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프로포폴 과다 투여 뒤 사망은 면책사유인 피보험자의 고의 사고, 보험금 청구 못해


글 : 임용수 변호사


자택에서 프로포폴을 과다 투여하다가 프로포폴 중독으로 사망했다면 이는 피보험자의 고의 내지 범죄행위로 유발된 보험사고이므로 보험사는 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내용을 [단독] 소식으로 전하고 해설합니다.

광주고법 민사3부(재판장 박병칠 부장판사)는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이 프로포폴 중독으로 숨진 김 모 씨 유족들을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지난 6일 밝혔습니다.1)

김 씨는 2016년 1월 자신의 집 안방 침대 위에 누워 팔에 프로포폴을 투여하다가 프로포폴 중독으로 숨졌습니다. 그 후 김 씨의 자녀들이 메리츠화재에 사망보험금을 요구했지만, 메리츠화재는 우연한 사고로 볼 수 없고 약관 면책 사유에도 해당한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뒤 김 씨의 자녀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부는 「병원에서 근무하던 김 씨로서는 프로포폴을 과다 사용할 경우 호흡 억제 등으로 신체에 치명적인 결과가 발생할 수 있고 그 결과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점까지도 용인했다고 보이고, 프로포폴을 투약한 행위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김 씨의 사망이라는 결과는 보험약관상의 면책 사유인 '피보험자의 고의' 내지 '피보험자의 형법상의 범죄행위'를 원인으로 생긴 사고에 해당한다」며 「메리츠화재는 유족에 대해 보험금 지급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어 「김 씨의 자녀들은 김 씨가 불면증과 우울증 치료를 위한 목적으로 프로포폴을 투여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를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을 뿐만 아니라, 김 씨의 혈중 프로포폴 농도 등을 감안할 때 그 같이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김 씨의 자녀들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범죄행위는 형법에 규정된 범죄에 국한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범죄행위를 보험금 지급의 면책 사유로 삼는 것은 범죄행위로 인한 보험사고 그 자체의 위법성 때문에 보험 정책적인 의미에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보이고, 형사 처벌까지 받는 고의적인 범죄행위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까지 보상하는 것은 보상 대상 사고의 우연성을 요구하는 보험 제도의 기본적 성격과도 부합하지 않으므로, 비록 약관에 보상하지 않는 사유 중 하나로 '형법상의 범죄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더라도 여기에는 형법뿐만 아니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처럼 특별법에 의해 처벌되는 범죄행위도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1심은 "메리츠화재는 유족에게 보험금 3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1심 재판부인 광주지법 민사13부(재판장 허상진 부장판사)는 김 씨가 고의로 자신에게 상해 또는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키기 위해 프로포롤을 투여했다고 보기 어렵고, 또한 김 씨의 프로포폴 투여 행위가 형법상의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편집자 주] 이 판결 사안은 로피플닷컴 법률사무소(임용수 변호사)가 소송대리인으로 관여한 사건이 아님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알면 상식이 쌓이고 유익한 보험 이야기, 시작합니다.

약관에 규정된 '형법상의 범죄행위'와 같은 면책 사유의 해석에 있어서는 '엄격해석의 원칙'을 적용해야 합니다. 약관 해석의 일반원칙을 적용했지만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된다든가 해석하기 어렵다면, 약관 작성자불이익의 원칙을 적용해서 보험 고객에게 유리하게 약관을 해석해야 합니다. 약관 해석의 원칙과 법 해석(확대해석, 유추해석 등)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이 사건은 피보험자에게 자신의 사망에 대한 고의 내지 미필적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가 중요한 쟁점으로 보입니다. 임용수 변호사가 관여한 재판이 아니고 또 판결이 확정된 상태도 아니므로 케이스 메모를 하는 것이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판결이 확정된 뒤에 변호사의 의견을 담은 자세한 해설과 법률 조언을 드리는 게 좋을 듯합니다. 

이제 판결이 확정됐기 때문에 간단한 해설을 드리고자 합니다. 재미있게 봤던 드리마가 있습니다. 2017년에 방영 종료된 SBS 드라마 20부작 「낭만닥터 김사부」입니다. 이 드라마에서 한석규는 메르스로 의심되는 환자들이 돌담 병원에 오자 질병관리본부에 전화를 걸어 환자 이송 문제로 통화를 하던 중 답답한 나머지 이렇게 말합니다. "중앙 컨트롤 타워가 왜 이렇게 말귀를 못 알아 처먹어"라고... 


정말로 누누이 말한 바와 같이, '상습적으로 흡입, 흡수 또는 섭취한 결과로 생긴 중독 증상'이나 '피보험자의 고의', '피보험자의 자해, 자살, 자살미수, 형법상의 범죄행위 또는 폭력행위' 등과 같은 면책 사유(보상하지 않는 손해)가 규정된 면책 조항의 해석에 있어서는 약관 해석의 원칙상 그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합니다(엄격해석 또는 축소해석의 원칙).

대법원은 상해사망이나 재해사망을 담보하는 보험의 경우, 면책 약관이 보험사고가 전체적으로 볼 때 고의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경우뿐만 아니라 과실(중과실 포함)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취지라면 상법 제732조의2, 제739조 및 제663조의 취지에 비춰볼 때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사고에 관한 한 무효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의할 때, 마약·약물 복용이 반사회적인 범죄행위로서 보험계약의 선의성·윤리성에 반하고 사고 발생의 위험성도 높기는 하지만, 마약·약물 복용으로 인해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라도 자살할 의사로 치사량을 복용했다는 고의 입증이 없는 경우(예컨대, 1회 복용량이 치사량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까지 상해 또는 사망에 대해서 고의가 있는 것으로 봐서 보험사가 면책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해석됩니다. 피보험자가 마약 복용 또는 중독의 결과로 환각 상태를 야기했다고 해서, 피보험자 자신의 상해나 사망에 대해서까지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검토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사안의 경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법의관은 "호흡 유지 등의 적절한 의학적 조치가 없는 상태에서 치료 및 사망 농도를 초과하는 다량의 프로포폴을 투약함으로써 프로포폴 급성 독성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사망 원인을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김 씨의 사망이라는 결과가 보험 약관상의 면책 사유인 '피보험자의 고의'로 인해 유발된 사고라고 본 2심(항소심) 법원의 판단은 타당하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범죄행위를 보험금 지급의 면책 사유로 삼는 것은 범죄행위로 인한 보험사고 그 자체의 위법성 때문에 보험 정책적인 의미에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보이고, 형사 처벌까지 받는 고의적인 범죄행위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까지 보상하는 것은 보상 대상 사고의 우연성을 요구하는 보험 제도의 기본적 성격과도 부합하지 않으므로, 비록 보험계약의 약관에 보상하지 않는 사유 중 하나로 '형법상의 범죄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더라도 여기에는 형법뿐만 아니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처럼 특별법에 의해 처벌되는 범죄행위도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판단은 약관 작성자인 보험사에게 유리하게 사실상 보험사의 면책 범위를 확장한 해석으로서 앞서 본 약관 해석의 원칙(엄격해석의 원칙 또는 축소해석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쨌든 고의 면책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판결의 결론에 수긍이 갑니다.2)

 LAWPIPL.COM
  • 최초 등록일 : 2018년 7월 16일
  • 최종 수정일 : 2020년 8월 28일(재등록)

1) 광주고등법원 2018. 7. 6. 선고 2017나14245, 2017나14252 판결.
2) 1차 수정일 : 2019년 1월 31일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