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백골로 발견된 변사체의 사인이 추락사로 추정되는 경우 자살의 의사를 밝힌 유서 등 객관적인 물증이 없다면 보험계약에서 정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봐야 하므로, 보험사는 상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백골 사체로 발견된 피보험자의 사망이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한 것인지 여부를 다투는 유사 소송의 판단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내용을 [단독] 소식으로 알리고 해설합니다.
신 모 씨는 2011년 6월 엠지손해보험과 사이에 신 씨 자신의 일반 상해사망 시에 1억 원을 보장하는 내용의 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신 씨는 2013년 2월 밀양시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종남산으로 산행을 나간 후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에 가족들은 밀양경찰서에 실종 신고를 접수하고 종남산에서 우령산 방면 등산로 일대를 수색했으나 신 씨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신 씨는 2014년 1월 종남산에서 변사체(백골 사체)로 발견됐습니다.
유족(신 씨의 딸)은 2014년 2월 엠지손해보험에게 보험금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엠지손해보험은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해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산중의 비탈면에서 백골 사체로 발견 |
엠지손해보험은 피보험자인 신 씨가 사망에 이를 만한 우연하고도 급격한 외래의 사고를 입었음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고, 오히려 신 씨가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신 씨의 사망 사고는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사고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보험 약관상 면책 사유인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유족은 신씨가 2013년 2월 실족해 사망하는 보험사고가 발생했으므로, 엠지손해보험은 유족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다투면서, 반소로써 엠지손해보험에 대해 일반상해사망 보험금 1억원을 달라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보험금 청구권자는 사망 사고가 익사, 추락사 등 외형적, 유형적으로 피보험자가 예기치 않은 사고, 즉 의도하지 않은 사고라는 사실을 주장·입증하면 일응 그 사고는 보험사고에 해당하고, 이에 대해 보험회사가 그 보험금 지급 책임을 면하기 위해 그 사고가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서 면책 사유에 해당함을 입증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신 씨가 2014년 1월 밀양시에 있는 종남산에서 변사체(백골 사체)로 발견된 사실이 있고, 신 씨의 사망 원인은 추락사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신 씨의 사망 사고는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상해를 입고 그 직접 결과로써 사망한 것으로 보험사고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약관에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보험회사의 면책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 보험회사가 보험금 지급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면책 사유에 해당하는 사실을 입증할 책임이 있고, 이 경우 자살의 의사를 밝힌 유서 등 객관적인 물증의 존재나, 일반인의 상식에서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평소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산중의 비탈면에서 신 씨의 사체가 발견됐고, 신 씨가 술을 마신 상태에서 비로 인해 미끄러운 급격한 경사로에서 균형을 잃고 넘어져 그 충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밀양경찰서의 조사 결과가 있는 점 등에 비춰볼 때 신 씨가 스스로 비탈면으로 뛰어내려 사고를 발생시켰다고 추인하기에 부족하며 엠지손해보험의 면책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앞서 1심도 신 씨의 사인을 추락사로 인정해 엠지손해보험의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를 기각한 다음 "엠지손해보험은 신 씨에게 1억 원을 지급하라"며 항소심과 결론을 같이 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사체가 백골로 발견됐다는 것은 부검을 통해서는 사인 규명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사건에서 특이한 점은 판시 이유 중에 '산불 감시원'과 '비(rain)'가 나온다는 사실입니다. 신 씨가 산불 감시원과 함께 소주 1병을 나눠 마셨고, 그 날 비가 왔다고 합니다.
이 재판부는 산불 감시원과 비, 그리고 신 씨의 사체가 발견된 장소{안전한 등산로가 아닌 사람들이 평소 잘 다니지 않는 등산로 쪽(비탈길)}, 수사 기관의 사인 추정 등을 종합해서 신 씨가 실족해 추락사한 것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그런 다음 보험금 청구권자인 유족이 추락 등 외형적, 유형적으로 피보험자가 예기치 않은 사고, 즉 의도하지 않은 사망 사고라는 사실을 주장·입증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 전에 선고됐던 판결들 중에는 유사 사안인데도 입장을 달리했던 것들이 여럿 있습니다. 2011년에 선고된 서울고법 판결이 그 중 하나입니다. 등산로 측면 산 밑 방향으로 펼쳐진 경사면이 끝나는 지점에 설치된 철제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던 장소에서 피보험자가 사인 불명의 전신 부패 상태로 발견된 사안에서, 피보험자가 등산로를 지나다가 실족 후 추락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피보험자가 사망에 이르기 전에 사망의 원인이 될 만한 '외래의 사고'가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추락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사고 현장에 대한 접근 가능성, 사체의 위치 및 자세 등을 주된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또 2007년에 선고된 서울중앙지법 판결도 있는데, 크게 다른 점은 유골에 대한 국과수의 부검 결과(사인 불명)가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피보험자가 실종된 후 5개월만에 사인 불명의 백골 사체로 발견된 사안에서, 입증 책임은 보험금 청구자에게 있으며 피보험자의 사망이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인해 사망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유족의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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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초 등록일 : 2018년 6월 7일
- 1차 수정일 : 2020년 8월 20일(재등록)
1) 창원지방법원 2015. 7. 2. 선고 2014나34106, 2014나34120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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