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보험 가입 3일 전 "CT검사 고려" 소견 알리지 않아도 보험계약상 고지의무 위반 안된다

CT 검사

글 : 임용수 변호사


CT 검사를 고려한다는 의사의 소견을 보험사에 알리지 않고 보험계약을 맺었어도 이는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내용을 국내 최초 [단독] 소식으로 전하고 해설합니다.

창원지법 민사1부(재판장 양상익 부장판사)는 김 모 씨가 "의사의 진료 시에 CT 고려 소견을 받고 이를 보험사에 알리지 않았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농협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농협생명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법원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밝혔습니다.1)

김 씨는 2013년부터 만성 B형 간염 진단을 받고 통원, 투약 치료를 받아왔습니다. 2014년과 2016년에는 간 초음파 검사 결과 간경변 변화가 확인됐고 2016년 12월부터 2017년 9월 사이에 김 씨의 간 우엽에서 고에코2) 병변 등이 확인됐습니다. 2018년 2월 진료에서는 '다음 정기 검진 시 CT 고려' 소견을 받았고 2018년 5월 진료에서도 '다음 정기 검사 시 USG3) 추적 후 간 결절에 대한 CT 고려' 소견을 받았으나 따로 CT 검사를 받지는 않았습니다. 

2018년 5월 진료를 받은 지 3일 후에 김 씨는 농협생명의 암보험에 가입하면서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4개월이 지난 2018년 10월 초 김 씨는 간세포성 암종, 만성 담낭염 진단을 받았고 며칠 사이에 간 부분 절제술, 담낭 절제술 등의 수술을 받았습니다. 

김 씨는 농협생명에 보험금4)을 청구했지만 농협생명은 "김 씨가 병력을 계약 전에 미리 알리지 않았다"며 보험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보험계약 당시 계약 전 알릴 의무 사항 질문 중 "최근 3개월 이내 의사로부터 진찰 또는 검사를 통해 '추가 검사[재검사] 필요 소견'을 받은 사실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기재함으로써 고지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 구체적인 이유였습니다. 이에 반발한 김 씨는 농협생명을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 씨가 보험계약 체결 전 병원 진료에서 만성 B형 간염으로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아왔고, 간 초음파 검사 결과에서 간경변 변화가 관찰됐으며, 간 우엽에 고에코 병변 등이 확인되기는 했지만, 입원 및 수술을 받거나 암으로 진단받지는 않았으므로 계약 전 알릴 의무 사항 질문에 대해 "아니오"라고 답변한 것이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어 「김 씨가 보험계약 체결 전 3개월 이내에 '입원 필요 소견', '수술 필요 소견', '추가 검사[재검사] 필요 소견'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를 묻는 계약 전 알릴 의무 사항 질문에서는 "필요 소견이란 의사가 진단서, 소견서 또는 진료기록부 등에 기재한 경우를 말합니다"라고만 기재돼 있을 뿐 약관 등에서 별도로 '필요 소견'의 정확한 개념을 정의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김 씨가 보험계약 체결 3개월 전에 두 번의 진료에서 '다음 검사 시 CT 고려' 소견을 받기는 했으나, '고려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생각하고 헤아려 보다'이고 '필요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반드시 요구되는 바가 있다'는 서로 개념이 다르므로 평균적 고객의 이해 가능성을 기준으로 보면 김 씨로서는 '필요 소견'의 의미를 '반드시 추가 검사[재검사]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은 것'으로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실제로 의사의 CT 검사 권유에도 김 씨의 사정에 따라 CT 검사가 지속적으로 연기돼 왔고, 이처럼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김 씨가 계약 전 알릴 의무 사항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변을 했다고 해도 허위 사실을 고지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설령 허위 사실을 고지했다고 가정하더라도 김 씨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1심은 "추가 검사 재검사는 입원 또는 수술 필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추가 검사 재검사를 의미하는데, CT 검사는 그 같은 추가 검사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김 씨가 '아니오'라고 표기한 것을 두고 계약전 알릴 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보험계약이 해지됐다는 농협생명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보험사가 계약 전 알릴 의무와 관련해 보험 가입자에게 서면으로 질문한 사항의 문언은 작성자인 보험사 측에게 엄격하게 해석해야 합니다. 보험사의 약관 규정 중 "회사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 등 계약자나 피보험자에게 불리하거나 부담을 주는 내용은 확대 해석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이런 해석에 부합하는 규정입니다. 

엄격 해석을 포기하고 설령 의사의 'CT 고려'를 의사로부터 '추가 검사 필요 소견'을 진단받은 경우라고 해석하더라도 실제로 의사의 권유에 따라 추가 검사가 실시되지 않았다면 보험 가입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수긍할 수 있는 판결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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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0년 8월 22일

1) 확정된 판결입니다.
2) 하얗게 보이는 현상을 말합니다.
3) 'Ultra Sono Graphy'의 약자로 뇌파 검사를 의미합니다. 
4) 암진단보험금과 수술자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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