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법원 "당뇨약 다량 복용 후 사망은 중과실 아닌 고의 사고이고 질병사 아닌 외인사 해당된다"


글 : 임용수 변호사


당뇨병 환자가 전철역 화장실에서 평소 복용하던 당뇨약을 다량 복용한 후 약물 중독 등으로 숨진 것은 고의에 의한 사고에 해당하므로 보험사는 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내용을 [단독] 소식으로 전하고 해설합니다.

엄 모 씨는 2010년 12월 메리츠화재해상보험과 사이에 피보험자를 엄 씨로 하는 상해보험에 가입했습니다. 이 상해보험의 보통약관에서는 '만 15세 이상의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 상해를 입고 그 직접 결과로써 사망한 경우는 보험수익자에게 보험가입금액 전액을 사망보험금으로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보험금 지급 사유가 피보험자, 계약자의 고의에 의해 발생한 때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다만 피보험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규정도 두고 있었습니다. 

엄 씨는 2014년 6월 서울 영등포 신길동에 위치한 대방역 화장실에서 평소 복용하던 당뇨약을 다량 복용했다가 구토를 하면서 112 신고를 했습니다. 

이에 경찰관이 119에 알린 후 같은 날 오후 5시경 대방역 화장실로 갔는데, 당시 엄 씨는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입에 거품을 물고 화장실 바닥에 누워 있었습니다. 경찰관은 먼저 도착해 있던 119 구급대와 함께 엄 씨를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 응급실로 옮겼습니다. 

엄 씨는 며칠 뒤에 사망했는데, 담당의사가 작성한 사망진단서상 직접 사인은 다발성 장기 부전, 중간선행사인은 대사성 산증 및 급성 신부전, 선행사인은 약물 중독이었습니다. 

엄 씨의 처와 자녀 등 유족은 엄 씨의 사망이 고의에 의한 사고가 아니라 중과실에 의한 사고라고 주장하며 메리츠화재에게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메리츠화재는 엄 씨의 사망이 고의 사고에 해당하므로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며 유족을 상대로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11부(재판장 김한성 부장판사)는 메리츠화재가 유족을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에서 「메리츠화재의 엄 씨 유족에 대한 보험금 지급 채무는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한다」며 메리츠화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1)

재판부는 먼저 「보험 약관에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보험회사의 면책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 보험회사가 보험금 지급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면책 사유에 해당하는 사실을 증명할 책임이 있다」며 「이 경우 보험회사는 자살의 의사를 밝힌 유서 등 객관적인 물증의 존재나, 일반인의 상식에서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엄 씨는 당뇨약을 먹기 전 남동생과 여동생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어머니와 전화 통화를 하다가 '집에 언제 올 거냐'는 물음에 '어머니, 죄송해요'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은 사실, 엄 씨는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 응급실로 후송된 후 '죽으려고 당뇨약 120알을 먹었다'고 말한 사실, 엄 씨의 매제가 엄 씨가 사망한 날 영등포경찰서에 출석해 '엄 씨가 근무하던 세무사 사무실이 어려워져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다'고 진술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엄 씨는 약물 중독에 따른 대사성 산증, 급성 신부전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사망한 점을 보태어 보면, 엄 씨의 사망은 고의 사고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따라서 약관의 면책 조항에 의해 메리츠화재는 유족에게 엄 씨의 사망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유족 측은 애초에 엄 씨의 사망이 고의에 의한 사고가 아니라 '중과실'에 의한 사고에 해당한다며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이 판결에 대해 유족 측이 항소를 했지만 기각됐고 그 무렵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유족 측은 항소심에서 '엄 씨의 사망이 중과실에 의한 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도 질병으로 인한 사망에 해당하므로 메리츠화재는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 지급 의무가 있다'는 주장을 추가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그 같은 주장 또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엄 씨의 사망이 고의에 의한 사고로서 '외인사'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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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6월 9일
  • 1차 수정일 : 2020년 8월 21일(재등록)

1) 서울서부지방법원 2015. 4. 16. 선고 2014가합37743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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