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코 필러 시술 받은 여성이 중심 망막 동맥 폐쇄로 눈 실명했다면 상해보험금 지급해라


글 : 임용수 변호사


코 필러 시술을 받은 여성이 왼쪽 눈을 실명했다면, 보험사는 상해후유장해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의 주요 내용을 알려 드리고, 해설을 덧붙입니다.

대전지법 민사2부(재판장 최병준 부장판사)는 삼성화재해상보험이 필러 시술을 받다 왼쪽 눈을 실명한 이 모 씨를 상대로 낸 보험금 (채무부존재확인)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삼성화재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고패소 판결했던 1심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1)

이 씨는 2014년 12월 익산시에 있는 한 병원에서 코에 필러를 주입하는 시술을 받던 중 갑자기 시야가 흐려져 급히 원광대학교병원으로 전원됐지만, 중심 망막 동맥 폐쇄로 왼쪽 눈이 실명됐습니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뒤 이 씨는 왼쪽 눈 실명과 관련해 시술 병원과 2억5000만 원에 합의했습니다. 

시술 전에 미리 가입해뒀던 삼성화재의 상해보험이 생각났던 이 씨는 보험금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삼성화재는 이 씨의 실명은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의 보험사고가 아니라거나 설령 보험사고로 인정되더라도 의료 처치 중의 면책사고에 해당한다면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뒤 이 씨를 상대로 "보험금 지급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부는 「이 씨에게는 좌안 실명을 초래할 만한 특별한 기왕 질환이나 과거력이 없었고 좌안 실명에 대해 원광대학교 의료진의 의료 과실을 추정할 만한 사정도 보이지 않으므로 이 씨의 좌안 실명은 필러 시술 과정에서 발생한 부작용으로 보이고, 코 필러 시술의 경우 주사기를 찌르거나 주입할 때 생긴 혈관의 손상 부위나 혈관 내 바늘이 위치한 경우 필러의 주입 압력으로 필러 물질이 이동해 안동맥을 막는 등의 경우에 드물지만 실명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이 씨의 경우도 시술 의사의 시술상 과실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삼성화재가 보상할 보험사고로서의 '우연성' 요건을 배제하는 것은 일반적인 의료적 처치 과정에서 당연히 수반되는 합병증과 같이 그 예견이 가능한 경우이므로, 코 필러 시술 과정에서 항상 실명 사고가 예견되는 것도 아닐 뿐만 아니라 이 씨가 이를 예견하고서 시술 병원의 의료 행위를 받아들였다고 할 수 없다」며 「따라서 이 씨는 코 필러술이라는 미용 목적의 시술을 받다가 시술 의사의 시술상 과실로 인해 좌안 실명을 입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 씨의 왼쪽 눈 실명은 보험 약관에서 정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상해를 입은 경우로서 보험사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피보험자의 외과적 수술, 그 밖의 의료 처치'를 보상하지 않는 손해로 규정한 삼성화재의 면책 조항은 피보험자가 보상하지 않는 질병 등을 치료하기 위해 외과적 수술, 그 밖의 의료 처치를 받는 경우를 전제로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런데 이 씨가 코 필러 수술 과정에서 중심 망막 동맥 폐쇄로 발생한 실명이 '어떤 질병 등을 치료하기 위해 외과적 수술, 그 밖의 의료 처치'를 받아 발생한 위험이라 할 수 없고, 시술 과정에서 발생한 실명은 그 자체로 시술 과정에서의 사고일 뿐 면책 조항이 의미하는 특정 질병 등을 치료하기 위한 외과적 수술 등으로 인해 증가된 위험이 현실화된 결과 상해가 발생한 경우는 아니므로, 이 씨의 왼쪽 눈 실명 사고에는 외과적 수술 등을  보상하지 않는 손해로 규정한 면책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앞서 1심도 "2014년 12월 발생한 후유장해 발생 사고와 관련한 삼성화재의 보험금 지급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를 기각한다"며 원고패소 판결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환자(피보험자)가 외과적 수술이나 그 밖의 의료 처치 과정에서 의료 과실로 인해 상해를 입은 경우, 설령 외과적 수술이나 그 밖의 의료 처치에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바로 의료 과실로 입은 상해의 결과에 대해서까지 동의하고 예견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이때 발생한 상해는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합니다.2)

이런 필러 시술 관련 실명 사고뿐 아니라 지방 흡입 수술 관련 사망 사고, 유방 확대 수술 관련 사망 사고, 쌍꺼풀 수술 관련 사망 사고, 검진 목적의 수면 내시경 검사 관련 사망 사고, 포경 수술 관련 사망 사고 등에서도 크게 두 가지 쟁점(보험사고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면책 조항이 적용되는지)이 문제된 바 있습니다. 

개별 사안마다 판사의 가치관이나 지식, 배경 여하에 따라 판시 내용이 각기 엇갈리고 있으므로, 어떤 일관성 있는 판결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보험법리를 잘 살펴보면 어떤 판결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세한 보험법리에 대해서는 임용수 변호사의 저서인 『보험법 제3판』을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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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4월 9일
  • 1차 수정일 : 2020년 8월 4일(재등록)

1) 확정된 판결입니다.
2) 대법원 2012. 8. 17. 선고 2010다67722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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