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뒷좌석 동승자 내려주려 잠시 멈춘 사이의 교통사고는 정차 중 생긴 사고, 보험금 안줘도 돼


글 : 임용수 변호사


뒷좌석에 있던 동승자를 내려주기 위해 자동차를 멈춘 사이 일어난 교통사고는 '운전 중'이 아닌 '정차' 중에 발생한 사고이므로,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습니다. 

하차를 위해 잠시 차를 세운 것은 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정차'로 봐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내용을 알려 드리고 진진한 해설을 덧붙입니다.

안 모 씨는 2012년 7월 김 모 씨 소유의 그랜저 자동차를 운전하다 동승한 김 씨(그랜저 자동차 소유자)를 내려주려고 서울 성북구에 있는 한 병원 앞의 편도 2차선 도로에 자동차를 멈췄습니다. 김 씨가 자동차 뒷문을 여는 순간 자동차의 오른쪽과 인도 사이의 좁은 공간을 지나가던 오토바이 운전자가 그랜저 차량 뒷문에 부딪혀 넘어지면서 지주막하 출혈 등 중상해를 입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사고 당시 안 씨의 남편이 가입한 롯데손해보험 자동차종합보험계약에 '다른 자동차 운전담보 특별약관'이 포함돼 있었고 그 내용에는 '피보험자(그 배우자 포함)가 다른 자동차를 운전 중(주차 또는 정차 중 제외) 생긴 사고로 인해 손해배상 책임을 짐으로써 손해를 입은 때는 피보험자가 운전한 다른 자동차를 피보험자동차로 간주해 보통약관에서 규정하는 바에 따라 보상한다'는 내용의 규정이 있었습니다. 

또 김 씨가 그랜저 차량에 관해 악사손해보험과 체결한 자동차종합보험계약에는 '기명피보험자 1인 한정운전 특별약관'이 포함돼 있었고 그 내용 중에는 '기명피보험자 이외의 자가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하던 중에 발생된 사고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다만 대인배상Ⅰ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음)'는 규정이 있었습니다.

삼성화재는 오토바이 운전자와의 자동차종합보험계약에서 정한 무보험자동차에 의한 상해담보특약에 따라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손해배상금으로 2억9200여만 원을 지급했고, 김 씨가 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가입한 악사손해보험으로부터 책임보험금 1억2000만 원을 받았습니다. 그 후 삼성화재는 안 씨와 김 씨, 그리고 두 사람이 가입한 악사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을 상대로 나머지 1억7200여만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안 씨는 운전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으므로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자로서, 김 씨는 가해 차량의 운행자로서, 롯데손해보험은 특별약관에 따라 보험자로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면서도 "다만 오토바이 운전자도 자동차 뒷문과 인도 사이의 좁은 차로를 운전하면서 자동차에서 내리는 사람이 없는지 충분히 살펴보지 않은 과실이 있으므로 안 씨 등의 손해배상 책임을 65%로 제한한다"며 안 씨와 김 씨, 롯데손해보험이 연대해 1억16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또 김 씨의 보험사인 악사손해보험은 특별약관에 의해 면책된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이 사고가 특별약관에서 정한 '정차' 중 발생한 사고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롯데손해보험도 면책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두 보험사 모두 면책된다는 취지입니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교통사고 피해자 측 보험사인 삼성화재가 가해자 안 씨와 김 씨, 그리고 이들의 보험사인 롯데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판결 중 롯데손해보험의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습니다.1)

재판부는 「도로교통법 제2조는 주차, 정차, 운전, 일시정지에 관해 정의 규정을 두고 있는데, '정차'는 운전자가 5분을 초과하지 않고 차를 정지시키는 것으로서 주차2) 외의 정지 상태이고, '운전'은 도로에서 차마를 그 본래의 사용 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며, '일시정지'는 차의 운전자가 그 차의 바퀴를 일시적으로 완전히 정지시키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롯데손해보험의 특별약관은 기명피보험자와 그 배우자가 피보험자동차가 아닌 다른 자동차를 운전하는 중 사고가 발생하면 그에 따른 손해를 보상하되, '운전 중'에서 '주차 또는 정차 중'인 경우를 제외하고 있다」며 「실제 운전에 따른 위험을 담보하기 위해 운전 자체의 위험에서 나온 사고로 볼 수 없는 주차나 정차 중에 생긴 사고를 명시적으로 제외한 것이고, 이런 자동차종합보험계약에서 사용하는 운전, 주차나 정차라는 용어는 모두 도로교통법상 개념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도로교통법 규정과 특별약관의 취지 등을 종합하면 운전자가 승객을 하차시키기 위해 차를 세우는 경우는 특별약관에서 정한 '정차'에 해당한다고 봐야 하고, 이와 달리 정차를 주차와 유사하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주차와 정차에 관한 규정의 문언이나 체계 등에 비춰 타당하지 않다」며 「이 사건에서 운전자가 자동차를 정지시킨 것은 동승자를 하차시키기 위한 것이었으므로 그런 정지 상태는 정차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나아가 「그런데도 원심이 이 사고가 정차 중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본 것은 보험약관상 정차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항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다른 자동차 운전담보 특별약관은 피보험자가 다른 자동차를 운전하던 중(주차 또는 정차 중을 제외함) 생긴 대인사고나 대물사고로 인해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을 짐으로써 손해를 입은 때 또는 피보험자가 상해를 입었을 때에, 피보험자가 운전한 다른 자동차를 피보험자동차로 간주해서 보통약관에서 규정하는 바에 따라 보상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특약은 보통약관의 무보험자동차에 의한 상해 가입자에게 적용됩니다. 

다만 이 특약에서 '다른 자동차'란 피보험자동차와 동일한 차량 종류로서, '기명피보험자와 그 부모, 배우자 또는 자녀가 소유하거나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자동차가 아닌 것' 또는 '기명 피보험자가 자동차를 교체(대체)한 경우, 그 사실이 생긴 때부터 보험회사가 피보험자동차의 교체(대체) 승인을 할 때까지의 대체자동차'를 의미합니다. 

이 특약의 취지는, 피보험자가 피보험자동차 이외의 자동차를 임시로 운전하는 때도 대인·대물배상보험, 자기신체사고보험 등을 확장해 적용함으로써 피보험자의 편의를 꾀하고 동시에 자동차사고의 피해자를 구제하고자 하는데 있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파기환송 후의 사건이 종결된 후에 자세한 해설과 법률 조언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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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8월 6일
  • 1차 수정일 : 2020년 8월 28일(재등록)

1) 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6다202299 판결.
2) 도로교통법 제2조 제24호는 '주차'를 『운전자가 승객을 기다리거나 화물을 싣거나 차가 고장 나거나 그 밖의 사유로 차를 계속 정지 상태에 두는 것 또는 운전자가 차에서 떠나서 즉시 그 차를 운전할 수 없는 상태에 두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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