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실습선 탑승 뒤 변사체로 발견된 해양대 학생 유족에게 재해사망보험금 지급해야


글 : 임용수 변호사


해양대 학생이 실습선(실습에 쓰이는 배)에 탑승했다가 해안가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면, 보험사는 유족에게 재해보장특약에 따른 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통상적으로 보험사들은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쳐 사망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면책사유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안을 심리한 재판부는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내용을 [단독] 소식으로 전하고 해설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4부(재판장 황정수 부장판사)는 숨진 해양대 학생 김 모 씨1)의 유족()이 삼성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삼성생명은 유족에게 3억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전부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2)

김 씨는 해양대 3학년 학생으로 2015년 9월 실습선에 승선해 해양대 부두를 출항했는데, 3일 뒤에 동료 학생들에 의해 최종 목격됐으나 며칠 뒤 해안가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유족은 "김 씨가 선박에 탑승했다가 바다에 추락해 익사했기 때문에 2011년 11월 체결한 재해보장특약상 '선박에 의한 교통사고 사망 시 보험금 3억 원 지급' 이라는 애초 약관을 지켜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삼성생명은 "사망한 대학생이 오랜 기간 동안 선상 생활로 피로가 누적돼 있었고, 학교 생활 부적응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집안의 불화 등 복합적인 사유로 극심한 정신적 공황 내지 질병에 빠져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하므로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다퉜다.


재판부는 김 씨가 선박에서 추락 등의 원인으로 익사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설령 김 씨의 사인이 익사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비행기·선박·열차에 의한 교통사고분류표의 '기타 상세 불명의 수상 운수 사고'로써 수상 운수 사고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김 씨에 대한 부검 결과 부패가 진행된 상태로 해안가에서 발견돼 부패 현상 등 사후 간섭의 현상일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어 부검의가 익사를 사인으로 판정하지 않았지만, 목포해양경비안전서의 조사 담당자는 부검 소견을 근거로 김 씨의 사인을 익사로 추정해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선박에서 김 씨의 심경을 기록한 글이나 유서, 범죄와 연관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단서는 발견되지 않았고, 김 씨가 최종 목격된 선박의 선미 쪽 추락 방지 설비는 난간 형태의 높이 약 1.04m 가드레일과 높이 1.10m의 강철 벽면으로 돼 있는데 선미 좌우현의 페어리더가 설치된 부분에는 약 20cm 정도 가드레일이 설치되지 않아 해상 추락의 위험이 있었다」면서 「그런 정황에 비춰 보면, 보험금 면책 사유인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삼성생명의 재해보장특약 약관에서 정한 재해 즉 보장 대상이 되는 재해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상의 [S00~Y84]에 해당하는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다. 이때의 '우발적인 사고'란 급격하고도 우연한 사고와 동일한 의미다.

생명보험이나 상해보험 등 인보험에서 담보되는 보험사고의 요건 중 '우연한 사고'란 피보험자가 예측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사고로서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한 것이 아니고' 예견치 않았는데 우연히 발생하고 통상적인 과정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는 사고를 의미하며, 이런 사고의 우연성에 관해서는 보험금 청구자(피보험자 측)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보험 약관에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보험회사의 면책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 보험회사가 보험금 지급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보험사고가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한 것' 즉 면책 사유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증명할 책임이 있다. 


이와 같이 보험사고의 요건인 사고의 '우연성'(고의에 의하지 않은 것)에 관한 입증책임을 보험금 청구자(피보험자 측)가 부담한다고 보는 것은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고의에 의한 것)를 보험회사의 면책사유로 보고 그 면책 사유에 관한 입증책임을 보험회사가 부담한다고 보는 것과 언뜻 모순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보험금 청구자(피보험자 측)로서는 외형적, 유형적인 사고의 특성 그 자체로 볼 때 피보험자가 예견하거나 기대하지 않은 과실로 사고의 발생이 가능하다는 점을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정도로 증명하면 일단 사고의 우연성에 관한 입증을 다한 것이 되고, 보험회사로서는 그 사고가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는 점을 일반인의 상식에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명백히 증명해야 보험금 지급 책임을 면한다고 풀이하면 합리적이고 절충적인 해석이 된다. 

이 판결에서 삼성생명의 특약은 약관 제10조에 비행기·선박·열차에 의한 교통사고를 『비행기·선박·열차에 의한 교통사고분류표(별표 5 참조)에서 정한 항공 및 우주 운수 사고, 수상 운수 사고, 철도 사고를 말합니다』 라고 정의하고 있으면서, 제13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고 즉 면책 사유로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다만, 피보험자가 심신 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침으로써 "비행기·선박·열차에 의한 교통사고"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된 경우에는 비행기·선박·열차에 의한 교통사고사망보험금, "비행기·선박·열차에 의한 교통사고 이외의 교통재해"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된 경우에는 교통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고, 그 이외의 원인으로 인한 경우에는 일반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합니다 』라는 내용의 규정을 두고 있다.

또한 [별표5] 비행기·선박·열차에 의한 교통사고분류표는 『대상이 되는 비행기·선박·열차에 의한 교통사고라 함은 제6차 개정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중 다음 분류표에 따른 항공 및 우주 운수 사고, 수상 운수 사고, 철도 사고를 말합니다』라고 정의한 다음, 수상 운수 사고를 『선박 사고가 없는 수상 운수 관련 익사 및 익수, 익사 및 익수의 원인이 아닌 선박 사고가 없는 선상 사고, 기타 및 상세 불명의 수상 운수 사고』로 분류하고 있다.

이 사안은 외형적, 유형적으로 볼 때 익수나 익사, 추락에 의한 것이고 또 선미의 구조상 누구든지 균형을 잃고 해상 추락할 가능성이 있었던 경우이므로, 김 씨의 사망은 삼성생명의 재해보장특약 약관에서 정한 보장 대상이 되는 재해의 일종인 '선박사고가 없는 수상운수 관련 익사 및 익수(V92)' 또는 '기타 및 상세 불명의 수상 운수 사고(V94)'에 해당하는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라고 할 수 있다. 옳다고 인정할 수 있는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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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7월 31일
  • 1차 수정일 : 2020년 8월 29일(재등록)

1) 호칭의 편의상 피보험자에 대해 원고의 성 씨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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