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뇌 악성신생물 진단 받았지만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 질병코드 없다면 임상학적 암 진단 가능


글 : 임용수 변호사


주치의로부터 뇌의 악성신생물이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상 질병분류코드와 질병명이 없다면 병리학적으로 암의 진단확정이 가능하지 않은 때에 해당하므로 임상학적 방법으로 암 진단을 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0부(재판장 박병태 부장판사)는 비정형적 중심성 신경세포종이라는 희귀 종양 진단을 받은 임 모 씨가 엠지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엠지손해보험의 항소를 기각하고 "엠지손해보험은 임 씨에게 9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한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밝혔습니다.1)

임 씨는 2013년 11월 암진단급여금 4,000만 원, 고액치료비암진단금 5,000만 원 등을 보장하는 암보험에 가입했습니다. 

임 씨가 가입한 암보험 약관에는 암의 진단확정은 해부병리 또는 임상병리의 전문의사 자격증을 가진 자에 의해 내려져야 하며, 이 진단은 조직검사, 미세바늘흡인검사 또는 혈액검사에 대한 현미경 소견을 기초로 해야 하나, 상기에 의한 진단이 가능하지 않을 때는 피보험자가 암으로 진단 또는 치료를 받고 있음을 증명할 만한 문서화된 기록 또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었습니다.

임 씨는 2015년 3월 우측 뇌실내 악성 중심성 신경세포종 추정 진단하에 수술을 시행받았습니다. 수술 시행 후 종양과 뇌척수액에 대해 병리조직검사를 한 결과 임 씨의 종양은 비정형성 중심성 신경세포종(atypical central neurocytoma)으로 진단됐습니다.

병리학적 진단

임 씨의 주치의는 2015년 5월 병리조직검사를 토대로 악성 뇌종양(C71.9), 중심성 신경세포종(D43.2)으로 진단했습니다. 또한 주치의는 "임 씨의 종양은 WHO 악성 등급으로 Ⅱ등급 이상의 종양으로 수술로 완치가 어려워 방사선 치료해야 하며 재발 가능성이 있고 진행 시 신경학적 장해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의학적 소견을 밝혔습니다.

임 씨는 주치의의 진단 결과에 따라 엠지손해보험에게 '뇌의 악성 신생물(C71) 진단을 받았다'며 암진단급여금과 고액치료비암진단금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엠지손해보험은 임 씨의 종양이 '병리 전문의사에 의해 경계성 종양인 비정형성 중심성 신경세포종(D43.2)으로 진단'됐을 뿐 악성 뇌종양(C71)에 해당하는지 확인되지 않았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중심성 신경세포종은 뇌실 격막 신경세포에서 기원한 종양으로 WHO 분류 2등급에 해당하고 경계성 악성 종양으로 분류되지만, 임 씨의 종양은 병리조직 소견에서 중심성 신경세포종에 비해서 국소 괴사, 미세 혈관 증식, 유사 분열 증가가 관찰되거나 종양 세포의 세포 증식 지수가 2% 이상의 경우로 비정형적 중심성 신경세포종에 해당하므로 WHO 2등급보다 악성도가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임 씨의 종양은 희귀한 중추신경계 종양이어서 현재까지는 한국표준질병사인 분류코드와 질병명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임 씨의 주치의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번호에 임 씨의 종양에 대한 질병코드가 없어서 D43.2(상세불명의 뇌의 행동양식 불명 또는 미상의 신생물)를 뇌암의 코드로 준용한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또 「진료기록 감정 촉탁 결과도 임 씨의 종양에 대해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 D43.2(상세 불명의 뇌의 행동양식 불명 또는 미상의 신생물) 코드를 부여할 수 없고, 뇌에 발생한 종양은 종양의 경계성 행동양식에도 불구하고 생명에 위해를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질병행태 분류코드 9506/1에 해당하나, WHO 및 국제코딩 가이드라인의 결정에 따라 임 씨의 종양의 질병분류기호는 C71.5(뇌의 악성 신생물)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임상의사가 병리과 전문의의 병리진단 결과를 기초로 암으로 확정 진단한 이상, 임 씨의 종양에 대한 질병코드가 없다거나 행동양식 분류번호가 '/1'이라는 사실만으로는 임 씨의 종양이 암이 아니라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앞서 1심 법원도 "임 씨의 종양이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 병리학적 진단에 대한 질병코드가 없어 병리학적으로 암의 진단확정이 가능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하므로 주치의의 임상진단 및 진료기록 감정촉탁 결과에 따라 보험계약에서 정한 암(뇌의 악성 신생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원고승소 판결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보험사들의 암보험 약관에는 암의 '진단확정'과 관련해서는, 병리학적 진단이 가능하지 않을 때만 보충적으로 암에 대한 임상학적 진단을 암의 증거로 인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판례는 피보험자의 질병에 대해 병리조직학적 진단이 있는 경우 임상학적 방법에 의한 암 진단을 거의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판결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상 신생물(종양) 분류코드가 없는 희귀 종양에 대해 약관상 병리학적 진단이 불가능할 경우 보충적으로 하게 되는 임상적 진단을 인정한 판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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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9월 20일
  • 1차 수정일 : 2020년 8월 31일(재등록)

1) 확정된 판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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