토물에 의한 질식사'로 기재해 달라고 부탁해 허위의 사망 증명서를 작성하게 하고 이를 근거로 상해사망 보험금을 편취하려다 미수에 그친 것이라며 서 씨의 형을 고소했습니다. 

서 씨의 형은 1심 법원에서 '사기 미수의 기망 행위 및 편취 범의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징역 1년 2개월의 유죄 판결을 선고 받았지만, 항소심 법원은 '서 씨의 형이 필리핀 부검의에게 서 씨의 사망 원인을 유리하게 작성해 줄 것을 부탁해 허위의 사망 증명서를 작성하게 하고 이를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청구하는 방법으로 보험사들을 기망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 판결을 선고했고, 현재 검사가 상고해 대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구토

재판부는 먼저 「상해보험에 가입한 피보험자가 술에 취해 자다가 구토로 인한 구토물이 기도를 막아 사망한 경우, 보험 약관상의 급격성과 우연성은 충족되고, 나아가 '외래의 사고'란 질병 또는 체질적 요인 등에 의한 것이 아닌 외부적 요인에 의해 초래된 모든 것을 의미하므로 이 사고에서 피보험자의 술에 만취된 상황은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 등에서 초래된 것이 아니라 술을 마신 외부의 행위에 의해 초래된 것이어서 약관에 따른 '외래의 사고'에 해당해 보험사는 수익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최초 작성된 사망 증명서는 필리핀 부검의뿐 아니라 장의사, 필리핀 현지 시등기관, 행정관 등의 서명이 돼 있는 공적인 문서인데다 사망 원인은 사망 증명서가 증명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두 보험사가 제출한 필리핀 부검의의 진술이 기재된 부검 보고서와 확인서 외에 '뇌출혈에 의한 사망'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으므로 서 씨에 대한 부검이 이뤄진 때로부터 2개월이 지난 뒤에 작성된 부검 보고서와 확인서 내용만으로 당초 사망 증명서가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서 씨의 형을 사기 미수로 형사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항소심 법원은 나중에 작성된 부검 보고서의 내용을 믿기 어려운 사정이 존재하고, 부검 당시 상황에 비춰 봤을 때 서 씨의 사인으로 뇌줄중에 의한 뇌출혈, 구토물에 의한 질식사가 모두 고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필리핀 부검의가 여러 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적으로 '구토물에 의한 질식사'로 확정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 등으로 무죄를 선고했다」며 「사망 증명서에 기재된 사망 원인이 허위이고 부검 보고서에 기재된 사망 원인이 진실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판결에 대해 두 보험사가 항소를 제기했고,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사람의 사망을 의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한 증명서를 사망 진단서라고 합니다. 사망 증명서와 같은 뜻입니다. 의사에게는 사망 진단서 교부 의무가 있으며,2) 사망 진단서에는 반드시 사망원인 즉 사인(死因)을 기재해야 합니다. 

부검

의사는 진료 중이던 환자가 최종 진료 시부터 48시간 이내에 사망한 경우에는 다시 진료하지 않더라도 사망 진단서나 사망 증명서를 교부할 수 있습니다. 48시간 이내에 사망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검시(사체를 검시한 기록을 '사체 검안서'라고 합니다)를 실시해야 하고, 사망 원인이 명확하지 않을 때는 사망 진단서를 교부해서는 안됩니다. 의사가 직접 진찰하지 않았던 사람의 사체에 대한 것은 사체 검안서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사망 진단서와 사체 검안서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것을 번역해 사용하고 있고, 두 서면의 양식은 동일합니다. 사망의 사실을 안 날로부터 1개월 이내에 사망 진단서 또는 사체 검안서를 첨부해서 사망 신고를 해야 합니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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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7월 21일
  • 1차 수정일 : 2020년 8월 29일(재등록)

1)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7. 5. 선고 2015가합582115 판결. 
2)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는 자신이 진찰하거나 검안한 자에 대한 진단서·검안서 또는 증명서 교부를 요구받은 때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의료법 제17조 제3항은 이 의무를 나타낸 것입니다.
3) 가족관계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84조 제1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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